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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용산어린이정원 포토존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용산어린이정원 포토존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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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12일이 마지막이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한 달이 되도록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활동 상황에 대한 서면 브리핑만 수십 차례 냈을뿐 기자들 앞에 서진 않았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선 기자가 질문을 할 수 없다. '이대로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면으로라도 제대로 알리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최근 이뤄진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임명은 공지되지 않았고, 김 비서관이 근무중인 상태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너무 안 연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동안 수석비서관들이 정책 사안을 직접 브리핑 해왔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은 맞다. 지난 3월 27일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이 경제 상황으로, 성태윤 정책실장이 보건의료 정책으로, 3월 22일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이 늘봄학교 관련으로, 3월 17일 성태윤 정책실장이 민생토론회 관련으로 브리핑 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주제가 한정된 브리핑에선 '대통령의 배우자가 투표를 했느냐'와 같이 정무적인 사안을 물어보긴 어렵다. 

대통령과 배우자의 투표 참여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의례적으로 행하는 공적 활동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투표 참여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김건희 여사, 사전투표했지만... 대통령실은 발표 안 해 https://omn.kr/288cl).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일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12일 브리핑을 통해서였다. 그에 대해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가 반박을 했지만, 이후 대통령실의 재반박은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에게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입장이 전해졌을 뿐이다.

신년 기자회견도 않는 대통령이 국민 1800여 명 만나본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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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이슈에는 대응을 최소화하고 유리한 이슈는 최대한 알린다'는 게 홍보의 기본이라 해도, 지금의 대통령실은 정도가 심하다. 홍보에 치우쳐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공보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그간 총 24회의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5570km를 이동하고, 1800여 명의 국민을 만났다"며 민생토론회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4.10 국회의원선거 결과가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민생토론회가 소통의 장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해야 할 신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은 대통령이 국민과 진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올해만 전국의 시장을 10곳이나 다닌 윤 대통령이 대파를 두고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 것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현장'은 백번을 가 봤자 헛수고라는 걸 깨닫게 한다.

답변을 하지 않으려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대라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대통령은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쇄신은 대통령실의 공보업무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따로 특별히 답변드리지 않을 텐데, 이전에 (이도운) 홍보수석(이 대변인으로) 계실 때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고, 특별히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답변을 하지 않으려면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 이전에 명품 가방 사안이 정리된 적도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은 답변이 아니다.

대통령실에서 이같이 무책임하게 나오는 것은 답변자가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리핑에서 이뤄진 질의·응답은 이른바 '백브리핑'으로 간주해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도록 하는 관행이 굳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도 적은데, 한 달에 한 번 기자들 앞에 서는 대통령실 대변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답변하지 않겠다'는 무책임, 질의응답은 무조건 '관계자'로 보도하는 관행, 이것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뼈를 깎아 쇄신을 한다 해도 그 진정성이 전달되기 어렵다.

태그:#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 #국정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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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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