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 투표, 민주주의.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때면 무언가 거대하고 대단한 관점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유권자도 그저 평범한 개인일 뿐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이라는 점을 잊으면 정치가 현실과 유리되기에 좋은 듯하다. 그래서 그럴까, 정치인 혹은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늘 따지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여성학자 케이시 윅스(Kathi Weeks)는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을 통해 일은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면서 "보통의 시민이 일에 쏟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의 경험은 정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정치는 오히려 특정한 일자리나 일자리의 부족에 집중하는 바람에 일터가 사적인 영역이자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으로만 인식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은 그야말로 "온종일 하는" 일의 의미를 사회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보여준다.

전직 대통령, '일'에 대해 고찰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에서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에서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 넷플릭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이라면, 제작에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참여했다는 것일테다. 알려진 바로는, 오바마는 작가인 스터드 터켈(Studs Terkel)의 1974년작 책 <일 : 사람들이 온종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걸 느끼는지 말하다>(Working: People Talk About What They Do All Day and How They Feel About What They Do)을 대학 시절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큐의 제목도 여기서 따왔다. 

터켈의 책과 다큐의 공통점이 있다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표현을 빌리면 "(터켈의 작업은) 처음으로 누군가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직업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왜 일에 대해, 직업에 대해 물어봐야 했을까? 1970년대 미국 사회는 자동화의 바람이 불면서 외국과 더 많은 경쟁에 돌입하던 때였고, 그에 따라 자본주의가 더더욱 고도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터켈이 그 시기 노동의 모습에 집중하며 시대의 변화에 주목했듯, 오바마와 제작진은 계층 사다리의 아래부터 위까지를 모두 올라가 보기로 한다. 평소에 주목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기 어려운 이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호화로운 호텔의 하우스키퍼, 자택 요양 도우미 등 누군가의 편안함과 안온함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부터 요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회장, "국가 권력을 대체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기업의 수장까지. 

각자가 하는 일과 관련해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경제적 위치, 정치적 맥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당사자들의 입을 직접 빌려서 보여준다. 자동화가 호텔 하우스키퍼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위 '로봇'들이 호텔의 다양한 서비스를 대체해 나가는 것이다. 100년 전만 해도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미국을 살리기 위해 도입되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에서 돌봄노동자들은 제외되었다. 그들의 노동은 가치가 낮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다큐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그러한 인식이 낳은 유산의 "직계 후손들"이다.

22대 국회는 '일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더 닮아지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에서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일 :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에서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 넷플릭스

 
대학생 오바마에게 터켈의 책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만난 하나의 계기였다. 터켈의 책이 나오고 50년이 지난 지금, 자동화는 이제 우리 삶에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요소가 됐다. 모두가 인공지능에 관해 이야기하고,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또 없어질지에 대해 뜨겁게 토론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주목해야 할 건 그 안의 사람과 그들이 관계 맺는 방식 아닐까? 실제로 오바마는 묻는다. "당신이 모든 것을 타인의 노동을 통해 얻게 된다면, 당신은 타인에게 어떤 책임을 지고 있나요?" 우리는 모두 타인의 노동에 빚지며 살고 있다는 감각을 다큐는 계속 놓지 않는다. 

처음 언급했듯 정치는 하나의 거대담론이지만, 우리 삶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가 평생 일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 주변과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면, 정치 역시 그것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국회에서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건 결국 이겁니다. 소속감을 느끼는 것, 쓸모 있는 일을 하며 인정을 받는 거죠. 중요한 일을 하고요.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일처럼 말입니다. (중략) 그리고 일은 우리를 연결해주는 것 중 하나죠. 모두가 자신의 일이 존중받고 모두의 공헌이 인정받으며, 모두가 공동체의 삶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급여를 받으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로의 신뢰가 강화됩니다."
410총선 넷플릭스 일하는삶 버락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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