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범야권이 192석을 얻었다. 사실 2월 말만 해도 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에게 1당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았다. 흐름이 바뀐 건 채 상병 사망 사고 외압 의혹의 핵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이었다. 그렇다면 채 상병 사망 사고 외압 의혹의 진실은 뭘까.

지난 23일 MBC < PD수첩 >에서는 '故 채 상병 사망 책임과 외압 의혹-진실은 무엇인가?' 편이 방송되었다. 사건 당시 채 상병과 구조작업을 함께 했던 생존 장병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외압 의혹의 진실찾기에 나섰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해당회차 연출한 박소희 PD를 지난 24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작년 9월 12일 채 상병 사건 1부를 방송했습니다. 계속 한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취재해 작년의 내용을 보강해 방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 사건이 다 끝난 게 아니니 앞으로도 추이를 주시해야겠다는 마음이에요."

- 지난 9월에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취재했는데, 이번에 다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난 3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고 그 뉴스가 굉장히 사람들에게 많은 공분을 샀습니다. 고(故)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데 호주 대사로 출국하는 과정 자체가 의문스러웠고 심지어 그 절차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이종섭 전 장관뿐만 아니라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 전부 영전하거나 공천 받는 등 신변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미지한 사건의 수사 상황과는 대조된다고 판단돼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이종섭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은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작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종섭 장관을 실제로 만났어요. 당시 제가 이종섭 장관에게 외압의 실체에 대해서 묻자 '외압은 없었고 본인이 직접 수사 결과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후에 공수처 수사와 박정훈 대령의 항명 재판이 진행되면서 나온 기록 보면 당시 이 전 장관의 말을 거짓으로 의심하기 충분한 증거들이 나왔죠. 때문에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데 어떻게 호주 대사로 나갈 수 있는 건지 황당함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 프롤로그 보니 이종섭 전 대사가 귀국할 때 공항에 나가신 것 같던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당시를 떠올려보면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종섭 대사가 귀국 예정이라는 기사가 귀국 전날 밤 9시쯤 갑자기 떴고 저희 팀이 그 당시에 늦은 저녁 식사하고 있었어요. 식사를 급히 중단하고 사무실로 올라와 바로 촬영 준비했습니다. 처음 속보에는 이 대사의 귀국 시간이 오전 5시라고 나와서 새벽 2시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시간임에도 많은 취재진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있었어요.

근데 이 대사가 5시 비행기로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모든 취재진이 '도대체 언제 오는 거지'라는 혼돈의 상황이었고, 공교롭게도 그날이 박정훈 대령의 3차 공판이 있는 날이어서 저희 취재진은 쭉 대기를 하다가 서울 용산에서 진행되는 공판에 가고자 출발해서 여의도 쯤 도착했을 때 이종섭 대사가 오전 9시 20분 비행기로 귀국한다는 새로운 속보가 떴습니다. 이미 여의도까지 왔기에 고민이 컸지만, 새벽 2시부터 기다리기도 했고, 이 대사를 오늘 안 보면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차를 돌려 공항으로 향했죠."

- 채 상병과 같이 수색 작업했던 생존 장병 두 명 인터뷰를 먼저 보여줬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2부 방송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담당 작가님과 제가 이야기 나눴던 부분이 이 사건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면 채 상병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후 수사 과정의 문제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재판 받는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불거진 사건입니다. 저희가 취재하던 3월 당시에는 해당 사건의 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확장되어 있을 때였습니다. 새로운 증거들로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는 이 사고가 왜 발생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외압 의혹도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가장 증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채 상병과 같이 그때 함께 수색 작전에 투입했다가 물에 빠졌던 장병들이라고 생각해 생존 장병들에게 연락했고요. 다행히 그들도 고(故) 채 상병을 위해 저희 방송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 섭외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작년 1부 방송 초반에 나오는 분이 생존 장병 어머니신데 제가 작년에 이미 관계를 가졌던 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도 있었습니다. 당시는 해당 장병이 전역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시간이 흘러 전역자들이 생겨 가능했습니다. 생존 장병 본인들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내용 중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 뭐라고 보세요?
"아무래도 사고 당시의 그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의미있었다고 보고요. 채 상병이 어떻게 급류에 휩쓸리게 됐는지 앞뒤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부분. 그리고 두 번째로는 당시에 그 사단장으로부터 내렸던 지시 사항들이 어떻게 장병들에게 전파됐는지 장병들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지시에 따라 깊은 데로 수색 대원들이 간 건가요?
"생존 장병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으로부터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인물 별로 간격이 생기다 보니까 그렇게 서다가 채 상병이 수심이 가장 깊은 안쪽에 서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 채 상병은 수영할 줄 몰라 물을 싫어했다고 하던데요. 
"동료 장병들의 진술에서 저희가 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아토피도 있고 수영 못해서 물을 안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시 일각에서는 왜 해병대원인데 수영을 못하냐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당시에는 코로나 시기여서 수영 훈련을 많이 진행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선임들이 먼저 들어가서 수색하고 있는 걸 보고 나도 가야 되지 않겠냐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7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던데요. 임기훈 전 비서관은 통화 사실을 부인하더라고요.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이 작년에 국회에 출석했을 때 본인은 해병대 사령관과 전화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그 영상이 아직 남아 있는데 추후에 통화 기록을 보면 사고 발생했을 때부터 이첩 부류 지시되고 보직 해임될 때까지 총 7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어요. 국회에서 거짓말한 게 들통난 건데 저희가 의견을 여쭤보고 싶었지만 지금 현 국방대학교 총장이 되셨고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서 의견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112에 신고, 황당한 마음이었다"
 
 박소희 PD

박소희 PD ⓒ 이영광

 
- 임 전 사단장 만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저희가 임 전 사단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제보를 받고 내용증명 통해서 우체국 위치도 확인해서 해당 시설 인근에서 한 6일 정도를 잠복했었고요.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한 세 차례 정도 저희가 목격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찾아가서 의견을 물어볼 수 있었고 그날도 사실 다시 만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크긴 했어요. 이 사건의 핵심 피해자로서 9개월 동안 그분은 한 번도 언론에 나온 적이 없었고, 가려져 있던 분이어서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드디어 만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임 전 사단장 만났을 때 임 전 사단장이 경찰에 신고했잖아요. 
"사실 방송에는 안 나갔는데 112에 신고하기 전에 임 전 사단장께서 저와 저희 조연출 PD를 119에 먼저 신고하셨어요. 그래서 119에서 전화를 받고 그분들이 112에 신고하셔야 한다고 해서 그 후에 112로 신고를 해서 경찰분들이 현장에 오셨어요. 사실 112를 신고한다는 건 본인이 뭔가 범죄 피해 입을 가능성이 높을 때 신고하는 거잖아요. 저는 취재 요청을 드리려고 간 거였는데 신고하셔서 황당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 인터뷰 요청을 공식으로 하면 응하겠다고 하고 헤어진 거잖아요. 그리고 임 전 사단장은 자기가 해병대에 허락받았다며 인터뷰하겠다고 했는데 해병대에서 막은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
"임 전 사단장이 먼저 저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본인이 촬영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니, 저희가 원하는 날짜와 장소 시간에 맞춰서 오겠다고 해서 저희가 실제로 일정 날짜를 정했었고 그날 공간도 다 빌려놓았죠. 심지어 또 임 전 사단장은 다른 기자들에게 '본인이 < PD수첩 >으로부터 길 위에서 인권을 침해 당해 사령부로부터 승인 받아 < PD수첩 >하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일정을 안 잡고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인터뷰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진행을 했던 건데 결국은 해병대 사령부가 (인터뷰를) 거절했어요.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임 전 사단장에게 '승인받았다고 하시지 않았냐. 그리고 심지어 다른 기자들한테 제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람처럼 소문 내놓으셔서 저는 당연히 인터뷰 가능성이 높을 거로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는데 하루 동안 답장이 없었어요. 다음날 답장이 오더라고요. '다른 기자들에게 식언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해병대 사령부가 언제든지 승인 해준다면 인터뷰하겠다'고요."

- 해병대에서 승인 난 후 매일 보낸 건 아닌가요?
"저도 임 전 사단장이 그렇게 말을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사령부 입장은 (공보실 담당자 말로는) 누구랑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렇게 들은 적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임 전 사단장이 < PD수첩 > 제작진에게도 내용증명을 보냈는데요.
"저는 사실 방송이 마치면 내용증명이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랑 만나고서 다음 날 바로 보내셨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당황했고 저한테만 보낸 게 아니라 저희 팀 팀장님과 저희 팀 부장 선배님 그리고 MC인 오승훈 아나운서에게까지 총 4명한테 보내와서 인상적이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사실 작년에 제가 이 팀에 처음 와서 했던 아이템이 채 상병 1부였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제작한 아이템도 채 상병 아이템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콘택트가 안 됐던 취재원분들도 저희 팀이 작년에 해둔 게 있으니, 그동안의 시간이 쌓여서 이번에는 방송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생존 장병 같은 경우도 그런 경우여서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혹시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부분 있을까요?
"임성근 전 사단장이 대통령실에 어떤 구명 요청을 했는지 어떤 경로로 하게 됐는지 사실 취재원 통해서 듣긴 했는데 파악이 안돼서 이번에는 싣지 못했어요.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소상하게 전할 수 있을 때 다시 한번 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박소희 PD수첩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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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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