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화를 꺾고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3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터트리며 연장 11회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4일까지 8승2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한화를 안방으로 불러 주말 3연전을 모두 승리한 키움은 선두 NC 다이노스에게 1경기 뒤진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7승4패). 

키움은 선발 김선기가 5이닝3피안타1실점으로 2경기 연속 좋은 투구를 선보였고 연장 11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루키 전준표가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타선에서는 송성문이 7회 한화 선발 김민우를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터트렸고 3번2루수로 출전한 이 선수가 3안타2홈런2타점2득점으로 키움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 동점 솔로포에 이어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작렬한 키움의 간판스타 김혜성이 그 주인공이다.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혜성이 연장 11회말 무사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혜성이 연장 11회말 무사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유일 유격수-2루수 GG 수상자

키움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피를 이어받은 휘문고 내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지명했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까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당시 키움의 주전 유격수는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었다. 결국 이정후는 타격재능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변신했고 루키 시즌 179안타111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외야수로 변신한 이유는 꼭 김하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키움에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했던 또 한 명의 대형 내야 유망주 김혜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전 3루수 김민성(롯데 자이언츠)이 1988년생, 2루수 서건창(KIA 타이거즈)이 1989년생이었던 만큼 1999년 1월생 김혜성이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히어로즈의 내야는 원활한 세대교체를 할 수 있었다.

입단동기 이정후가 입단 첫 해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동안 루키 시즌 1군에서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혜성은 2018년 서건창의 부상을 틈타 2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270 5홈런45타점79득점31도루를 기록했다. 2019년엔 유격수로 43경기, 2루수로 50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야구팬들이 김혜성을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 젊은 내야수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즌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과 좌익수까지 오가며 팀의 빈자리를 채우던 김혜성은 2021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키움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다. 2021년 전경기에 출전한 김혜성은 타율 .304 3홈런66타점99득점46도루로 도루왕 타이틀과 함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13타수8안타(타율 .615)로 맹활약하고도 메달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였지만 실책을 무려 35개나 저질렀던 김혜성은 2022년부터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어든 김혜성은 2022년 타율 .318 4홈런48타점81득점34도루를 기록하며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유격수 골든글러브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오직 김혜성 한 명 밖에 없다.

.174 빈타 후 .538 3홈런12타점 맹타

2022년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190(21타수4안타)으로 부진한 김혜성은 작년에도 이정후가 86경기 출전에 그쳤던 키움에서 실질적인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물론 팀의 최하위 추락으로 빛이 바랬지만 타율 .335 7홈런57타점104득점25도루는 프로 데뷔 후 최고성적이었고 유격수 시절까지 포함하면 3년, 2루수로는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루키 시즌 출전경기가 부족해 해외진출자격을 얻지 못한 김혜성은 친구 이정후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김혜성 역시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자격이 주어지는데 지난 3년 간 골든글러브를 휩쓸고 있는 김혜성 역시 팀 선배 강정호와 김하성처럼 개인적인 목표는 대부분 이룬 상태다. 김혜성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감출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김혜성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타율 .174(23타수4안타) 1홈런1타점으로 이름값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키움 역시 개막 4연패 이후 간신히 첫 승을 따내며 고전했다. 몇몇 야구팬들은 빅리그 진출이라는 김혜성의 목표가 너무 무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혜성이 타격감을 회복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막 후 5경기에서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김혜성은 최근 6경기에서 무려 26타수14안타(타율 .538) 3홈런12타점7득점6도루를 폭발시키고 있다. 특히 7일 한화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1회 한화 선발 김민우를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터트린 데 이어 연장 11회에는 4번째 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작렬했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김혜성은 그 중 5경기에서 멀티안타와 멀티타점을 기록했다.

김혜성은 2020년과 작년에 기록한 7홈런이 한 시즌 개인 최다홈런 기록이고 작년까지 통산 홈런도 26개에 불과했다. '똑딱이'까진 아니지만 거포는커녕 '중장거리 타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올 시즌 하체 움직임을 바꾸며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까지는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즌 후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혜성은 과연 올해 얼마나 인상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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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히어로즈 김혜성 멀티홈런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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