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날씨예보 보도 화면. (MBC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지난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날씨예보 보도 화면. (MBC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 MBC

관련사진보기

 
일기예보에서 파란색으로 숫자 '1'을 크게 표시한 MBC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장 백선기)로부터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심의위원 다수가 민주당을 상징하는 숫자 1과 파란색을 쓴 것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봤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4일 회의에서 지난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을 받게 돼 중징계에 속한다. '관계자징계'는 법정제재 중에서도 선방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기도 하다. 

당시 방송은 당일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센티미터 당 마이크로그램)이었다고 전달하면서 파란색 숫자 1을 그래픽으로 크게 표시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의견진술에 출석한 박범수 MBC뉴스룸센터장은 날씨예보에서 1을 쓴 것과 관련해 "최신 (컴퓨터 그래픽, CG) 신기술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인 권재홍 위원은 "신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1을 썼다는 설득력이 없다. 1이란 숫자는 민주당 기호를 연상케 한다. 1이란 숫자를 크게 톱으로 내세우기 위해선 1이라는 숫자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날 서울 (미세먼지)평균치가 8이었다.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센터장은 "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서 나오는 자료를 참고했고, 당시 최저값이 제곱미터당 1마이크로그램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은 1이라고 돼있다"면서 "종합적인 수치가 아니라 환경공단 에어코리아가 최저치를 1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 "무리한 심의, 정치탄압"
백선기 "명예훼손" 최철호 "무슨 정치심의냐" 


이어 그가 "방심위와 선방위에서 하는 심의가 정당한 것도 있지만 대다수가 무리한 심의,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다"고 항의하자, 백선기 위원장이 황급히 발언을 제지하며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철호 위원은 "무슨 정치심의냐"라면서 고성을 질렀다. 박 센터장은 "말씀드린 내용은 회사 공식 입장"이라고 맞섰다. 

최철호 위원은 "MBC에서 (서면 답변으로) 제시한 KBS 날씨 등은 한 군데도 숫자를 키워서 방송한 데가 없다, (미세먼지) 좋음, 나쁨으로 한다"며 "상징적으로 드러난 부분, 색깔, 숫자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미세먼지 1이란 수치도) 사실과 왜곡돼 있다, 적절한 표현방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다른 방송사 예시를 든 건 초미세먼지 수치와 미세먼지 수치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고, 숫자와 상관 없다"고 항변했다. 

손형기 위원도 "이정도 민원이 들어오고 했으면 상식을 가진 방송인이라면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다 유감을 표하고 사과를 하는 게 마땅한데, (도리어)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며 "문화방송이 언제 이렇게 망가졌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하자 박 센터장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임정열 위원은 "신기술이라고 하는데 (숫자) 크기가 통상적이지 않다, 선거 기간이고 오얏나무 갓끈도 고쳐매선 안 된다, 선거 민감성을 생각한다면 조심했어야 했다"면서 "(기상캐스터 멘트가) 오늘 1입니다, 서울은 1입니다라고 하면 (정치적 의도라고) 시청자들은 연상을 한다,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박범수 센터장은 "보도가 논란이 됐을 때, 보도국 직원 아무도 이 보도가 문제가 될 거라 인식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놀랐다"면서 "뉴스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쓰는데, 프리랜서가 취약한 위치를 무릅쓰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런 날씨 보도를 했다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도 보도도 (선방위에) 걸린다고 하면 누가 자유롭게 보도를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질문해봐야 대답은 똑같을 거고, 지금 심의에서 느낀 건 MBC 제작진과 선거방송심의 하는 것과 엄청난 견해 대립이 있구나 라는 것이다. 질의한다고 해서 수정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감이 생긴다"면서 "특정 정당이 연상됐다, 민원인이 생각했고 특정시기에 민감한 부분이 됐다, 팩트는 사전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위원회는) 어느 쪽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날씨 보도에 왜 1자를 확대했나 프레임 씌워서 어떤 세력은 공격할 수 있겠다"면서 "그런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정색하고 심의할 사안인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히지 않는다, 상당히 언론탄압 요소가 있다"고 했다. 박 센터장이 '언론탄압'을 거듭 언급하자 백선기 위원장은 불편한 듯 "발언할 때 조심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자 박 센터장은 "우리(MBC) 입장이 그렇다. 개인 의견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말조심하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권재홍, 최철호, 손형기 등 과반(5명) 위원이 최고 수위인 '관계자징계' 의견을 냈고, 미세먼지 날씨예보로 MBC는 '관계자징계'를 받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인 심재흔 위원은 "날씨까지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야 하나, 파란색 1까지 문제라고 이야기하니 정부 언론탄압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라며 징계 자체를 반대했지만, 다수 위원들에게 밀려 관철되지 못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지난 2023년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 지난 2023년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태그:#MBC, #미세먼지1
댓글4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