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눈물의 여왕> 스틸 이미지

tvN <눈물의 여왕> 스틸 이미지 ⓒ tvN

 
tvN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끝났다. 수많은 눈물을 흘린 주인공 홍해인(김지원 분)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뇌리에 남았으니, 제목에 '눈물'과 '여왕'이 들어간 것이 꽤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 작품인 <내조의 여왕>이나 <역전의 여왕>처럼 '여왕' 시리즈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도도 다분히 엿보인다. 작가의 팬으로서 제목의 기발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발함은 제목에만 있지 않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캐릭터를 카메오로 녹여낸 것은 물론, <별에서 온 그대>의 조연 3인방을 통해 큰 웃음을 던져주기도 했다.
 
드라마가 방송된 7주 동안 시청자들은 홍해인과 백현우(김수현 분)에게 몰입했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전개 앞에서 화가 나기도 했고, 속 시원한 구간에서는 마음껏 웃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재벌이었던 홍해인 가족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시골 백현우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빚어낸 이야기들이 참 따스하면서도 즐거웠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필자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뛰어넘는 이질적인 세계관은 대중에게 더 이상 생경한 것이 아니다. 뻔한 클리셰가 진부할 것 같지만, 잘 짜인 판타지 안에서 균형만 잘 이룬다면 무한 수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안의 무언가를 건드려만 준다면 얼마든지 '말이 되는 일'이라고 인정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살면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 이야기가 화려하고 완벽할수록 관전하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힘들고 고된 한 주의 끝에 나를 기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 때,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내려놓고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아주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은 현실적인 공감이라기보다 '대리만족'에 가깝다. 외모, 학벌, 집안,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들의 설정은 현실과 엄청난 괴리를 지니고 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관계가 어그러졌고, 다시 사랑으로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누구나가 꿈꾸는 이상이며 판타지이다. 이혼하기 위해 기를 쓰던 남자가 다시 아내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가슴 두근거리며 지켜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김지원, 김수현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 드라마를 대입하기에는 괴리가 있어, 진정한 공감은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방송을 본 이유는 '나는 안 되지만, 너희는 될 거야. 제발 되어줘'라는 심리가 아니었나 싶다. 대리만족은 내가 이룰 수 없는 것을 누군가 대신 이루어 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의미한다. 정작 내가 아닌데 그게 무슨 효용가치가 있겠냐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만족감을 누리고 위로를 얻는다.
  
이렇듯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대리만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의 결말이 참 아쉽다. 두 주인공이 해피 엔딩을 맞아 대리만족이 모두 충족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의도였는지 연출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갑자기 다른 틀을 가지고 온다.
 
갖가지 클리셰를 사용하면서 대리만족의 완성형을 보여주고 난 뒤, 뜬금없이 시청자들을 가르치며 인생론을 말한다. "나이 들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다가 어느 한 명이 먼저 떠났을 때, 그때 슬퍼하지 마라. 같이 있다고 느끼면 된다"고 말이다. 혼자가 되어도 겸허히 그 슬픔을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불편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결말이다. 시청자는 이런 인생론을 듣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본 게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더라, 딸 하나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더라 이것 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면서 갖은 판타지로 충분히 위로했고 휴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실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하려 들다니. 원하지 않는 위로고, 불편한 위로다.
 
그런 대중을 이해했다면, 드라마의 결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시청률을 최고로 잡아놓고도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 욕심을 부린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결말에 대한 다른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리뷰가 쏟아지는 것을 보아, 입안이 씁쓸한 게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존재마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듯, 작품 또한 그럴 것이다. 존재 자체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때, 존재는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대리만족이라는 틀을 넘어 공감 어린 인생론을 담으려고 했던 <눈물의 여왕>의 결말이 못내 아쉬운 이유이다.
 
비록 결말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그간 우리 가족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분명한 드라마였다. 사춘기 아들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기고, 직장인인 남편의 주말 웃음을 책임져 주었으니 말이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으며, 다음 작품이 조금 더 나은 결말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눈물의여왕 여왕시리즈 아쉬운결말 최고의시청률 고마운드라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이 기자의 최신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