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적지에서 삼성을 꺾고 개막 4연패 뒤 3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8-3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해도 유력한 꼴찌후보로 꼽히던 키움은 개막 4연패를 당한 후 내리 3연승을 기록하며 6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 없는 7위 자리를 지켰다(3승4패).

키움은 선발 김선기가 5이닝3피안타1사사구3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루키 김윤하도 3이닝2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4회 우월 투런 홈런을 터트린 로니 도슨이 결승타와 함께 2타점3득점2볼넷을 기록했고 시즌 첫 경기를 치른 이주형이 3안타2득점, 키움의 간판스타 김혜성이 3안타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3연승을 달린 키움은 시즌 초반 리그 최고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게만 보였던 이정후-안우진의 공백

히어로즈는 2012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9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해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숨은 명가'였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선발투수 최원태(LG 트윈스)를 트레이드하는 등 전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하위에 머물렀다.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를 괴롭혔던 키움의 아쉬운 추락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키움을 최하위 후보로 전망했다. 팀의 간판스타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2022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에이스 안우진마저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년 동안 45개의 홀드를 기록했던 믿음직한 좌완 셋업맨 김재웅도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상무야구단에 지원해 오는 6월 10일 입대가 예정돼 있다.

유력한 최하위 후보 키움은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일찌감치 순위표의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승 8패 평균자책점2.65를 기록했던 아리엘 후라도가 3월 23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4이닝7실점으로 뭇매를 맞았고 29일 LG전에서는 6이닝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좌완 엔마누엘 데 히이수스 역시 26일 NC 다이노스와의 첫 등판에서 3.1이닝5실점(4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안우진의 입대와 최원태의 이적으로 마땅한 토종에이스가 없는 키움은 27일 NC전에서 해외파 출신의 7년 차 우완 김선기를 선발로 투입했다. 하지만 시즌 3승이 개인 최다승인 김선기는 시즌 첫 선발등판 경기에서 4이닝5실점을 기록하며 NC 선발 이재학과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물론 토종투수 중에서도 믿을 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개막 첫 4경기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이정후가 빠진 타선 역시 허전한 것은 마찬가지. 키움은 가뜩이나 약하다고 평가 받는 타선에서 작년 최원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대형 유망주 이주형마저 허벅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최주환을 4번타자로 활용했고 김혜성이 톱타자로 나섰지만 개막 후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득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빈약한 공격력에 시달렸다.

3연속 선발승과 특급 유망주의 복귀

3월 29일 LG전에서 LG 선발 디트릭 엔스를 공략하지 못하고 0-3으로 패한 키움은 30일 경기에서 작년 토종투수 최다승(14승)에 빛나는 임찬규를 상대했다. 하지만 키움은 임찬규를 상대로 5이닝 동안 7안타로 6점을 올리는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아며 8-3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에 작년까지 프로 통산 15승에 불과했던 키움 선발 하영민은 5이닝2피안타1볼넷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디펜딩 챔피언' LG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31일은 첫 등판에서 체면을 구겼던 헤이수스 차례였다. 작년까지 KBO리그에서 5년 간 활약하며 통산 68승을 기록했던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를 상대한 헤이수스는 7이닝4피안타 무사사구7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5이닝9피안타3실점의 켈리를 압도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타선에서는 김혜성과 김휘집,송성문이 나란히 홈런포를 터트렸고 4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방망이가 폭발했다.

LG를 상대로 안방에서 기분 좋은 위닝시리즈를 거둔 키움은 대구로 자리를 옮겨 2일 삼성을 상대했다. 3월 27일 첫 등판에서 4이닝5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던 김선기는 두 번째 등판에서 5이닝3피안타1사사구3탈삼진1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김선기는 5회까지 투구수가 단 63개에 불과했지만 스코어가 8-0으로 벌어지면서 6회부터 루키 김윤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가장 좋을 때 기분 좋게 마운드를 내려온 것이다.

김선기의 호투와 도슨, 김혜성의 맹타 만큼 홍원기 감독을 기쁘게 했던 것은 이주형의 건강한 복귀였다. 이날 1군에 등록되자마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주형은 첫 타석에서 투수땅볼로 물러난 후 4,5,6회 연속으로 안타를 치면서 시즌 첫 경기이자 부상 복귀전에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이주형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키움의 리드오프로 활약한다면 히어로즈는 이주형과 도슨으로 이어지는 강한 테이블세터를 구성할 수 있다.

키움은 3일 경기에서도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19순위로 입단한 전주고 출신의 좌완 루키 손현기가 선발 데뷔전을 갖는다. 로테이션이 두 바퀴째 돌고 있지만 아직 키움은 선발로테이션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을 만큼 불안정한 전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움은 4연패 뒤 3연승으로 최하위에서 7위까지 빠르게 순위를 끌어 올렸다. 그 어떤 팀도 겁 없는 영웅들의 기세를 쉽게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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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히어로즈 3연승 김선기 이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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