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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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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번기라 다들 굉장히 바쁘거든요? 그래 다들 바쁘다고 그래가지고 못 오실 줄 알았는데 만사 제쳐놓고 오셨어요. 지금 묘목 파다가 이래 쫓아오셨어요." 

안동시여성농민회 신효원 회장의 말이 끝나자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농민이 멋쩍게 씩 웃는다. 3월 농번기에, 경북 안동의 여성 농민 10여명이 농사일도 다 못 끝내놓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지난 29일 안동시 임하면의 한 보육센터를 방문한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동은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후보가 국회의원을 독점해왔다. 그런데 거대 양당도 아닌 녹색정의당, 그것도 지역구 후보가 아닌 비례대표 후보가 방문했다는 이유로 바쁜 농민들이 모인 것이다. 

신효원 회장은 김옥임 후보를 두고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할 때도 항상 앞장서서 몇날 며칠을 지새우셨어요"라면서 "농민 국회의원을 국회로 보내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옥임 후보도 "(출마를) 고민했는데 내가 누구 '빽' 믿었겠나요? 농민이 행복한 농촌,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고자 하는 여성 농민들 '빽' 믿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어요"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농사 지어봐야 해"
 
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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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5번)로 나선 김옥임 후보는 지난 2019~2020년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아래 전여농) 회장을 지냈다. 그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36년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여성 농민이기도 하다. 지어온 농작물도 다양하다. 감자, 토마토, 마늘, 양배추, 브로콜리를 거쳐 지금은 홍미향(만감류)을 키운다. 그는 스스로를 이번 22대 총선 유일한 진보 정당의 농민 후보이자 동시에 유이(二)한 제주 출신 비례대표 후보라고 소개한다. 

함께 전여농 활동을 했던 여성 농민들도 논산과 평택에서 하던 농사일을 잠시 접고 김 후보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김옥임 후보는 28일에는 남해, 29일에는 안동, 30일에는 제주로 간다. 그의 29일 안동 일정을 동행했다. 

김옥임 후보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는 기자에게 "너무 재미없게 자란 거 아니예요?"라고 웃으며 말할 정도로 농촌과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저, 농사 잘 짓거든요. 한여름에 콩밭 가서 김 매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과연 그걸 해본 국회의원이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민의 아들 농민의 딸 말고, 태풍 맞아서 농산물 다 쓸려 내려가고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없겠다고 망연자실했던 그 심정은 농민이 아니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농민이 국회의원이 돼 농민들의 비빌 언덕이 돼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여성 농민들을 만나면 그냥 손 잡고 눈물을 흘려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에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잖아요.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농민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제가 만난 어르신이 그랬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3일만 굶어보면 바른말 할 거라고요. 국민에게 쌀이,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거부권 행사는 농업을 천시하는 거죠. 농민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게 됐어요." 

김옥임 후보는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표자회의에 대파를 들고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겨울에는 냉해가 심하고 장마철에는 병충해가 심해요. 한 번은 양배추를 심었는데 태풍이 불어서 반이 사라졌어요. 대파도 그런 이유로 많이 생산되지 못해서 값이 오르는데 정작 농민이 버는 돈은 없죠. 대통령은 마트에 가서 875원 대파 가격이 합리적이라면서 수입 농산물 물량을 늘린다네요.

그러면 한국서 농사짓는 농민들 다 어떻게 되겠나요? 국민 밥상이 수입 농산물로 채워지면 좋나요? 농민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파로 대파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875원이 합리적이라고요? '네가 농사해 봐'라는 말이 나오고요. 말문이 막혀요." 

 
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열린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 한 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29일 안동시립임하보육정보센터(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열린 여성 농민들과 간담회. 한 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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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과정에서 그는 잠시 선거복을 벗고 냉해로 피해를 입은 대파를 다듬기도 했다. 

"대파를 다듬는데 누가 저에게 '농사일도 잘하시네요'라고 하셨어요. (웃음) 저 일 잘해요! 지금도 집에 가면 한밤중에도 밭에 가서 일해요. 냉해 피해를 입은 농작물을 어떻게 팔까 망연자실해 있는 농민에게 정치 잘 해보겠다고 말하는 것도 참 민망해요. 그럼에도 정치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설득해야죠. 농민 국회의원으로 단순히 농민이 사는 문제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입은 피해를 다시 농업에서 풀어내야 해요." 

녹색정의당 비례 3석 이상 나와야 의정 활동 가능

그러나 현실이 남았다. 녹색정의당의 낮은 지지율 속에 김옥임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기에는 여론조사의 수치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녹색정의당에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고육지책으로 비례대표 순환제를 도입했다. 국회의원 임기 4년을 2년씩 쪼개 더 많은 비례대표를 국회에 입성시킨다는 시도다. 녹색정의당이 비례로 총 3석을 얻으면 비례 5번인 김옥임 후보도 비례순환제를 통해 국회 진입이 가능하다. 김 후보는 "소수정당 입장에서 많지 않은 의석수를 두고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해주셨으면 해요"라고 대답했다. 

"녹색정의당에 실망을 많이 한 국민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명단을 보시면 정말 진보정당답게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활동해온 사람들이 있어요. 다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살펴봐주시면 좋겠어요. 위성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소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아직 있잖아요. 저도 36년간 농촌에서 여성 농민들과 함께 농업을 살리는 데 일생을 바쳐왔어요. 이들이 여성 농민 국회의원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전국을 다니면서 직접 만나봤어요."

그는 전여농 회장을 2년간 맡으면서 "목숨을 걸었다"라고 회상했다.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임기는 2년이겠으나 그때처럼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다. 그는 농민 대표로 국회에 들어가게 된다면 △농어민 1인당 30만 원 기본소득 지급 △농작물 재해보상 제도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동부동 웅부공원에서 만난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손바닥을 펼쳐 녹색정의당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동부동 웅부공원에서 만난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손바닥을 펼쳐 녹색정의당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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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옥임, #녹색정의당, #전여농, #여성농민, #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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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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