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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양경규 의원
 지난 4월 30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양경규 의원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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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가 2일 시작됐다. 이날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93일 만에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또한 전세사기 특별법의 본회의 부의가 확정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퇴장한 가운데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해병 특검법)이 통과됐다. 협치보다 정쟁에 몰두하며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21대 국회가 막바지에 일부 의미있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지난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된 정의당 양경규 의원의 5분발언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발언자로 단상에 오른 양 의원은 "이제 원외가 되는 정의당의 의원으로서, 불과 4개월 임기의 초짜 의원으로서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어진 5분 발언이 아닐까 싶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양당의 의원님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빨이 빠진 의사당을 대하고 보니 이 짧은 발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우리 정치사에 무엇을 남겼을까요?"라고 자문하며 21대 국회가 보인 모습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이 무산된 것을 비롯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초단기계약 방지법, 체불임금 방지법 등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을 거론하며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입법화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고 짚었다.

소상공인 부채 문제, 저출생 대책 등도 말만 무성했다며 "양당은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공방을 벌이고 밀실에서는 부자감세를 주고 받았다"고 지적하며 "21대 국회는 너무나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의 실종, 여가부와 국가인권위 무력화, 잇따른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을 거론하며 "차별과 혐오의 일상화,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또한 21대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1차적인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하겠지만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도 주춤주춤 눈치를 본 민주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거대양당을 함께 비판했다.

또한 "혐오에 가득찬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정치권의 수사들이 혐오와 차별의 한국사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변변한 입법 하나 만들지 못했다"며 "21대 국회가 어찌 양심과 책임을 다한 국회라 할 수 있겠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 의원은 "불편하시겠지만 양당이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의 몫이 크므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원외가 되는 정의당의 의원으로서 양당에게 위기의 시대, 추락하는 민생을 책임지는 22대 국회로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5분 발언의 마무리는 원외정당이 되는 정의당의 성찰과 각오를 담았다. "국민 여러분이 지지하고 성원해 주셨던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연단의 시간을 갖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그 길을 결코 비켜서지 않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23대 국회단상에 다시 한 번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서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정의당은 같은 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의 양심과 책임을 위한 10대 법안 입법 촉구 농성을 시작했다.

장혜영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그 양심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의당은 21대 임기의 마지막을 향하는 이 시간을 처음처럼 보낼 것"이라고 농성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양경규 의원의 5분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장님과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어진 5분 발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편임을 자임해 온 정의당 의원으로서, 이제 원외가 되는 정의당의 의원으로서, 그리고 불과 4개월 임기의 초짜 의원으로서 5분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양당의 의원님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빨이 빠진 의사당을 대하고 보니 이 짧은 발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21대 국회는 우리 정치사에 무엇을 남겼을까요?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라는 복합위기 시대에 어떤 대안을 만들었을까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이제 그저 심각하다는 수준을 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는 이 불평등을 바로 잡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되었고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입법화 시도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쪼개기 계약으로 노예가 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초단기계약 방지법, 올해 1분기에만 역대 최대인 5718억을 기록한 체불임금에 대한 방지법, 모두 상정조차 못했습니다. 소상공인의 부채문제는 양당의 지리한 탐색전만 4년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저출산 대책, 연금개혁은 쏟아 놓은 말만 무성한 채 끝났습니다. 민생을 위한 재정대책이 도마위에 올랐지만 양당은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공방을 벌이고 밀실에서는 부자감세를 주고 받았습니다. 21대 국회는 너무나 무책임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일상화,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또한 21대 국회의 책임이 큽니다. 차별금지법은 거대 양당의 공조 속에 실종되었습니다. 여가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본연의 길을 잃고 있습니다. 거부권으로 무산된 방송3법을 필두로 언론과 방송의 자유는 말살의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권의 한 징표였던 학생인권조례의 폐지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1차적인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하겠지만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도 주춤주춤 눈치를 본 민주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민생은 뒤로 하고 서로에 대한 선동적인 발언으로, 혐오에 가득찬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정치권의 수사들이 혐오와 차별의 한국사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힘을 위해 도덕적 가치를 가진 공정, 정의, 상식 등의 낱말을 사용하다가 그 말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으면 언제든지 가차 없이 폐기하는 것이 두 당의 일상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어떻습니까?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기후대책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사과값 1만원으로 홍역을 치르면서도 그 본질을 보지 못했고,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변변한 입법 하나 만들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가 어찌 양심과 책임을 다한 국회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불편하시겠지만 양당이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의 몫이 크므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과거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발언은 미래를 향한, 22대 국회를 향한 발언입니다. 우리 사회에 책임이 큰 두 당의 변화된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경고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 민주당에 대한 지지일 수 없다는 점 또한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이제 원외가 되는 정의당의 의원으로서 양당에게 위기의 시대, 추락하는 민생을 책임지는 22대 국회로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찌 정의당의 책임이 없다 하겠습니까? 정의당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내려준 평가와 심판이 윤석열정부의 몫만은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이제 원외 정당이 됩니다.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부족했던 부분 눈 부릅뜨고 챙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지지하고 성원해 주셨던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연단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그 길, 결코 비켜서지 않고 가겠습니다.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정의당, 23대 국회단상에 다시 한 번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서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태그:#정의당, #양경규, #국회의원, #본회의, #5분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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