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살린다면서 무릎담요로 건설사 홍보?

'한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이 오늘 오후 경기 여주 이포대교 둔치에서 열렸습니다.

대형트럭과 불도저 등 건설장비가 이포보 가물막이 공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열린 선포식.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4대강 사업은 경제 발전과 수질 개선을 위해 지금 꼭 해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운찬 국무총리] 우리 강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4대강 살리기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라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이를 통해 4대강은 우리 민족의 생명수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번영의 물길로 다시 흘러야 합니다.

[김문수 경기지사] 한강 살리기를 통해서 더 깨끗한 물을 만들어 내고 1천 5백만 시민들이 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주민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쇼핑백에는 4대강 사업 홍보 자료와 함께 건설사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무릎담요가 하나씩 들어가 있습니다. 국책사업 선포식에 건설사를 홍보해준 꼴입니다. 정부의 강 살리기 선포식인지 건설사의 착공식인지 헷갈립니다.

행사장에서 500m 떨어진 도로변에서는 환경단체 회원들 80여 명이 '4대강 사업 멈춰'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한강 죽이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 사업이 결국 혈세를 낭비하고 식수원을 오염시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진섭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강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두고 많은 생태계가 유지될 때만이 우리의 식수원으로, 아름다운 자연으로 국민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영훈 팔당상수원 농민대책위원회 위원장]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에 인접해 있는 물과 하천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친환경 유기농업인데 그걸 못하게 하고 거기다가 제방을 쌓고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지금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물을 살린다는 것과 거꾸로 가는 이야기죠.

정부는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4대강을 살리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09.11.27 21:50

댓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