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요즘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길 희망하지만, 막상 출연하기 힘든 인기 예능을 손꼽자면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일 것이다. 30분 분량+홍보 중심의 <미니 핑계고>와 더불어 주로 토요일 오전에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TV 토크 예능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면서 늘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최근 발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예능인상에 MC 유재석이 후보로 등재된 요인의 상당 부분은 기존 TV 프로그램이 아닌, <핑계고>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을 만큼 그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인 홍보보단 특별한 목적 없이 출연에 임하는 인물들이 다수에 속할 만큼 기꺼이 <핑계고>에 등장한 연예인들의 예상치 못한 입담은 어느덧 구독자들의 '밥친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줬다. 

​이들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유재석과 비정기적으로 자리를 지켜준 조세호, 양세찬, 지석진 등 동료들의 지원까지 맞물리면서 <핑계고>는 확실한 대세 웹예능으로 꾸준히 인기를 어어간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그동안 수차례 언급되었던 인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패션모델 겸 배우 정호연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신예 스타, 3년 만의 예능 출연​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배우 데뷔작 <오징어게임>으로 단숨에 한국인 최초로 에미상 '드라마시리즈 여자배우 부문' 트로피를 거머쥔 정호연은 본인의 출연 없이도 <핑계고>에 자주 이름이 소개되어 구독자들을 기대하게 만든 바 있다. 연인 이동휘의 연이은 <핑계고> 등장 때문이었지만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는 MC 유재석 또한 정호연의 입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꼭 한번 나와줬으면 하는 연예인으로 손꼽혔다.  ​

그 결과 지난 13일 오전에 공개된 42회 '본때는 핑계고'를 통해 드디어 정식 출연이 이뤄졌다. 그간 정호연은 2021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제외하면 TV 예능에선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인물에 속했다. 이번 <핑계고>에선 평소 일상생활부터 최근 촬영된 영화 <호프>,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 그리고 카메오로 나선 넷플릭스 <닭강정>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

녹화 당일 집 이사 때문에 다소 늦게 도착한 조세호와 티키타카식 호흡을 시작으로 웃음을 안겨준 정호연은 그간의 언급 이상으로 유쾌하고 즐거움으로 충만된 인물이었다. 때론 뼈 때리는 조언으로 이동휘를 긴장시켰던 것 못잖게 이날 방송에서도 자신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진지함을 결코 잃지 않았다.  

<닭강정>부터 나홍진 감독 신작까지...​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유재석은 앞서 이동휘의 출연분에서 "얼마 전에 헬스장에서 (정)호연이랑 마주쳤는데 자기는 네가 한 계원('산책의 효능')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정)호연이가 자기가 한 번 나가서 웃겨보겠다고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약속을 지킨 정호연은 중식당에서 이뤄진 녹화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신작 선택에 고민이 많았던 정호연은 "지금 이 시기에는 경험이 많은 선배, 감독들과 좀 더 배우는 시간을 갖는게 어떻겠냐"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곧바로 주연 배우가 되기 보단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차에 이병헌 감독의 신작 <닭강정> 카메오로 섭외되었고 코믹 연기에도 새롭게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

얼마 전 크랭크업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언급되었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사 비칸데르 등 글로벌 스타들까지 출연하는 화제작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 조인성의 숨겨진 비화도 언급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보탰다. 이밖에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의 만남, <디스클레이머>에 함께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에 대한 존경심,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등 다양한 이야기로 토요일 오전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예능 초보자도 이곳에선 토크 능력자​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지난 13일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핑계고>의 매력 중 하나는 틀에 구애받지 않는 토크 예능이라는 점이다. 특별한 주제 없이 두서없이 나누는 이야기는 때론 엉뚱한 옆길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러한 전개 덕분에 어느 정도 형식이 갖춰진 TV 토크쇼에선 볼 수 없는 날것에 가까운 웃음이 형성된다. '핑계고 대상'을 차지한 이동욱을 비롯해서 공유, 이서진, 조정석 등 익히 잘 알려진 스타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의 노출이 거의 없었던 이번 정호연 편까지 고르게 재미를 확보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초창기엔 보조 MC 역할을 담당하는 조세호의 비정기적 동반 출연이 자칫 <유퀴즈>와의 차별화를 희석시킬 수 있는 우려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용이 강했던 <유퀴즈>와 다르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면서 이러한 걱정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

이번 정호연의 출연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웃음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던 정호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왜 이 사람의 인물이 자주 언급되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해준다. '예능 초보자'였지만 <핑계고>에서만큼은 '토크 능력자'라는 사실을 구독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자극적인 도구 없이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웹 예능은 이렇게 구독자들의 주말을 든든하게 책임지면서 다음 회차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핑계고 정호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