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예선 2연전을 끝으로 '황선홍 임시감독 체제'가 종료하면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황선홍호는 태국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홈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던 황선홍호는 지난 26일 열린 태국 원정에서는 기분좋은 3-0 완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2차에선 3승 1무(승점 10)로 선두를 지킨 한국은 2위 중국(승점7), 3위 태국(승점 4)과의 격차를 벌리며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황선홍 감독은 이미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긴급요청으로 임시 소방수 직을 수락했다. 황 감독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선수단 내분 사태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이강인의 발탁, 손흥민의 주장 재신임, K리거와 새 얼굴들의 과감한 기용 등을 통하여 복잡한 난제들을 정리해주며 임시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제 다시 공은 축구협회(KFA)로 넘어오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협회는 이제 잠시 미뤘던 축구대표팀의 새 정식감독 선임에서부터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 계획과 방향성, 협회 내부의 개혁 방안까지 축구팬들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차기 사령탑 선임이다. 협회는 본래 3월 태국전부터 새 감독을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국내파 감독 선임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K리그 2024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현직 K리그 감독의 차출 가능성이 높아지자 축구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심상치 않은 여론을 파악한 협회는 결국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정식 감독 선임 논의를 일단 뒤로 미뤘다.
 
다소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유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대표팀은 늦어도 5월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6월부터 재개되는 2차 예선부터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다. 나아가 2년 뒤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비하여 대표팀의 세대교체와 방향성도 재정비해야 한다.
 
당초 협회는 촉박한 시간과 선수단 파악, 영입 비용 등의 문제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국내파 감독 선임에 무게가 쏠리는 듯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또 달라졌다. 문제는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임시 감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황선홍 감독은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올림픽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도전에 전념해야하는 만큼 더 이상의 겸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황 감독은 태국원정을 마치고 귀국 인터뷰에서"A대표팀 정식 감독직에 욕심이 없다. 올림픽팀에 전념할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황 감독을 제외하면 국내파 감독으로 우선순위는 현직 K리그 감독들이다. 그런데 이미 이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피부로 확인한만큼 협회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K리그 감독들을 후보에서 제외한다면 선택의 폭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를 무시한다면 지난 2월 트럭시위 사태의 재림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K리그 현직 감독을 제외하면 야인중에서 그나마 후보로 거론될만한 국내파 감독으로는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이나 박항서 전 베트남대표팀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정도가 있다. 이중 박항서 감독은 황선홍 감독과 함께 태국전 임시 감독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된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은 A대표팀 수석코치로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는 사령탑으로서'카잔의 기적'(독일전 승리)'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는 대표팀 유경험자다.
 
한편 외국인 감독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먼저 세뇰 귀네슈(터키) 전 FC 서울 감독과 스티브 브루스(영국) 전 감독 등 유명 지도자들이 본인의 의지와 에이전트들의 추천으로 한국 대표팀에 이끌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협회에 지원서를 제출한 해외 지도자들도 복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대표팀 새 감독의 조건은 히딩크의 '압박축구', 벤투의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철학과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접목시킬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선수단을 확실하게 장악할만한 비전과 원칙,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여야만 한다. 이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협회의 몫이다.
  
협회가 늦게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모든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합리적인 명분과 절차를 통하여 정식 감독을 선임하고, 앞으로 대표팀을 어떻게 재건해 나가느냐에 달렸다. 한국축구를 어디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명확한 방향성과 비전이 필요하다. 만일 협회가 이번에도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부터는 다시 축구협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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