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23-2024 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정규리그 승률 9할(27승3패)을 자랑하는 KB스타즈의 우위를 예상했다. 실제로 KB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안방인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17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우리은행 우리WON과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4승2패로 우위에 있었다. 사실 KB의 챔프전 우승을 예상하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3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양 팀의 챔프전은 우리은행이 2승1패로 앞서 있다. 1차전에서 68-62로 승리하며 KB의 '청주불패'를 마감시킨 우리은행은 2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3점슛 7방을 터트리며 통산 13번째 우승(챔프전 우승 12회)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반면에 KB는 남은 4,5차전에서 한 경기만 패해도 팀 역사상 최고승률기록을 세운 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놓치게 된다.

우리은행은 2차전에서 5득점으로 부진했다가 3차전에서 14득점으로 살아났던 '또치' 박혜진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KB를 상대로 충분히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반면에 KB가 남은 4,5차전을 모두 잡아내면서 역전우승을 차지하려면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이 '슈퍼 에이스' 박지수의 대활약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챔프전은 우리은행과 KB의 '양박전쟁'이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 지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챔프전 치를수록 살아나는 '원조 에이스'
 
 박혜진이 28일 3차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주면 우리은행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박혜진이 28일 3차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주면 우리은행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휩쓸었던 WKBL 역대 최다승(319승) 기록보유자 김단비와 2000년생의 '젊은 에이스' 박지현이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우리은행이 차지했던 8번의 우승을 모두 이끌었던 우리은행 역대 최고의 선수는 단연 박혜진이다. 특히 2015년부터 2017까지 치자했던 3연속 챔프전 MVP 수상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V리그의 가빈 슈미트와 박혜진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2021-2022 시즌까지 우리은행의 독보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혜진은 지난 시즌 발바닥과 무릎부상으로 고전하며 12.8득점6.2리바운드3.8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떠오른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다행히 라이벌 KB가 박지수의 부상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5위로 추락하면서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 시즌 우리은행 우승의 일등공신은 박혜진이 아닌 이적생 김단비였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에도 무릎부상으로 정규리그에서 17경기 출전에 그쳤고 우리은행이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2011-2012 시즌 이후 12년 만에 한 자리 수 득점(9.1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시즌 중반 KB와의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박혜진을 무리해서 투입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 그리고 박혜진의 최종목표는 정규리그 1위가 아닌 챔프전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1차전에서 9득점8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한 박혜진은 26일 2차전에서 5득점8리바운드3어시스트3실책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박혜진은 28일 안방에서 열린 3차전에서 중요한 3점슛 2방을 포함해 14득점9리바운드5어시스트1스틸1실책으로 맹활약하면서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18득점, 2차전 12득점을 기록했던 박지현이 3차전 9득점으로 미끼(?)가 된 사이 박혜진이 오랜만에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3경기에 결장했던 박혜진은 챔프전에서 3차전까지 모두 36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사실상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3차전에서는 무려 39분53초라는 긴 시간 동안 코트를 누볐다.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평균나이가 많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홈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박혜진이 3차전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우리은행의 우승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지수 '체력'에 달린 KB의 챔프전 우승
 
 KB는 4,5차전에서도 다시 한 번 박지수의 대폭발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KB는 4,5차전에서도 다시 한 번 박지수의 대폭발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지수가 현 시점에서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시즌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에서 13.8득점8.1리바운드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던 박지수는 이번 시즌 29경기에서 20.3득점15.2리바운드5.4어시스트1.8블록슛을 기록했다.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5연속 라운드MVP를 휩쓸었던 박지수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즌 개인 통산 4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박지수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하나원큐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9.7득점16.3리바운드3.3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수는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서도 3차전까지 평균 24.3득점18리바운드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수가 챔프전에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능가하는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골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에도 KB는 시리즈 전적에서 1승2패로 우리은행에게 밀리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존재감을 자랑하는 박지수의 약점을 굳이 찾으면 이번 시즌 67.1%에 그쳤던 자유투 성공률과 상대적으로 약한 체력이다. 이 때문에 김완수 감독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박지수를 백업센터 김소담과 교체하며 체력관리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여유 있는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박지수가 많은 시간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지수는 이번 챔프전에서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출전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1차전에서 20득점16리바운드를 기록한 박지수는 2차전에서 무려 37득점20리바운드를 폭발하며 KB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후반전부터 박지수에게 압박수비가 집중되면서 체력적인 부담으로 2차전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3차전에서 올린 16득점18리바운드도 충분히 훌륭한 기록이지만 '봄 농구 버전 박지수'에게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은행의 '박지수 봉쇄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KB는 박지수의 활약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는 팀이다.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며 벼랑에 몰린 KB가 4,5차전을 잡아내고 역전우승에 성공하려면 결국 박지수가 2차전에 버금가는 활약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이틀에 한 번씩 챔프전을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매우 지치겠지만 박지수가 끝까지 버텨야만 KB의 우승확률도 올라간다. 결국 이번 시즌 KB의 챔프전 우승은 박지수의 체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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