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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 (최윤석 저, 네오픽션 출판, 2024.3.20 초판 1쇄 발행)
▲ 책 표지 셜록의 아류 (최윤석 저, 네오픽션 출판, 2024.3.20 초판 1쇄 발행)
ⓒ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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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는 장편소설 <달의 아이>와 에세이 <당신이 있어 참 좋다>를 출간한 최윤석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작가는 KBS PD이며 브런치 스토리 초이스 작가이다. 2022년 9월에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2023년 9월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는데 올해 3월 20일에 단편소설을 출간했다. 정말 대단하다.

<셜록의 아류>에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는데 그중 첫 번째 소설이 표제작으로 ' 셜록의 아류'이다. 여덟 편의 소설은 모두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읽고 나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작가는 늘 자기 전에 베개 옆에 수첩과 펜을 두고 잔다고 한다. 즉 꿈에서 얻은 작은 조각 하나로 이렇게 훌륭한 이야기를 만든다.

첫 번째 소설 '셜록의 아류'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준다. 신이 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정현식이다. 현식은 어렸을 때 영재라고 불리며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자라면서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부모님께 버림을 받는다.

어느 날 우연히 드라마 '셜록' 이야기를 듣고 천재라고 불리는 셜록에 빠지게 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현식은 초능력자 '셜록'이 되고 싶었다. 어렸을 때 영재라고 믿었기에 지금도 마음먹으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추리한다. 추리한 것이 맞는지 미행하며 점점 적중률이 올라가자 자기의 영재성에 매료된다.

소설을 읽으며 점점 현식에게 빠지게 된다. 현식은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상담 분야를 공부할 때 '현대인은 모두 걸어 다니는 정신병자'라는 말을 들었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누구라도 현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상상력이 남다르다. 어쩌면 작가가 드라마를 연출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으면 궁금해져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지루할 틈이 없다. 한 편을 다 읽고 나면 '재미있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셜록의 아류>가 재미있는 이유는 뒷부분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물 영감 이야기'가 그랬고 '불로소득不勞所得'이 그랬다. 소설이 지루하지 않다. 한번 읽게 되면 소설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숨이 턱 막히기도 하고, '옳거니.' 하고 손뼉도 친다.

이런 결말은 상상도 못했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일들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세계를 먼저 가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두 번째 소설 '얼굴' 역시 그렇다. '얼굴'은 2035년 한 여자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기 이름은 혜인이다. 그런데 혜인이 태어났을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다. 엄마 아빠와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 아빠가 여러 번 성형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혜인을 성형시키기로 하고 찾던 중 인사이드 뷰티라는 바이오 회사를 찾게 된다.

여기선 그냥 성형이 아니고 신체 일부를 필요에 따라서 떼었다 붙였다 하는 패치형 얼굴이 등장한다.

"패치형 얼굴이 뭐냐고? 몸이 쑤시고 저릴 때 제놀이나 트라스트 같은 파스를 붙였다 떼는 것처럼, 패치형 얼굴도 개인이 각자 선호하는 눈코입을 붙였다가 떼었다가 할 수 있었다." (p. 51)

패치형 얼굴은 편리한 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해프닝이 일어난다. 판타지 소설인데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단편마다 펼쳐지는 세계가 다르지만, 그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민낯을 볼 수 있다.

한편 '고물 영감 이야기'는 읽는 동안에도 긴장되었지만,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반전으로 인해 온몸에서 소름이 느껴졌다.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최윤석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읽을수록 놀라울 뿐이다.

다섯 번째 소설 '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이 안 되었다. 소재가 커피지만 공상 과학 동화 같다고 해야 할까. 여기에선 '말하는 커피'가 등장한다. 말하는 커피가 하나였을 때는 커피농장 농부가 엄청난 소득을 얻지만, 말하는 커피가 점점 많아지면서 세상이 혼란해진다.

작은 꿈 조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

작가는 작은 꿈 조각 하나로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다. 요즘 핫한 유튜브도 이야기 조각이 되고, 중고거래도 조각이 된다. '얼굴' 편처럼 성형도 조각이 되고, 데이팅 앱도 조각이 되어 멋진 소설로 탄생한다.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지만, 읽으면 왠지 소설이 이어지는 착각에도 빠진다. 실제 4편의 '루돌프에서 만나요'의 찬실은 6편의 '불로소득'에 등장하여 두 소설이 연결되기도 한다. 1편에 등장하는 조 말론 향수와 루돌프라는 데이팅 앱은 4편의 '루돌프에서 만나요'에도 소재가 되었다.

얼마 전에 갑자기 소설을 쓰고 싶어서 단편을 써본 뒤 서랍에 꽁꽁 숨겨두었다. <셜록의 아류>를 읽으며 요즘 소설은 뭔가 발라드 같은 잔잔한 감동이 아닌, 가슴을 쿵 때리는 감동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현실에서도 <셜록의 아류>는 읽는 사람을 만족시켜 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소설가를 꿈꾸는 작가들에게 길을 알려줄 것 같다. 장편 소설 <달의 아이>도 좋았지만, 단편소설 <셜록의 아류>도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공상 과학 소설 '산타클로스'도 마지막 편 '하비삼의 왈츠'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셜록의 아류

최윤석 (지은이), 네오북스(2024)


태그:#셜록의아류, #최윤석, #초이스작가, #단편소설,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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