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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모임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안산청년네트워크1 대화모임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안산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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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말하는 '4.16 10 10 1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안산 내 10개의 공간에서 각 10명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 10년을 이야기하며 지나온 시간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명안전사회의 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로 계획됐다.

3월 21일부터 4월 15일까지 총 11개의 공간에서 대화모임, 기억공방, 영화상영, 플로깅, 상담, 요가, 아티스트 토크, 북클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한 청년들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두 번째 시간으로 지난 26일 저녁, 카페 제이콥에서 '차 한 잔과 함께하는 4.16대화모임'을 진행했다. 카페제이콥은 안산시 본오동에 위치한 카페로,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에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거점사업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지금도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청년들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

이날 대화모임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부채감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등 다양한 고민들을 가지고 다양한 연령대의 청년들이 참여했다.

대화모임은 자기소개와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생각 나눔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질문은 '2014년 4월 16일 당시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10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일 또는 나에게 변화를 주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였다. A씨는 "안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또래여서 그 당시 주변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모두 충격을 받은 시기였던 것 같다. 참사를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 일생에 안전에 대한 생각이 더 커지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B씨는 "수업시간에 알게되었는데, 우리학교에는 단원고에 다니는 언니오빠가 많았다. 친구들 중 한 명이 오빠가 수학여행갔다며 울면서 불안해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날은 밤새 뉴스만 보며 지냈던 것 같다"며 "저도 역시 참사를 통해 사회문제˙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 사회이슈 동아리도 만들면서 활동도 하였다"고 했다.

C씨는 "참사의 희생자가 친한 동생이었고, 당시 전원구조가 사실이길 간절히 바랬지만 아니었다"고 하며, 참사를 통해 죽음과 인간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입시원서도 인간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어서 심리학과로 지원하고, 철학˙소설˙심리학 책을 주되게 보게되어 자연스레 진로도 소설과 심리학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통해 공통적으로 세월호참사는 각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된 시간이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오보와 왜곡으로 인해 무력감도 함께 겪었던 시간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으로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등 사회적참사들의 공통점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처벌하고,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D씨는 영국 프리미어의 예를 들면서 "참사가 일어나면 기억하기 위해 1분 동안 침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기억하는 방식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씨는 "기억이라는 것은 희미해져 가고, 구조적으로도 바뀔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 현재는 기억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마을부터 시작해서 안산시, 경기도, 중앙정부 아래에서부터 다시 이야기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대로 처벌하고 규명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서로 보듬고 기억할 수 있는 연대와 공동체가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대화모임은 소감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었다. 대화하기 쉽지 않은 주제라 계속 침묵해왔던 것 같다. 오늘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고, 함께 기억할 수 있어 감사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4월이 되면 마음이 항상 무거워지는 것 같다.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고 공유하면서 같은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계속 희망을 갖고 나아가면 좋겠다."

"한동안은 기억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었는데, 계속해서 기억하니 내 주변으로 기억하고 싶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이런 자리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페제이콥의 운영자 윤명진
▲ 안산청년네트워크2 카페제이콥의 운영자 윤명진
ⓒ 안산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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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주관한 카페제이콥 운영자 윤명진씨는 "10년 전에는 안산지역 모두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별로 온도차이가 커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늘의 자리로 소중한 이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동기가 되는 시간이었다"라며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4.16 10 10 10 프로젝트'는 안산청년네트워크가 주관하고 4.16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으로, 3월 21일(목)부터 4월 15일(월)까지 11개의 공간에서 총 12차례 진행하며, 4월 12일(금)에는 각 모임에서 진행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4.16생명안전선언을 함께 만드는 '안산청년공론장 - 우리는 안녕한 사회를 원한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청년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감에 따라, 지역 차원의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안산지역 청년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청년 의제 발굴 및 공론화를 위해 2014년 발족한 연대체이다. 안산청년네트워크에는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안산YMCA, 안산YWCA,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소속되어 있으며,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이 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의 일정이 담긴 홍보물과 노란리본들
▲ 안산청년네트워크3 본 프로젝트의 일정이 담긴 홍보물과 노란리본들
ⓒ 안산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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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참사, #안산청년네트워크, #카페제이콥, #안산, #세월호참사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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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직장다니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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