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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며 했던 고민들, 집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챙겨야 했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집은 분명 '사는 (buy)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담아내야 하는 '사는 (live) 곳'이니까요.[기자말]
내게 있어 겨울은 꽁꽁 싸맨 채 집에서 귤이나 까먹으면 딱 좋은, 그런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즐긴다며 눈 쌓인 스키장을 찾는 것도 30대까지였고, 요즘엔 집안에서 가장 덜 추운 곳을 찾아, 이불을 잔뜩 뒤집어쓴 채 누워있는 게 제일 행복하다.

그런데, 이런 혹한의 계절에, 나는 집을 짓고 있다. 12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겨울 들어 가장 추운 1월을 지나고 있었고, 현장은 거푸집과 철근, 망치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다. 추위 겁쟁이가 바라보기엔, 공사장의 강추위는 공포 그 자체이다. 거기서 일을 해야 하는 작업자분들은 괜찮으신가? 걱정이 앞선다.

"(현장) 소장님, 날씨가 너무 추운데 필요한 거 없으세요? 날씨가 걱정이네요."
"없어요. 겨울 공사 항상 해온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담돼요. 안전하게 작업하겠습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주택을 짓는 것은, 철근 배근과 콘크리트 타설, 단열과 방수의 반복이다. 첫 주의 공사를 통해 기초를 다지는 단계부터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한 단열을 몇 겹이나 둘러싸더니, 둘레에 철근을 이어 벽체를 만든 후 기초 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후에는 방수를 위한 작업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집의 뼈대가 되는 골조는, 철근을 꼼꼼하게 잇는 배근 작업 후 콘크리트로 벽체를 채운다는 설명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벽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콘크리트가 채워지는 모양 틀인 거푸집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내가 평지붕이 아닌 경사지붕을 선택하는 바람에 표준형의 거푸집을 하나하나 잘라서 연결하는 목공 작업에 몇 배나 품이 들었다.

처음에는 왜 목수분들이 팀을 이뤄 골조 작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는 안다. 철근을 잇고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것은 며칠의 작업이었지만, 거푸집을 한 땀 한 땀 이어서 벽체와 지붕을 만드는 것은 수 주가 걸리는 일이었다.

"요즘 배근 작업은 거의 외국인들이 해요. 그래도, 목수 팀은 한국 분들이랍니다."


기초작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사 현장을 찾았던 주말이었다. 공사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중국어가 들렸다. 현장소장님께 여쭤보니 배근 작업은 중국 작업자들이 하신다며, 요즘의 건축현장은 외국인들이 꽤나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현장소장님께서 목수 팀은 한국 분들이라며 자랑스러워하시는 것을 보니, 역시 목수가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은퇴하시면 집을 지을 사람이 없다고도 하신다. 젊은이들이 점차 노동 현장에서 멀리 있고 싶어 하는 현실이니 수긍이 가기도 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작업은 순조로웠다. 날씨가 변수이기는 했지만 기초 콘크리트 타설은 12월 13일에 완료되었고, 곧바로 건축물 현황측량을 진행했다. 1월 4일에는 1층 벽체와 2층 바닥 배근 작업이, 1월 9일에는 콘크리트 타설이 끝났다.

양생(콘크리트 뒤 굳을 때까지 수분 유지 등 충분히 보호 관리하는 작업)을 기다리는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골조를 포장으로 덮고는 내부에 열풍기를 틀어놓으시더라. 겨울 공사여서 걱정되는 영하의 기온은 이렇게 대책을 세우는 거였다. 걱정하지 말라던 현장소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낯선 용어들, 두려운 결정... 그럴 때 해야하는 건 '질문'
 
1차 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된 후, 영하의 날씨를 견디기 위해 포장을 덮고 내부에는열풍기를 틀어주었습니다. 유난히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었는데, 안심하게 되네요.
▲ 한겨울의 양생을 돕기 위한 특단의 조치! 1차 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된 후, 영하의 날씨를 견디기 위해 포장을 덮고 내부에는열풍기를 틀어주었습니다. 유난히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었는데, 안심하게 되네요.
ⓒ 하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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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을 기다리는 동안 집 주변으로 외부 비계가 높아지더니, 바로 2층 벽체와 지붕에 대한 철근 작업이 진행되었다. 집은 점점 더 헬레이저의 머리처럼 뿔이 삐죽하게 솟았고, 가장 힘들었던 2층의 경사지붕에 대한 거푸집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시고는, 1월 31일에는 2층 콘크리트 타설까지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12월에 시작된 공사는 1월 말이 되자 골조 공사가 끝났다. 골조가 마무리되는 날, 작업자분들과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여전히 아쉽다. 

"2차 콘크리트 타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중도금 준비해 주세요."
"아직 2개월밖에 안 지났는데요?"


2차 콘크리트 타설을 일주일쯤 앞두고, 현장소장님께 문자가 왔다.

공사기간이 총 6개월이라고 하셔서, 공사비도 기간에 따라 균일하게 나눠서 내겠거니 싶었다고 답을 했더니 '계약서를 꼼꼼히 봐라' 하신다. 계약서를 들춰보니 '계약 시 10퍼센트, 착공비 40퍼센트, 골조공사 완료 후 40퍼센트'라고 명확히 쓰여있었다.

그렇다면 골조공사가 약 2개월 만에 끝났으니, 2개월 만에 전체 공사비의 90퍼센트가 지불되는 거다. 분명히 앞으로 공사는 4개월이 더 남았는데, 남은 10퍼센트의 금액으로만 남은 공사들을 하게 된다니... 생각할 때는 뭔가 이상했지만, 사실이었다. 
 
골조공사는 12월과 1월의 혹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추운날, 매일 야외에서 철근, 망치, 못과 함께하는 공사장이 너무 힘드셨을텐데, 감사할 뿐입니다.
▲ 가장 추운 두 달동안의 골조공사 골조공사는 12월과 1월의 혹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추운날, 매일 야외에서 철근, 망치, 못과 함께하는 공사장이 너무 힘드셨을텐데, 감사할 뿐입니다.
ⓒ 하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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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을 알아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는다. 일터에서의 20년 동안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차이를 좁혀가는 것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건축 현장의 낯선 언어들에 놀라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매번 두렵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때 무얼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대놓고 물어보는 거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내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무엇을 다르게 만드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나 준비가 안 된 건축주였지만, 이런 모자란 모습을 그대로 들켜도 괜찮은 시공팀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을 망치지 않게 할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제일 추웠던 두 달 동안 골조가 끝났다. 콘크리트가 필요한 곳은 이제 다 채워졌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양생에 요구되는 기간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겨울은 28일로 정해졌단다.

4주 동안 겨울의 차가운 날씨를 이겨내고,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운 콘크리트가 철근에 제대로 연결되어 목표한 강도를 가질 것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 2월은 통째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2월 한 달은 공사장이 아예 닫히는 걸까? 대답은, 아니오!

골조가 튼튼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공사장은 쉴 틈이 없었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던 골조작업이 공사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제 전체 공사비의 90퍼센트를 지불했으니, 남은 4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신기하고 궁금하다.
▲ 두 달 만에 골조가 마무리되었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던 골조작업이 공사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제 전체 공사비의 90퍼센트를 지불했으니, 남은 4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신기하고 궁금하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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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거푸집을 철거했고, 일을 마친 거푸집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집 옆에 쌓였다. 설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창호를 확정했고, 에어컨 업체를 결정하면서 내부 공사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했다.

올해는 윤년이라 하루를 더 벌기는 했지만 짧은 2월은 더 빠르게 흘렀고, 점차 도면의 모습대로 갖춰가는 집을 보며 남은 공사가 더 기다려졌다. 그리고, 드디어 봄이 왔다!

태그:#고향집다시짓기, #집짓기의즐거움, #골조공사, #중도금지불조건, #한겨울의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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