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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 1004는 날개 달린 천사다. 신안군은 천사 조각상 1004개를 세우고 있다. 섬 하나에 천사가 하나다. 그 섬들에 가면 생명이 꿈틀대고 역사가 흐르며 자연이 숨 쉬고 낭만이 넘실댄다. 미래의 역사·문화·환경 자원으로 각광 받는 신안 1004섬. 그 매력을 새롭게 만나는 연중기획을 시작한다. 황호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와 이광표 서원대 교수가 매주 1회 집필한다.[기자말]
<흑산도 우럭간국과 우럭돌미역국>
흑산도 일대 섬들을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우럭 가두리 양식장을 볼 수 있다. 대둔도 다물도 영산도 일대 우럭 양식장에서는 인근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멸치를 먹이로 준다. 자연산 멸치를 먹고 자라는 흑산도 가두리 우럭은 자연산인가, 양식인가?
우럭간국과 우럭돌미역국이 흑산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히는 것도 청정 바다에서 자연산 멸치를 먹고 자라는 우럭을 재료로 쓰기 때문일 것이다.

우럭간국은 우럭 생물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감칠맛이 응축되어 깊은 맛이 난다. 말린 우럭에 소금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데 이를 간국 또는 젓국이라고 한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우럭구이는 소금을 뿌려 말린 우럭을 석쇠로 굽는다.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밥반찬으로 어울린다.
  
우럭을 석쇠로 구운 우럭구이.
 우럭을 석쇠로 구운 우럭구이.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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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바다 험한 파도가 키운 돌미역

흑산도 돌미역국은 지연산 돌미역에 생우럭을 넣고 끓인다. 흑산 바다에서 거칠고 험한 파도를 견디며 자란 돌미역은 빳빳하고 질기다. 끓여도 잘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끓일수록 그 맛이 깊다. 돌미역은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뽀얀 육수가 사골국물처럼 우러나온다.

억센 돌미역을 부드럽게 하는 비법은 따온 뒤 바로 말리지 않고 데친 다음 일주일 정도 냉장 숙성시키는 것이다.

<감태>
갈파래과의 다년생 해조류인 가시파래를 서해안 남해안 일대에서는 감태라고 부른다. 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털같이 가느다랗고 푸른색을 띤다. 매생이(산태)를 닮았으나 조금 거칠다. 매생이는 누에고치 실보다 가늘고 빽빽하며 색은 검푸르다. 감태는 갯벌, 매생이는 바위에서 자라는 점이 다르다.

신안군에서는 전복과 소라도 감태를 먹고 자란다. 지도 압해도 등지에서 많이 난다.
 
풋고추와 붉은 고추를 얹은 감태전.
 풋고추와 붉은 고추를 얹은 감태전.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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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는 한겨울 갯벌에 초록색으로 덮여 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추위를 견뎌야 쌉쌀한 맛이 강해진다. 갯벌에서 한 올 한 올 채취한 감태를 빨래하듯이 방망이로 두들겨 찬물에 수십 번 헹구어 내면 향긋한 감태가 탄생한다.

감태는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기와 맛이 독특하다. 익혀 먹기보다는 생으로 무쳐서 밑반찬으로 요리한다. 감태 음식으로는 감태자반 감태전 감태무침이 있다.

감태자반은 말린 감태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대파를 송송 썰어둔다. 간장 참기름 들기름 매실청 깨 같은 양념을 잘 섞는다. 자른 감태에 양념과 썰어둔 대파를 적당히 버무려준다.

감태전은 흐르는 물에 감태를 한 번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부침가루에 적당히 물을 넣고 반죽해서 손질한 감태를 넣어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넣고 부친다.

감태지(무침)는 감태에 멸치액젓과 간장을 넣고 버무린다. 쪽파를 잘게 썰어 감태에 넣고 깨소금을 넣고 버무려 무친다. 2~3일 보관해 노르스름하게 숙성시킨다.
감태에는 우유보다 6배나 많은 칼슘이 함유되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을 묽게 하고 숙변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 개선에 좋은 카테킨 성분이 풍부하다.

<갈파래>
갈파래는 청태(靑苔)라고도 한다. 갈파래는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조간대(潮間帶) 상부, 특히 민물이 흘러들어오는 곳에서 잘 자란다. 조수 웅덩이에 큰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늦가을부터 초여름까지 잘 자란다.

신안에서는 잔칫날이나 상갓집에서 가마솥에 갈파래를 가득 끓여놓고 떠먹는다. 장례식 때 돼지 삶은 국물에 갈파래를 넣고 오래 삶아도 입이 넓은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다
  
잔칫날에 가마솥에 끓여 놓고 먹는 갈파래.
 잔칫날에 가마솥에 끓여 놓고 먹는 갈파래.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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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파래를 이용해 떡도 찐다. 갈파래는 혈액의 항응고 작용, 면역 증강, 항(抗)종양성, 항바이러스성이 있는 식품이다.

<붕장어탕>
붕장어는 뱀장어목 붕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생김새는 뱀장어와 비슷하나 뱀장어와 달리 바다에서만 서식한다. '아나고'는 붕장어의 일본식 이름. 뱀을 닮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잘 먹지 않았으나 일제 강점기에 붕장어를 즐겨 먹는 일본인들을 따라 식용하기 시작했다.
 
보양식 붕장어탕.
 보양식 붕장어탕.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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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탕은 여름에 먹는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8, 9월에 먹는 붕장어 간국도 알아준다. 붕장어 간국은 이틀 남짓 말려서 기름이 살짝 배어 나올 정도가 되면 끓인다.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

<보리숭어구이와 마른숭어찜>
눈자위가 노란 숭어는 겨울철에 맛있다. 눈자위가 까만 숭어는 오뉴월 보리가 익을 무렵이 최고다. 그래서 보리숭어라고 한다.

기름이 오를 대로 오른 보리숭어의 등을 따 물기를 뺀 보리숭어를 그늘에서 바람에 말린다. 말린 보리숭어를 숯불에 올리고 소금을 뿌리며 굽는다. 반월도 수제 고구마 막걸리를 곁들이면 궁합이 잘 맞는다.
 
보리가 익을 무렵 나오는 보리숭어구이.
 보리가 익을 무렵 나오는 보리숭어구이.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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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생선찜의 대표는 민어찜이지만 겨울숭어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익혀도 여전히 딱딱한 생선토막을 찢어서 입에 넣으면 소고기 육포 맛이 난다. 암태도 마른숭어찜을 최고로 알아준다. 숭어는 한 달 이상 말려야 제맛이 난다.

숭어는 비늘을 제거한 뒤 등을 따서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소금 간을 한 뒤 겨울 햇볕에 한 달 이상 바짝 말린다. 바짝 마른 숭어를 물이나 쌀뜨물에 담가서 반나절 정도 불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압력솥에 넣고 찌는 것이 더 맛있다.

<인동초 막걸리와 약주>
인동초(忍冬草)는 반상록 덩굴식물.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다고 하여 인동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은 5, 6월에 핀다. 처음에는 연한 붉은 색을 띤 흰색이지만 나중에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초 막걸리와 홍어회는 궁합이 잘 맞는다.
 인동초 막걸리와 홍어회는 궁합이 잘 맞는다.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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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는 다른 섬에 비해 인동초가 많다. 인동초 잎을 따서 하루쯤 두었다가 은근한 불에 가볍게 덖어내 종이봉투에 담아 두고 한 번에 2~3g씩 더운물에 우려내 차로 마신다. 해열, 이뇨, 감기 예방과 만성 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

인동초 감초 당귀 및 음양곽을 혼합한 재료에 쌀과 누룩을 얹어 발효시키고, 발효 물에 다시 인동초 및 감초 추출물을 혼합해 숙성시켜 약주와 탁주를 빚는다.

<간재미 회무침과 된장찜>
홍어와 가오리는 체색(體色) 변이가 많고 형태가 유사해서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홍어는 상온(常溫)에 두면 피부에 쌓여 있는 요소가 암모니아로 발효해 삭혀지면서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반면에 가오리는 상온에 두어도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상해 버린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정호 연구관은 "흑산도 일대에서 나는 찰지고 발효가 되는 홍어를 참홍어라고 구분한다"고 말했다.

신안군 섬음식 백서에 따르면 '연안에서 많이 나는 가오리류를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일대에서는 간재미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에는 '간재미와 가오리의 모양이나 피부 돌기를 보고 어떤 어종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한다. 간재미와 가오리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어종이라는 이야기다.
   
지역에 따라 가오리 또는 간재미라 불린다.
 지역에 따라 가오리 또는 간재미라 불린다.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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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재미 회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장과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신안의 진미(珍味). 간재미 무침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미나리와 오이다. 겨우내 자라 향이 강한 미나리일수록 좋다. 간재미 회무침은 싱싱할 때 바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신안에서는 반건조 간재미로 된장찜을 해 먹는다. 양념장에는 진간장, 된장, 고운 고춧가루, 굵은 고춧가루, 다진 양파, 다진 홍고추, 다진 풋고추, 대파 다짐, 다진 마늘, 맛술, 참기름, 통깨가 들어간다. 재료와 조리법이 복잡해 직접 하기보다 전문점에 가서 먹는 것이 좋다.

<함초>
함초(鹹草)는 서해안 남해안의 바닷가 간석지에 흔하게 자라는 염생(鹽生)식물. 명아줏과의 한해살이 풀로 예전에는 염전에서 귀찮은 잡초로 취급됐다. 프랑스에서는 술과 고급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함초는 신안의 천일염전 주변에서 자생하지만 지금은 농가에서 재배한다. 녹색으로 자라다 가을이 되면 자주색이 된다. 잎과 가지의 구별이 거의 없으며 원기둥의 줄기에 마디가 많고 굵고 통통하다. 그래서 퉁퉁마디라는 이름이 생겼다.

염전 주변의 잡초가 고급음식 재료로

소금기를 듬뿍 지닌 함초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나쁜 성분을 걸러내고 좋은 성분을 농축한다. 바닷물이나 개펄 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을 듬뿍 흡수해 미네랄이 김의 40배, 칼슘은 우유의 5배나 들어 있다.
   
막걸리 술빵과 푸른색이 도는 함초술빵.
 막걸리 술빵과 푸른색이 도는 함초술빵.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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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합초 즙을 내어 밀가루와 반죽하거나 함초 분말과 밀가루를 일정한 비율로 반죽하여 함초칼국수를 만든다. 함초의 발효액을 일반 양념과 혼합해 소고기, 돼지고기를 잰 함초양념갈비, 함초 추출액에 닭고기 돼지고기를 숙성시킨 함초 바베큐도 있다. 함초 나물과 함초 고추장을 곁들인 함초영양비빕밥, 함초 발효액에 간장을 일정 비율로 배합하여 숙성시킨 함초간장게장도 식도락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함초회무침 함초샐러드 함초김밥 함초술빵도 인기다.

<톳>
톳은 경사가 완만한 암초 지대나 파도가 심하지 않으며 펄이 넓은 지역에서 큰 군락을 이룬다. 신안에서는 톳을 이용해 톳밥, 톳무침, 톳장아찌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자산어보>에는 '맛이 담백하고 개운해서 데쳐 먹을 만하다'고 나와 있다. 말린 톳은 찬물에 20~30분 잘 불린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제거한 후 요리를 한다. 갯바위에 붙은 톳은 갈색이지만 말리면 검은색, 요리를 위해 뜨거운 물에 데치면 푸른색을 낸다.
 
톳으로 담근 장아찌.
 톳으로 담근 장아찌.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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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이나 섬마을에서 쌀이 떨어진 보릿고개에 톳을 넣어 밥을 지어 먹었다. 건강식이나 웰빙식으로 톳밥을 개발한 식당도 있다. 전복을 넣어 만든 톳전복개우젓밥도 신안이 아니면 먹어보기 힘들다. 톳전복밥(내장 포함)에 게우젓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 독특한 섬음식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강성국 김경휘 양동휘 노선미, <신안군 섬음식 백서>, J&H, 2022
강제윤, <전라도 섬맛 기행>, 21세기북스, 2019
김준, <바다맛 기행>, 1,2,3, 자연과 생태, 2015


태그:#신안천사섬, #섬음식백서, #흑산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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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탐사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두해 연속 수상했다. 저서 '박종철 고문치사와 6월항쟁'은 언론 지망생들의 필독서 반열에 들었다. 시사월간지 신동아에 황호택이 만난 사람을 5년 5개월동안 연재하고 인터뷰 집을 7권 펴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를 지냈고 현재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겸직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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