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23-24시즌이 부산 KCC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이제 10개 구단은 다음 시즌을 대비한 정중동의 에어컨리그 기간에 돌입했다. 비시즌의 최대 관심사는 FA(자유계약시장)를 통한 선수 이동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5월 7일 2024년 FA대상 선수로 공시된 4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도 대어급 선수들이 적지않다. 올시즌 DB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빅맨 강상재와 김종규, 2위 창원 LG의 주전 가드 이재도, 안양 정관장의 박지훈, 해외파인 일본 B리그 시호스즈 미카와의 이대성 등이 FA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의 화두는 단연 '슈퍼팀'이었다. KCC는 몇 년간 FA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하여 스타플레어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결국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맺는데 성공했다.

KCC는 2022년에는 허웅과 이승현을, 2023년에는 최준용을 모두 FA로 데려왔다. 2023-24시즌을 앞두고 KCC는 라건아-송교창-허웅-최준용-이승현-알리제 드숀 존슨 등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KBL 역대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라인업과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비록 정규리그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조직력 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플레이오프들어 비로소 완전체 전력을 구축하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슈퍼팀을 완성한 KCC는 6강부터 서울 SK-원주 DB-수원 KT 등 상위팀들을 줄줄이 업셋하며 13년 만의 챔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5위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KCC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외국인선수 계약이 만료된 라건아의 거취가 불투명하지만, 기존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국가대표급 라인업이 건재하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이 아직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불과하여 선수로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전문가들도 향후 2-3년간 KCC가'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만한 전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KCC의 우승에 자극받은 경쟁팀들이 FA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어쩌면 KCC의 대항마가 될수 있는 새로운 '슈퍼팀'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스타급 선수들의 이동으로 기존 강팀들의 전력이 더 약화되면 KCC에게 어부지리가 돌아갈 수도 있다.

올시즌의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가 대표적이다. 2022-23시즌 통합우승팀이었던 정관장은 우승 직후 오세근(SK)-문성곤(KT)-변준형(상무)-오마리 스펠맨과 대릴 먼로(퇴출) 등 주역들이 이적과 부상, 부진 등으로 한꺼번에 이탈하며 9위로 단숨에 수직추락했다. 

슈퍼팀을 계획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SK는 지난해 국내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던 오세근을 FA로 영입했지만, 이로 인하여 최준용을 놓친 것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정작 오세근은 SK 이적 후 급격한 에이징 커브 조짐을 드러내며 몰락했고, 김선형은 부상에 시달렸다. 

KCC와 함께 또다른 슈퍼팀으로 거론되었던 SK는 자밀 워니의 원맨팀으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하락한 정규리그 4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심지어 6강플레이오프에서는 KCC에게 3전 전패로 초라하게 스윕의 제물이 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오세근의 SK행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정관장과 SK에게는 모두 실패로 돌아온 반면, 최준용을 얻은 KCC만 최후의 승자가 된 셈이었다.

올해 FA시장에서 '빅4'로 꼽히는 선수는 강상재, 김종규, 이대성, 이재도다. 이들은 모두 팀의 전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선수들로 꼽힌다. 자연히 원소속팀에서도 이들을 잡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강상재와 김종규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과 함께 DB의 트리플포스트에 두 축으로 활약했다. DB가 이들을 모두 잡는다면 다음 시즌에도 KCC의 대항마가 될만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잡으려면 먼저 샐러리캡을 고려해야 한다. 만일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놓친다면 전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DB는 FA는 아니지만 지난 시즌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된 MVP 출신 가드 두경민의 거취라는 또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특히 강상재는 DB 외에도 여러 팀들이 탐낼만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파워포워드와 스몰포워드를 오가는 스트레치형 포워드인 강상재는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빅맨이다. KCC가 올시즌 송교창과 최준용의 '더블 빅윙'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현대농구에서 요구하는 높이, 슛, 스피드의 삼박자를 겸비한 장신 자원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다. 여기에 94년생으로 FA 대어중 가장 나이가 젊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강상재의 경우, 최준용과는 달리 올시즌의 'DB 시스템에 가장 최적화된 선수'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강상재가 올시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MVP 후보로까지 거론될 수 있었던 것은, 로슨-김종규와 함께 뛰면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킨 측면이 컸다. 다른 동료들이나 새로운 팀에 가서도 3.5번으로 활약하며 올시즌만큼의 성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달려 있다. 

베테랑 빅맨 김종규와 듀얼가드 이재도는 홀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 유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강팀을 완성하는 퍼즐'이 되어줄 수 있는 카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최장신인 김종규는 부상만 아니라면 검증된 국가대표 토종빅맨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이재도는 창원 LG의 2년연속 정규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핵심전력으로 활약했고 공격력에 있어서는 리그 최정상급으로 꼽힌다. 

한편으로 김종규는 1차 FA때와 비교하면 전성기보다 운동능력과 기량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는 조짐이 불안요소다. 올시즌 오세근의 사례에서 보듯 30대 중반의 빅맨에게 대형 계약은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이재도는 폭발력에 비하여 다소 심한 기복과 포인트가드로서의 경기운영능력은 떨어진다는 약점이 뚜렷하다.

스코어러와 해결사 유형의 선수를 찾는 팀이라면 단연 이대성을 주목할 만하다. 올해 FA시장의 유일한 해외파인 이대성은 가스공사 소속으로 뛰었던 2022-23시즌 경기당 18.1득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오른바 있다. 2023-24시즌에는 구단 동의하에 아시아쿼터 신분으로 일본 B리그에 진출하여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이대성은 최근 1년만에 국내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성이 아직까지 일본리그 재도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것, 이대성의 해외진출을 조건없이 승인해준 원소속팀 가스공사와의 미묘한 관계 등이 변수다. 리빌딩을 추진중인 가스공사는 현재 노장 이대성을 재영입하는 것이 구단 재정상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성으로서 만일 가스공사가 아닌 다른 국내 구단과 계약하여 복귀한다면 여론이 좋지않을 것이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FA 대상 선수들은 5월 7일부터 21일까지 15일간 원소속구단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한다. 자율협상에서 원소속팀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수들은 22일부터 24일까지 타 구단으로 영입의향서를 받을 수 있다. 

만일 FA 선수가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았다면 구단 제시액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가고 싶은 팀을 선택할 수 있다. 단일 구단에게만 영입의향서를 받았을 경우에는 해당 구단과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 선수는 25일부터 28일까지 다시 원소속구단과 재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과연 올해 FA시장에도 다음 시즌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핵폭풍급 선수이동'이 이뤄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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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FA시장 강상재 이대성 김종규 이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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