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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대표 급습 피의자인 김모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대표 급습 피의자인 김모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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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김아무개씨는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했습니다. 그는 범행 당시 '남기는말'이라는 변명문 8장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1월 29일, 김씨를 살인미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 3월 27일, 유튜브 <이렇게 된 마당에 주기자 라이브> 방송에서 주진우 기자는 김씨가 작성한 변명문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주 기자가 공개한 문서는 김씨로부터 받은 편지와 자료 중 일부에 해당합니다. 주 기자는 해당 문서를 입수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자신이 김씨의 주변사람들과 김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이에 대한 답신으로 해당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씨가 보낸 문서와 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 동기와 과정, 그 배후에 대한 의혹을 정리했습니다. 

김씨 변명문에 담긴 '붉은', '좌익', '김일성', '종북'
이재명 대표 테러범 김아무개씨의 '남기는 말'
 이재명 대표 테러범 김아무개씨의 '남기는 말'
ⓒ 주진우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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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처단하는 놈은 인간의 외피를 두른 사악한 뱀이다. 이런 추악한 놈이 유력한 정치인으로 정국의 한켠을 휘감아 쥐고, 국민을 기만하는 더러운 혓바닥질이 허용되는 것도 국민의 1인으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거니와 천우신조로 얻은 역사발전의 순방향성을 자격도 없는 흉악한 놈에게 정권을 가로채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대표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김씨는 변명문에서 이 대표를 가리켜 '인간의 외피를 두른 사악한 뱀'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사악한 뱀은 기독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유혹해 타락시킨 존재인 뱀은 기독교에서는 사탄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뱀'은 광화문 태극기집회 때도 자주 언급됩니다. 전광훈 목사는 "뱀을 이기자", "뱀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제목으로 뱀에 관한 설교를 자주 했습니다. 전 목사는 "뱀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인간과 인류를 망쳤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흉악한 놈이 정권을 가로채도록 방치할 수 없다"면서 이 대표를 향한 테러의 목적이 정치적인 이유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가 쓴 글에 나오는 단어와 문장 등을 보면 태극기집회 현장에서 나온 내용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또 한 명의 좌익판사가 김태우 사건에 최종 유지 판결을 판정함으로써 정의를 능멸했다."
"놈(이재명 대표)의 뒤에 웅크리고 있는 김일성의 망령과 정면으로 ... 놈이 호흡을 계속하게 된다면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차기, 붉은 민주당공천을 통해 자신과 같은 사악하고 국가와 국익을 배반하며 김일성세습절대왕조를 추종하는 종북 버러지들의 개체수를 국회 안에 수십 마리 추가, 번식시키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붉은 사제와 수녀, 붉은 땡중, 북한 돼지와 결탁된 붉은 노조원, 붉은 연예인들이 그들에 선동된 군중을 앞세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뇌수에 붉은 바이러스가 침투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문재인 들어 종북 좌익에 편승하는 것이..."

김씨는 변명문 첫 문장부터 '좌익판사'를 언급하는 등 문서 곳곳에서 '붉은', '좌익', '김일성', '종북' 등의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합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그냥 놔두면 종북 세력들이 국회 안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오늘 행동은 이 땅의 주인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테러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김씨는 "(이 대표에 대한) 처단이 완성되어야 전국이 긴장되고, 구국열망의 행동에 마중물이 될 거다. 내가 움직여야 마중물이 되고, 다 들고일어나서 후대에 나를 평가해줄 것"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거사'라고 부릅니다. 아울러 "기독교적 순교 정신이야말로 이 악성 콜레라균을 능히 불태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마치 '순교자'처럼 묘사합니다. 

김씨는 "(사법 당국은) 철저한 배후 규명과 엄정한 법 집행을 약속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배후를 어떻게 창조하겠는가"라며 배후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어 "정치 세력들은 (자신의 테러를) 성토하겠지만 광신도(이재명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원하는 바 이기에 길지 않은 시간에 잦아들 것"이라며 범행 이후의 정국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를 펼칩니다. 

아울러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성공하면 변명문을 언론사와 가족에게 보내고, 실패할 경우 가족한테 주라는 글도 남깁니다. 

테러범 김씨, 작년부터 범행 계획 
 
(좌) 2019년 10월 광화문에 모인 보수,극우단체 회원과 지지자들 (우) 2019년 10월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모습
 (좌) 2019년 10월 광화문에 모인 보수,극우단체 회원과 지지자들 (우) 2019년 10월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모습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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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자는 "김씨 주변 사람들은 그를 굉장히 순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김씨는 가족간 사이도 좋았고, (1월 사건 이후) 이혼 서류에 도장은 찍었지만 부인과 사이도 별 무리가 없었다. 건물 임대료는 조금 밀렸지만 30평대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며 언론에 보도된 불화설 등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김씨가) 유튜브와 태극기집회에 빠지면서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면서 "(김씨는) 자기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줄 안다. 이 대표를 처단해서 대한민국의 법치를 세우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 기자는 김씨를 가리켜 '확신범'이라면서 이 대표 테러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다고 합니다. 김씨가 변명문을 처음 작성한 시기는 2023년 6월입니다. 김씨는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당원에 가입했고, 칼을 날카롭게 갈기도 했습니다. 주 기자가 찾은 김씨 사무실 벽에는 칼로 목 부위를 찌르는 연습을 한 듯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김씨의 테러 범행 동기와 배후에 태극기집회가 있었다"면서 "김씨가 태극기집회에서 나온 말을 칼을 들고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 테러범 김씨와 태극기집회를 취재한 주 기자는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용어, 논리와 주장이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합니다.  

주 기자는 "김씨가 태극기집회에 참석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김일성주의자들, 친북행위자들, 북한 돼지 집단, 좌익 판사 이런 단어들은 태극기집회와 극우 보수 유튜버들이 하는 말과 똑같다. 김씨가 거기에 지금 심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씨가 편지에서 언급한 자유, 붉은 바이러스 보균자, 악성 붉은 바이러스, 붉은 무리, 붉은 집단도 광화문 태극기집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라며 "푸틴의 침공, 자유 대만에 대한 위협이라는 얘기도 태극기집회에서 매번 나오는 얘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씨가 주장하는 '광화문 10월 항쟁 세력'

김씨는 또한 변명문을 통해 종북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자유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광화문 10월 항쟁 세력이 재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유진영은 어떤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안심 코드로 이완되고 느슨해진 측면이 확연하다. 이럴 때가 아니다. 자유우파는 뿔뿔이 흩어진 개인 뿐이니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여러 개의 거대한 좌익 패거리를 극복해 내려면 자유진영에도 구심점 있는 강력한 조직적 결사체가 요구되는데, 가능한 현실적 방법으로 기독교주도의 자유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광화문 10월 항쟁 세력이 재결집해야 하고 이에 순수 자유민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 이재명 대표 테러범 김씨의 '변명문' 중에서- 

김씨가 말하는 광화문 10월 항쟁 세력은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맞서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모인 보수, 극우단체와 지지자들을 가리킵니다. 당시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0월 항쟁'은 현 김진태 강원지사가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것은 10월 항쟁"이라고 선언하면서 "4.19와 6.10보다 우리가 훨씬 더 많이 모였다"고 발언했습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광화문 집회는 10월 항쟁이라며 10월 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전광훈 목사도 "10월 항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고, 이재명 테러범인 김씨도 '남기는말'에서 똑같이 주장했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마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마을' 홈페이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마을' 홈페이지
ⓒ 자유마을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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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자는 "자유마을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우파 마을 경제조직"이라며 "전 목사는 좌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된다면서 자유마을이 잘 돼야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을 세운다는 얘기를 계속한다"고 설명합니다. 

'자유마을' 홈페이지에는 10대 강령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이 제시한 대한민국 4대 건국기둥(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입국론)에 토대를 둔다"이고 두 번째가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낳은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정신과 반공정신 등 국민정신혁명을 계승하여 흐트러진 정신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꾼다"입니다. 

자유마을 강령 다섯 번째는 "우리는 정교분리, 새의 양날개론 등 잘못된 정치족쇄 프레임을 완전히 걷어내고,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역이 된다"로, 마치 전광훈 목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대응 논리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유마을' 홈페이지를 보면 전국 동 단위 마을 모임이 조직돼 있습니다. 자유마을 카드(시중은행 제휴 신용카드)도 있는데 일종의 우파를 상징하는 회원증과도 같습니다. 자유마을 회원들은 전광훈 목사의 자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자유뉴스'에 가입을 하거나 앱을 통해 광화문 집회 소식과 뉴스를 듣습니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쇼핑몰 이용도 가능합니다. 자유마을 측은 노후연금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도 합니다. 

주 기자는 "전광훈 목사가 자유마을이라는 경제공동체를 만든 것은 돈을 모아 좌파들의 장악력을 저지하겠다는 목적"이라며 "회원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전 목사가 주장하는) 560만명이 넘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전광훈 목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자유마을이)우파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 살기 위해서 그 종북 통진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있잖아요. 운동권 특권 세력에는 단지 소위 말하는 86운동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 더 종북화된 종북, 종북 통진당의 후신들 이런 분들만 모이는..." (2024년 2월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2024년 3월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 기자는 "이재명 테러범과 전광훈 목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거의 똑같고, 그들과 유사한 단어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사용한다"면서 "한 위원장의 발언은 전광훈 목사의 발언에서 과격한 단어와 욕만 뺀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김씨의) 변명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적 파장과 부담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면서 김씨의 최후진술이나 변명문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이재명테러범, #주진우기자, #변명문, #색깔론, #태극기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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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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