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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28일 광주광역시 서구 인근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28일 광주광역시 서구 인근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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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1992년 경북 의성군으로 귀농, 2006년·2010년엔 의성군의원, 2018년엔 경북도의원을 지냈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로도 출마했다.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경북에서 20년 가까이 풀뿌리 정치에 몸을 담아 온 정치인이다.

4.10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를 통해 전략지역 후보로 선출돼 더불어민주연합(아래 민주연합) 비례대표 13번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8일 광주에 떴다. 대부분의 민주연합 후보들이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출정식을 진행한 것과 다른 선택이었다.

TK(대구경북)에서 성장한 그가 광주에서 첫 선거운동 행보를 나선 까닭을 물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시민들이 보여줬던 오월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경북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 답변이 되돌아왔다. 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사회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친 비례정당 민주연합이 상징하는 '연합정치'의 후보가 광주시민의 지지를 업고 지역주의를 깨고 개혁적 목소리를 낼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지역주의를 해체할 연합정치'만이 화두는 아니다. 귀농 후 최근까지 소를 키워온 축산인이자 농부인 임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내내 "자고 일어나면 마주치는" 지역소멸, 농촌지역의 위기를 말했다. 지난 26일 본인 페이스북에는 '사과 값 1개 만 원' 뉴스를 공유하면서 "농가의 주머니에는 10원 한 장도 들어가지 않는 유통의 문제" 등을 토로한 바도 있다. 그가 이때 거론한 밥상물가·기후위기·지방소멸·지방자치 실종은 사라진 듯 보이지만 다시 찾아서 풀어야 할 정치권의 과제들이다.

다만 그에게 주어진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조국혁신당 바람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비례대표 투표 분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3번 배치'는 국회 입성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도 민주연합 후보 인지도 열세, 조국혁신당에 비해 저조한 주목도 등을 묻는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임 후보는 "(13번은) 전략적 배치란 생각"이라며 웃었다. "어려운 데서만 선거를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더 익숙하다"고도 했다. 그는 "(조국혁신당 바람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 민주당에도 분노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선거기간 유권자들이 원하는 당의 모습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면 흐름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연합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일부 시민사회 추천 후보들을 두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총선 이후에도 연합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임 후보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광주시민들의 정신, 경북에서도 지키려는 사람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8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달빛 연합으로 지역주의 극복 정권 심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8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달빛 연합으로 지역주의 극복 정권 심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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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대구·경북(TK) 전략지역 비례대표로 선출돼 13번을 받았다.

"대구·경북 민주당 입장에선 의미 있는 결과다.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전략지역 비례대표를 지역 권리당원 참여 경선을 통해 뽑았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와 달리 TK 당원과 지지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비례대표다. 이렇게 마련된 교두보로 지역 대표성을 갖고 계속 개혁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 전략지역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민주당 출신 TK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효능감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 'TK 전략지역 비례대표'의 13번 배치. 어떻게 받아들였나.

"전략적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남들 다 걱정하는 번호다. 주변 정당 사람들도 '아이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자신이 생겼다. 워낙 어려운 데서만 선거를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내게 더 익숙하다. 뛴 만큼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부분의 민주연합 후보들은 국회의사당에서 출정식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광주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


"시작하며 가장 호소하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고민해봤다. 여기서 하고 싶었다.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보여준 (민주주의를 위한) 정신을 경북에서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TK 출신 민주연합 후보로 호남 유권자들에게 어떤 호소를 할 수 있나.

"(그동안 TK 후보들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출마해왔다. 인생을 온전히 집어넣었다. 예를 들어 남편 김현권(경북 군위·의성·청송에서 세 차례 낙선, 20대 국회 비례대표)의 선거를 보면, 2004년 출마 때 18%, 2012년엔 27%, 2020년엔 36%였다. 선거라는 게 36%로 안 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를 부탁드리고 싶었다. 저희가 안에서 두들기고 있으니, 여러분이 밖에서 두들겨 주시면 단 한 석이라도 교두보로 만들어 민주당에서 힘 있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이 말을 광주시민께 하고 싶었다."

- TK 지역 유권자들에겐 어떻게 지지를 호소하려 하나?

"1990년대 TK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이 대략 3~5%였다. 21대 총선 경북 13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더해 평균을 내니 약 25%가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에계?' 할지 몰라도, 약 30년간 그렇게 쌓아 올렸다. '허대만(경북 포항 출마, 7번 낙선 끝에 향년 52세로 사망)'이란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민주당이) 안 될 것 뻔히 알면서도 찍어주는 마음들도 있지만, 아직 '저긴 찍어도 안 돼', 그런 사표심리가 크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 놓고 찍어 달라 하고 싶다."

- 민주연합 후보 선출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봤나.

"민주연합 공천과 관련한 평가는 선거 이후 반드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 아쉬웠던 건 여성농민 정영이 후보가 '사드 반대 투쟁'에 참여했단 이유로 사퇴하는 지경에 이른 점이다. 이념논쟁에 불을 지피고 종북논란까지 끌어낸 국민의힘도 황당했지만, (민주당도) 막아주지 못했다. 총선 이후 연합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서로 양보하고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지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연합정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조국혁신당 역할 고무적이지만... 2기 촛불정부 완수 위해 민주연합도 필요"

- 최근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향 조사에서 민주연합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만날 깨지는 선거만 해서 의석수를 계산하지 않는다. 흐름은 바뀔 거라고 본다. 그동안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동안 조국혁신당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선거기간 과거와 다른 모습, 유권자들이 원하는 당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있다면 살려주실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막 초조하지만은 않다."

- 호남에서도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민주연합보다 높게 나타난다. 민주연합 후보로서 조국혁신당의 바람을 어떻게 보나.

"조국혁신당이 총선에 나서며 (심판) 구도가 명확해졌다. 만일 조국혁신당이 없었다면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구도 아래서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었겠나. 조국의 등장으로 윤석열이 불려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라 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 대통령을 최대한 감추고 싶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숨으려야 숨을 수 없게 됐다. 그 측면에서 조국혁신당의 역할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야를 아울러) 정권 심판 여론의 지평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당선권으로 점쳤던 민주연합 후보들의 원내 진입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고민을 더 해봐야겠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앞서 대구·경북에서 갖는 이번 총선의 의미를 말했고, 또 하나는 (민주연합으로) 처음 시도하는 연합정치다. 진보진영의 토대를 연합정치로 넓혀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연합정치를 통해) 지역주의의 강고한 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졌으면 한다."

- 어떻게 설득할 건가.

"언젠가 한 당원이 (조국혁신당과 관련한) 고민을 이야기하기에, 이번 총선에서 중심에 둬야할 것은 2기 촛불정부를 누가 완성할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민주연합은 시민단체·진보당·새진보연합·민주당 등 네 세력이 다 들어와 있다. 철도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의사, 교사...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 전문가들이 있다. 2기 촛불정부 완수를 위해선 (조국혁신당만 아니라) 민주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지매들이 거동 힘든 노인 됐는데, 지방사람 손으로 뽑은 사람들이..."
 
2022년 5월 12일 임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후보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2년 5월 12일 임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후보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임미애 선거서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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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지역소멸과 밥상물가 등 개혁과제들이 총선판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에서 느끼는 소멸 위기감은 무지무지 크다. 자고 일어나면 마주치는 현실이다. 한 집 건너 두 집이 비어있다. 스물여덟에 (경북 의성군으로) 시집을 왔는데, 그땐 '아지매'였던 사람들이 혼자 거동이 힘들어 요강을 끼고 사는 노인들이 되셨다. 이걸 매일 바라보는 사람이 느끼는 위기감이다."

- 중앙 정치인들이 그러한 위기감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고 보나?

"(지역소멸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그러니 김포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이야기를 지방사람 손으로 뽑힌 사람들이 올라가서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결국 수도권 입맛에 맞는 정책과 예산편성만 말한다. 전 그게 화가 난다. 지방 목소리를 제대로 내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제도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지방 의회 선거제도를 손보는 일을 해야 한다."

- 지역정치의 현실은 어떤가.

"2022년 지방선거 때다. 대구시의회 선거에서 약 68%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광주시의회는 약 55%였다. 왜곡된 지방정치 탓에 지방자치도 자연히 존폐 위기에 처했다. 상임위원회도 없는 곳에선 회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지방의회를 구성할 일꾼을 찾을 수 있을까? 지방소멸은 곧 지방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점점 없어진다는 뜻이다."

- 국회에서도 지방자치의 위기를 말하기는 하지만,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못했다.

"지방자치에 있어선 영남이든 호남이든 그 이해관계가 (양당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험지 출신인) TK 민주당이 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당 내부서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상대 당 의원들이) 설득되다가 당리당략 탓에 입장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걸 수없이 봤지만, 그럼에도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12년간 경험했다. 일단,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지방의회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지방의회 선거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려 하나?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3인 이상 선거구로 늘린다든가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고민해보고 싶다. 이 상태로라면 무투표 당선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남과 경북의 광역의회만이라도 시범으로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농촌과 '말 안 통하는' 한국정치의 현실...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

- 총선 이슈 중 하나가 '금사과·금대파'다. 최근 "사과 한 알에 만 원이 넘어도 농가 주머니에는 10원 한 장 들어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본인이 농부이기도 한데.

"농가소득은 물론 농업인구도 줄어들었고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다. 큰 틀에선 직불제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 공익직불제 시행이 5년 가량 됐는데 손볼 것들이 너무 많다. 농촌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듣는다. '내 손으로 찍은 국회의원인데 우리 말을 못 알아듣고 우리는 그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는. 내가 뽑은 의원이 우리 상황을 모른다는 말이다. 특히 농업 관련해선 더 그렇다. 어지간한 정치인은, 농민들은 '아' 하면 알아듣는 단어를 모르고 있다. 그게 한국정치의 현실인 것 같다."

-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뭔가?

"살기 어렵다고 한다. 저도 느낀다. 문재인 정부 때는 소값이 그래도 괜찮았다. 청년농부 양성한다고 유입 정책도 했고. 도시에서 생활비나 주택문제를 감당하느니, 농촌에서 살아보겠다고 내려온 청년들이 있었다. 그때 딸기 재배 교육 등을 받고 이 정도만 유지돼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청년 농부들도 많았다. 그런데 (시작할 때) 대출받은 정책자금을 원금부터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지금 농촌은 너무 어렵다. 전날 의성에 한 축산농가에 있는 분이 연락이 왔다. 부도 직전이라고. 아들이 도시에서 농사짓겠다고 왔는데 솟값이 kg당 4000원 이상 떨어지고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올해와 내년 원금상환을 앞둔 청년농부들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위기감을 지금 누가 알까."
 
- 농촌의 경우, 기후위기 문제가 작황 문제로도 이어질 텐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기후문제는 농촌에서 피부로 와닿는 사안이다. 지금 파값, 사과값 이런 문제는 기후위기와도 밀접하다. 올해 들어 사과가 2만 원 되지 않으리란 법 있나. 꽃 피는 시기, 비와 바람, 서리가 내리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농업이야말로 기후위기와 관련한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농촌과 지방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수도권의 산업 도시로 공급되는데, 전기요금은 똑같다. 요금 차등제를 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해왔다. 그런 목소리도 내고 싶다."
 

태그:#임미애, #더불어민주연합, #총선, #조국혁신당, #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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