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연합 비례 9번을 받아 당선된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9번을 받아 당선된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 ⓒ 더불어민주연합 제공

 
10일 끝난 22대 총선에서 영화계 인사로는 더불어민주연합 9번으로 공천된 강유정 강남대 교수가 유일한 당선자가 됐다. 주요 정당들은 현장 영화인이나 영화계 인사를 비례정당 후보로 내세웠다.
 
조국혁신당으로부터 16번을 받은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제작배급사 대표에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아쉽게 당선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9번에 김미현 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연구본부장을 배정했다. 그러나 영화인들과의 접점이 약한 데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어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현장 영화인의 의회 진출을 바랐던 영화계는 다소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 21대 유정주 의원에 이어 강유정 교수가 영화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게 되면서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당선자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출판이사를 역임했고, 반독과점 영대위가 출범할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을 맡는 등 한국영화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이 때문에 영화계가 예산 삭감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영화 좌장 역할을 하는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스로가 영화평론가보다는 인문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고,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비례당선자라는 점에서 영화계 현안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에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영화계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교수는 비례후보로 선정된 후 지난 3월 22일 방송된 '오마이TV' 대담에서 "산업의 문제가 고상한 문제로 생각될 만큼 표현의 자유 문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강 교수는 또한 "지난해 경찰의 과잉수사 논란 속에 사망한 이선균 배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명인 사생활 보호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문화예술인 인권 법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이나 블랙리스트 문제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 서구동구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곽규택 후보. <친구> 곽경택 감독,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피디 동생이다.

부산 서구동구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곽규택 후보. <친구> 곽경택 감독,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피디 동생이다. ⓒ 곽규택

 
국민의힘 당선자 중에는 영화인이 없으나 영화인 가족이 당선돼 눈길을 끈다. 부산 서동구에서 당선된 곽규택 당선자는 <친구> 곽경택 감독과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동생이다. 경선 과정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를 누르기도 했다. 영화인 가족인 만큼 영화계 현안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주요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실행 어려울 수도

현재 영화계의 당면 현안은 영화발전기금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의 폐지 문제다. 지난 3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발표했으나, 영화인들이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 영화단체 "영화입장권 부과금 폐지? 받아들일 수 없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대체할 수 있는 분명한 대안 제시 없이 없애겠다는 발표만 먼저해 졸속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입장료 500원 정도 인하 요인이 생겼다고 밝혔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 결과로 영화계 일각에서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실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는 영화계가 반대하는 사안으로 야당 역시 문화예술계에 보조를 맞출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법안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영화계는 주로 야당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진보적 색깔이 다분한 특성때문이기도 하지만 보수 정권 시절 자행된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와 '입틀막'으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 위축을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인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총선 기간 국민의힘을 제외한 각 정당과 블랙리스트 특별법을 포함한 문화예술계 정책들을 제안하고 협약을 맺었다.
 
총선 결과에 따른 내각 총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문화예술 행정 쇄신 차원에서 유인촌 장관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총선 결과는 국민의 경고"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이번 총선 결과는 정권과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많은 것들이 총선 이후로 미뤄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이어 "당장 영화발전기금과 영화진흥위원회 운영에 대한 이슈가 급하다"며 "모처럼 영화인들이 합심해 연대체를 구성하고, 논의할 테이블을 마련해 놓았으니, 빠르게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이사는 당선자들에게 "문어농부(問於農夫)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자세로 한국영화를 '제대로' 되살리는 입법과 시행 작업에 국회는 영화계와 함께 만전을 기하달라"고 요구했다. 문어농부(問於農夫)는 세종이 재위 시절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을 찾아 농부에게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겠는지 물어보고 경청했다는 내용의 고사성어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은 큰 깨달음이나 진리에 이르는 데에는 정해진 길이나 방식이 없다는 뜻이다.
 
 총선 기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정책 과제를 토론하고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를 들고 있는 정윤희 디렉터, 우측에서 세번째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총선 기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정책 과제를 토론하고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를 들고 있는 정윤희 디렉터, 우측에서 세번째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블랙리스트 이후 제공

 
보수 정권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는 "윤석열 정부 민주주의 퇴행이 너무 심각하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유사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 디렉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 기간 중 유세현장에서 블랙리스트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문제를 언급해왔다"면서 "당내에서는 이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특별법 재정, 국회와 현장의 정책 협력 거버넌스 구축,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 조성과 문화 분권을 위한 문화재정 확충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했던 유인촌이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 있는 것도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410총선 한국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