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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사는 저같은 사람은 오히려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에 거주할 계획은 없지만 투표했습니다." 

지난 1일부로 마감된 재외국민 투표 참여자들은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꼭 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각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미국, 일본(가나다 순)에 거주하는 2030대 재외국민들이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했다. 

22대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는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세계 115개국 178개 재외공관의 220개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22대 총선에 유권자로 등록한 재외국민만 14만 7989명이다. 

[남아공] 아프리카서 투표한 1600명 중 한명... 투표소에서 한인 만나니 신기함마저
 
주남아공대사관에 설치된 투표소. 남아공에는 투표소가 이곳 하나뿐이다.
 주남아공대사관에 설치된 투표소. 남아공에는 투표소가 이곳 하나뿐이다.
ⓒ 김찬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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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행정수도 프레토리아에 사는 김찬희(29)씨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22대 총선에 투표한 재외국민 1600명 중 한 명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거주할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 사는 가족, 친구들을 위해 투표했다. 

남아공 재외국민 투표소는 프레토리아에 있는 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한 곳뿐이다. 김씨는 대사관이 집에서 20분 거리라 "투표가 쉬운 편"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아프리카의 재외국민들이 투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프리카는 각 나라마다 대사관이 없는 경우도 꽤 있다. 남아공 대한민국 대사관이 겸임국으로 (옆 나라인) 레소토와 보츠와나까지 맡고 있어 그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도 투표가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살다가 한인이 적은 나라에 이민을 와서 투표장에 나를 빼고 투표를 하는 사람이 2명 밖에 없어 신기했다. 그럼에도 평소 나 외에는 한인을 볼 일이 없다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일상에서 벗어나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남아공 또한 5월 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주변 남아공 친구들이 한국의 투표나 정치 시스템을 궁금해 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아공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아 주변에서 필사적으로 투표를 하려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범한 국민인 개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하지만 작은 행동은 투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살다보니 투표의 힘이 아주 중요하게 느껴진다"라며 "귀찮다고 생각 마시고 희망의 한 표를 행사하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비행기표에 숙박까지 100만원 경비... "투표했으니 떳떳"
 
뉴질랜드 대사관 재외투표소. 예진씨는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투표했다.
 뉴질랜드 대사관 재외투표소. 예진씨는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투표했다.
ⓒ 예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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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오타고 지방에 사는 예진(30)씨는 투표를 위해 비행기표를 끊었다. 뉴질랜드에는 남섬이 아닌 북섬에만 재외국민 투표소가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나 숙박 등을 포함해 경비만 100만 원 가량이 들었고 회사에는 연차도 냈다. 

시급이 평소보다 1.5배나 더 쳐주는 뉴질랜드 부활절에 3일씩 연차를 냈기 때문에 월소득에서 손해가 막심하다. 그럼에도 예진씨는 "투표는 내 소중한 권리라고 생각해서 그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투표를 했기 때문에 내 권리에 대해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7일에 투표한 예진씨는 "대사관 직원들이 환대해주셔서 투표하는 것이 한결 안심됐다. 투표를 위해 들인 돈의 액수를 떠나 한국은 직접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유권자인 내가 직접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예진씨도 주변에서 투표를 하러 갔다는 재외국민은 보지 못했다.

그는 한국 유권자들에게 "뉴질랜드에 와서 보니 여기 국민들은 자기 이익보다는 추구하는 가치를 생각하면서 투표한다. 비장애인이더라도 '세금이 나가는' 장애인 화장실이 필요하니 만들어야 한다면서 투표한다. 내 권리보다 남을 더 생각하면 투표에 대한 정답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미국] 갓난아기와 차로 왕복 4시간... "미국에선 이정도면 가까운 편" 
 
뉴저지 한인회 2층 사무실에서 투표한 정송현씨. 그 또한 왕복으로 4시간을 아기를 안고 투표에 참여했다.
 뉴저지 한인회 2층 사무실에서 투표한 정송현씨. 그 또한 왕복으로 4시간을 아기를 안고 투표에 참여했다.
ⓒ 정송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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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주에 사는 정송현(31)씨는 지난 2023년 미국으로 이주해 이번에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를 경험했다. "멀리 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한 정씨는 지난 3월 29일 뉴욕총영사관 산하에 있는 뉴저지 한인회관에서 투표했다. 거기까지 가는 데 주를 하나 넘어 차량으로 왕복 4시간이 걸렸다. 

최근 출산한 정씨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차를 왕복 4시간 타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라며 "나보다 더 멀리 사는 사람들은 투표하러 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다들 미국에서 (투표소까지) 그 정도 거리면 가깝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뉴저지 한인회관 건물 바깥은 미국 그 자체인데 건물에 붙은 투표소 안내 표시가 한국에서 보던 바로 그것이었다"라며 "투표소 내부도 한국이랑 똑같았다. 안내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신분증 확인하고 용지를 출력해 투표 부스로 안내받아 투표함까지 완벽하게, 한국처럼 아주 친절하고 신속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라며 놀라워 했다.

정씨는 "남편의 동료 연구원인 중국인 친구가 '투표하러 간다고 뭐가 바뀌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남편은 '우리는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R&D 예산 등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라며 "한국은 중국에 비해 내 한 표가 삶에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고, 그래서인지 정치가 조금 더 와닿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 편도 1시간 거리... "오시느라 수고하셨다" 칭찬에 쑥스러움도
 
기자에게 재외투표 확인증을 보내준 김영준씨. 그는 일본 도쿄에서 투표했다.
 기자에게 재외투표 확인증을 보내준 김영준씨. 그는 일본 도쿄에서 투표했다.
ⓒ 김영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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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에 거주하는 김영준(32)씨는 매번 빠짐없이 재외국민 투표를 해왔다. 김씨는 "도쿄에는 재외투표소가 3군데 마련돼있어 다행히 편도로 1시간만 가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분증 확인부터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계속 해주셔서 자랑스러움 반 쑥스러움 반이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당장은 귀국 계획이 없지만 투표권이 생긴 이후로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투표를 해왔기에 보궐선거를 비롯해 어떤 투표든 앞으로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해외에 사는 사람은 오히려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중요하다.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투표로 만들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태그:#뉴질랜드, #미국, #일본, #남아공,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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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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