[현장]"4대강사업은 강을 동물원 만들겠다는 것"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에 위치한 해평습지.

넓게 트인 습지대가 수려한 경관을 뽐내던 지역이었지만 포크레인이 지나간 자리엔 더이상 습지생물들의 보금자리인 모래톱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준설작업으로 파헤쳐진 해평습지를 둘러본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은 인간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습지를 잃은 것은 중대한 미학적 상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원형을 거의 상실해 가늠하기 힘들다. 경관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습지는 관광자원, 외국가서도 가장 많이 보는것이 습지. 생태미학적으로 중요한 곳. 과연 여기와서 무얼 볼 것이냐는 것. 제방을 보고 그냥 가라 할 것이냐. 미학적 상실이다. 미학이 중요한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

김 사무국장은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준설작업으로 수량이 늘어나면 이 지역을 자주 찾던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물이 깊어지면 새가 오지 않습니다. 새를 일부러 오게 한다는 데 깊은 물에는 오지 않는다. 먹이가 있어야 하는데 물이 깊어지면 먹이를 잡을 수 없어 오지 않는다. 물이 깊어진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것.

준설작업 현장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이태분 할머니(72)는 수량이 늘어나기 전에는 습지 인근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흙이 좋던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태분 주민] (기자질문) 여기에 어느 정도 풀, 모래가 있었나요. / 거기서 곡식도 해먹고 그랬는데. 흙 좋은데는 농사 짓고 그랬어요.

김 사무국장은 어류의 이동통로를 만드는 등 습지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에 대해서도 '동물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쉽게 말해 댐 옆에다가 어류 통로 만들겠다하는데 만든다해도 전체적 어류 이동통로 확보못해. 중요한 것은 소통로 많이 만들어도 산란처 없으면 대가 끊겨. 중요한것은 생명다양성 높이는 것. 준설 과도하게 하면 다양성 떨어져. / 주변은 다 파괴하고 너는 여기서만 살아라 하는 것. 그것은 동물원. 그것을 사람더러 보라는 것. 하천파괴하고 서식하는 공간 제약해서 동물원 만들겠다는 발상 아니냐 그렇게 본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역시 하류 지역의 공사로 인해 수위가 올라가게 되면 온전하게 지켜지기 힘들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보존하겠다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이 지역입니다. 구미댐 하류 쪽에 살펴봐야할게 수위라는 것이죠. 이면보다 수위가 더 올라오는 것. 존재할수 있겠냐는 것. 이 습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는 것. 그 답은 아무도 안가지고 있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전국에서 판박이처럼 이뤄지는 개발사업이 생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천박한 시선을 반영한다며 강과 조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둔치를 특색있게 해야한다. 지금같이 똑같다. 부산도 구미도. 다른데 가봐도 똑같다. 판박이를 찍어내고 있는데 이거 천박하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강과도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스포츠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 4대강사업 구미지구는 구미시의 주거지역과는 멀리 떨어져 아직 인적조차 드문 외지였습니다.

습지를 파괴하면서까지 만들어질 시설들이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공간으로 활용될지조차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0.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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