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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립니다.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 해고와 지방소멸을 막아내고, 모두가 함께 사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충남의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330 충남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향한 충남의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알려내기 위해 오마이뉴스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3월 30일, 태안에서 만납시다![기자말]
류민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류민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추진위원회 공동대표
ⓒ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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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일입니다. 토요일 오후, 어떤 하루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주말이면 늦은 오후까지 이불을 움켜쥐고 몸을 둥굴리던 저는, 무척 오랜만에 한낮의 거리를 걸어 보려 합니다. 저는 태안에 갑니다. 전국에서 149개 단체와 319명(3월 28일 기준)의 시민들이 추진위원으로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의 날입니다.

당장 내년, 2025년 문을 닫을 태안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후재난에 맞서, 비민주적 산업전환 정책에 맞서, 차별과 불평등, 뿌리 깊은 소외와 억압에 맞서 전국에서 모인 천여 명의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한낮의 거리에서 희망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함께 걷고자 할까요.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소리 높여 바라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330 충남노동자행진의 일곱 가지 요구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기후위기, 우리가 대안이다! 기후정의, 우리가 길을 낸다!"라고 적힌 414 기후정의파업 중 펼쳐진 대형 현수막
 "기후위기, 우리가 대안이다! 기후정의, 우리가 길을 낸다!"라고 적힌 414 기후정의파업 중 펼쳐진 대형 현수막
ⓒ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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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기후재난으로부터 노동자와 농민, 시민의 일과 삶을 지키고, 모두의 존엄과 안전, 생명을 보장하라.

봄의 문턱에서, 우리는 어떤 낭만보다는 분명한 경고를 '감각'합니다. 계절이 저물고 피어나는, 생명이 잠들었다 깨어나는 우리 생태의 시계는 이미 부서져 조각났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나 높아졌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약속했던 기후재앙 대응 '마지노선'인 1.5도를 끝내 넘어선 것입니다.

폭염과 혹한, 홍수와 가뭄, 산불, 미세먼지, 감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었습니다. 타오르는 지구, 아픈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 노동자와 시민들의 일과 삶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시민들의 안전과 존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참사의 현장 마저도 정무적 담합을 위한 포토존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이웃들이, 가족들이,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병들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회가 일상이 된 재난으로부터 모두의 안전과 생명, 존엄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며 함께 걷습니다. 

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에너지 불평등의 대안으로, 에너지 민영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시민이 통제하는 공공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절실한 과제이나, 그 전환의 경로에 따라서, 더 큰 위기, 또 다른 폭력과 야만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 권력과 기업들이 손 잡아 추진하는 민간 주도의 재생 에너지 '산업'과 '시장'은, 너무나 느리고 정의롭지 못합니다. 우리 노동자와 시민들의, 우리 생태의 사회적 필요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공 재생 에너지 (운동)'은 이에 맞서 '공공적 전환'의 경로를, 모두의 지속가능한 일과 삶, 존엄을 위한, 신속하고 정의로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합니다. 우리는 국가가 직접 나서 대규모 투자로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노동자와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에너지 생산과 분배의 체계를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셋. 탈석탄 지역 발전 노동자 모두의 노동조건 후퇴 없는 총고용을 보장하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발전소 노동자들은 지역에서 어렵고 위험한 노동조건을 견디며 오랜 시간 우리 삶의 필수재인 전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왔습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연이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발전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기후악당의 일부가 된 듯한 슬픔과, 일자리를 잃게 되는 위험을 끌어안고도 발전소 폐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발전소들이 문을 닫더라도 "우리의 삶까지 폐쇄될 수는 없다"며 모두의 일과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를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연이어 문을 닫습니다. 정부와 발전공기업은 일자리를 잃게 될 발전 노동자들을 위한 어떠한 실효적 대안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한 것도, 발전소의 문을 닫는 것도 국가의 계획이고 결정입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며 우리 삶을 지탱해온 발전소 노동자의 노동권도 국가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발전 노동자 모두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넷.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

기후재난과 비민주적 산업전환은 석탄화력 발전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이 고장난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의 일과 삶을 조각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노동자의, 일하는 모두의, 일을 멈춘 모두의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다섯. 탈석탄 지역사회의 쇠퇴를 저지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라.
 
전환 정책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인 동시에 또 다른 연쇄적 재난의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환 대상 산업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그에 기대어 온 지역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삶도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우리는 지역과 주민들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여섯.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수립과 실행과정에서 전환의 '주체'인 노동자와 농민, 시민의 실질적인 권한과 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보장하라.

녹색으로 껍데기만 덧칠한 기후정책과 산업전환 정책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일과 삶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비민주적으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전환의 '주체'여야할 노동자와 시민들을 전환의 '대상'으로 수단화하고 있습니다. 난립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협의체들은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정부와 기업들의 이해와 이윤을 위한 부정의한 전환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사용될 뿐입니다. 우리는 '대화'에 참여할 권리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로운 전환을 민주적으로 기획하고 이행할 실질적 권한을 갖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일곱. 기후위기, 노동위기, 경제위기로 심화되는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라!

대기업과 정부들, 국가권력과 자본가 계급은 인간과 우리 생태 모두의 존엄보다 자신들만의 이윤을 앞세워, 오랜 시간 우리 지구와 평범한 사람들의 일과 삶을 병들게 했습니다. 이들은 위기의 시대,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열망마저도 자신들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새로운 놀이터를 짓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숱한 사회적 분별로 찢어놓고, 서로를 증오하고 갉아 먹기를 기대합니다. 국적과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나이, 출신 지역 등의 잣대로 서로를 구별짓고, 차별을 수용하고, 사랑과 이해, 연대와 협력으로 일구는 다른 삶과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체념하길 강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재난의 한 가운데에서도, 목을 내어놓고 서로를 끌어 안는 평범한 이웃들, 노동자, 시민들의 선의를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제 평범한 사람들의 그 의로움이 이 고장 난 세계를 지탱하는 데에 마모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의로움으로, 이 고장난 세계를 멈추고, 아픈 지구를 치유하고, 모두의 존엄을 구현하는 새로운 전환의 길을 내려 합니다. 

우리의 다름은, 서로가 마주한 생의 고유함은, 우리를 찢어놓을 약점이 아니라, 모두의 존엄을 향하는 다른 세계를 더 풍요롭게 상상하고 실험하고 조직할 수 있는 너르고 깊은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들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330 충남행진 포스터를 들고 있는 기후활동가들
 330 충남행진 포스터를 들고 있는 기후활동가들
ⓒ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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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우리의 걸음이, 우리의 '바람'이

3월 30일 우리는 발전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걷습니다. 3월 30일 우리는 지역 주민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걷습니다. 3월 30일 우리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 모두의 일과 삶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걷습니다. 3월 30일 우리는, '기후가 아닌 체제의 변화'를 외치는 전지구적 기후정의운동의 물결 사이에서 함께 걷습니다. 바로 내일입니다. 태안에서 만납시다. 우리의 걸음이, 우리의 '바람'이 새로운 길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류민씨는 정의로운전환을위한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공동대표입니다.


태그:#기후정의, #기후위기, #산업전환, #석탄화력발전, #정의로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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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 누구도 홀로 남겨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충남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모여 330 충남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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