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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성동구갑 후보 선거공보물 앞면. 왼쪽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오른쪽이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다.
 중구성동구갑 후보 선거공보물 앞면. 왼쪽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오른쪽이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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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국회의원 후보자가 장애인의 권리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요? 장애인을 유권자로서 얼마나 존중하고 있을까요? 언론 기사로 후보들의 지지율을 찾아보긴 어렵지 않지만, 후보자들의 정책, 특히 장애인 권리 정책으로 무엇을 내세우는지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활동하고 있는 중구성동구갑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어떤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는지, 어떻게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신경쓰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성동구에 사는 1만 1000여 명의 장애인들, 그리고 장애인과 함께 성동에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권리 공약, 필요한 내용이나 포괄적인 권리 보장 공약 부족

먼저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에 의하면 두 후보 모두 장애인 권리와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였습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 중 9번 '더불어 행복한 성동'에 장애인 관련 공약으로 장애, 아동, 어르신 가족의 통합 돌봄센터 추진,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생활회관 건립 추진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돌봄센터 설립은 가족이 책임지거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노동을 통해 자립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형 공공일자리 확대 공약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400명의 중증장애인을 중증장애인맞춤형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해고했고, 성동 지역에서도 중증장애인 20명이 해고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지역 내 장애인 단체, 진보 정당의 요구를 전 후보가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응봉동 지역에 장애인 야외 활동 공간 조성을 공약했습니다. 지역 장애계 내에서 장애인 생활체육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러한 점이 공약에 반영된 듯합니다.
  
전 후보와 윤 후보의 장애인 정책을 비교한 내용.
 전 후보와 윤 후보의 장애인 정책을 비교한 내용.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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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공약으로 반영한 것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두 후보의 공약에서 이러한 다양한 권리를 아우르는 정책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일상, 사회생활은 한두 가지 요소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 교육, 노동, 여가, 건강, 돌봄, 소득보장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권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두 후보의 공약은 이러한 내용을 포괄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윤 후보의 공약은 분야, 적용 지역 등이 좁아 성동구 내 장애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3월 31일 두 후보자가 참여한 토론회, 유튜브나 블로그와 같은 일상적 홍보 매체에서는 장애인 권리 정책이 별로 나오지 않아 장애인 권리에 대한 두 후보자의 입장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장애인 정책 협약, 했거나 취소하거나
  
전 후보와 중구성동구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월 27일 협약을 체결한 모습이다.
 전 후보와 중구성동구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월 27일 협약을 체결한 모습이다.
ⓒ 중구성동구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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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성동구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중구성동총선연대)는 중구, 성동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지역구 후보에게 장애인 권리 공약 협약과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중구성동총선연대는 중구성동구갑, 을 후보자들에게 UN장애인권리협약을 반영한 정책 수립, OECD 평균 수준 장애인 예산 증액, 이동권, 노동권, 자립생활 권리 등을 담은 정책 협약을 요청했습니다.

중구성동구갑 선거구 후보자 중 전 후보는 3월 27일 중구성동총선연대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전 후보는 "공약에도 장애인 일자리 문제, 장애인 평생교육 문제와 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반영했다"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비롯한 많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역할과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중구성동총선연대와 협약을 4월 2일 진행하려 했으나 후보 측의 요청으로 취소되었습니다.

장애인에게 너무 어려운 선거 공보

장애인들은 장애인인 동시에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권리 공약 외에 다른 공약들도 장애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후보들이 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공보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참정권,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도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가이드',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용어집' 등을 만들어 후보들이 찾아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구성동구갑 선거구 후보자들은 누구나 알기 쉬운 공보물, 홍보물을 만들었을까요? 저와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에게 물어보니 알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단어였습니다.

허브, 역세권, 비즈니스타운, 행정타운, 엔터테인먼트, 특화, 복합첨단산업밸리, 인프라, 클러스터, 융합, 연륙교, 특목고, 플랫폼, 유니콘, 개발진흥지구, 아케이드, 리모델링, 미복개, 수변활력, 액티브, 비산먼지...

두 후보 다 별다른 설명 없이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단어는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시민들 모두에게 어려운 내용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두 후보 공보물 모두 문장을 풀어쓰지 않고 단어로 마무리하거나,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읽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글자 크기가 작고 내용이 많아 집중하여 읽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글자 크기가 너무 작으면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아동, 노인, 저시력장애인 등도 읽기가 매우 힘듭니다.

선관위 가이드에서는 어려운 용어는 쉽게 설명하고, 외국어는 가급적 안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장은 풀어쓰고, 문단 간격은 충분히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전 후보(왼쪽), 윤 후보(오른쪽) 공약집 내용. 어려운 단어, 풀어쓰지 않은 문장, 작은 글씨 크기, 좁은 문장, 문단 간격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이 읽기 어려워했다.
 전 후보(왼쪽), 윤 후보(오른쪽) 공약집 내용. 어려운 단어, 풀어쓰지 않은 문장, 작은 글씨 크기, 좁은 문장, 문단 간격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이 읽기 어려워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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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홍보물을 통해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들에게 공약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도 다소 부족했습니다. 각 후보의 블로그에서 자신의 공약을 쉽게 설명한 내용은 거의 찾을 수 없었고, 유튜브 영상도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공약 설명에는 고딕체를 주로 사용한 점, 제목과 본문의 글씨 크기를 다르게 한 것 등은 읽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윤 후보의 공보물에 실린 일부 사진은 공약을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윤 후보의 공약집에 공약을 이해하게 돕는 사진들이 몇 장 들어있다.
 윤 후보의 공약집에 공약을 이해하게 돕는 사진들이 몇 장 들어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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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가 실현되는 성동구, 후보도 주민도 함께 관심을

이렇게 장애인 권리로 중구성동구 갑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보물을 살펴보았습니다. 후보 각자 나름대로 지역에 필요한 장애인 권리를 공약했습니다. 후보들이 장애인 권리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후보들이 당선 이후 약속을 잘 지키도록 지역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후보들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장애인의 이야기를 잘 들었으면 합니다.

두 후보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 발달장애인을 비롯해서 누구나 알도록 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많이 부족했습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누구라도 선거에 참여하도록 쉬운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성동에 사는 분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성동구, #장애인, #권리, #전현희, #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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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 중입니다. 하는 일을 권익 옹호 활동 담당입니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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