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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치시민물결과 기후정치바람 그리고 단비뉴스는 4월10일 총선이 기후위기 대응의 전환점이 되도록 각 지역 후보의 기후정책을 점검하고 기후유권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켜내고 바꿔줄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무관심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대학생기후행동이 주최한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 행동'이 열렸다. 대학생기후행동 등 10여개 단체를 비롯한 1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청년이 모였다.

'기후위기를 막을 마지막 국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재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국회의사당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2024 대학생기후유권자행동' 집회에서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전국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2024 대학생기후유권자행동' 집회에서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전국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단비뉴스> 곽재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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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그린 캠퍼스'

국가가 주도하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다. '나는 기후유권자입니다' 당사자 발언에서 한지원(19) 대학생기후행동 고려대학교 지부장은 그린캠퍼스 사업의 진정성을 지적했다. "고려대학교는 기후변화 대응 그린캠퍼스 사업의 우수 사례로 뽑히기까지 한 학교"임에도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냉난방을 제대로 틀지 않는 것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큰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며 "고려대는 친환경 그린캠퍼스의 의미를 오염시키고 친환경에 대한 학우들의 반감까지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쿠팡 물류 노동자인 참여자 권연수(28)씨는 "상자를 까서 물건을 두고 그렇게 둔 물건을 다시 집어서 상자에 넣고를 수없이 반복한다"며 "돈 때문에 수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 수많은 존재는 무력하다"면서 "기후재난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하라"는 구호와 함께 발언을 마쳤다.

집회 참여자들은 '그대로 멈춰라', '비밀번호 486' 등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참여자들은 "한시간마다 뽑아 달라고 생각없이 말하지 말아, 기후위기 막겠다는 네 말 통하지 않아" 등의 가사로 선심성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내세우는 국회의원들을 비판했다.

노래가 끝나자 북극곰 탈을 쓴 한 활동가가 '투표함'이라 적힌 상자를 들고 등장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라고 적힌 투표용지에는 '기호 1.5번 기후정의 실현합시당'과 '기호 5.5번 기후악당'이라는 두 선택지가 적혀 있었다. 한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호 1.5번은 기후위기 티핑포인트인 섭씨 1.5도 상승을, 기호 5.5번은 티핑포인트로 전망되는 2030년까지 5.5년 남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북극곰 분장을 하고 투표함을 들고 있는 한 활동가에게 집회 참여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북극곰 분장을 하고 투표함을 들고 있는 한 활동가에게 집회 참여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단비뉴스> 곽재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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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들은 오후 3시 4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국민의힘 앞 길바닥에 F학점을 뜻하는 'F'를 그리는 등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두 거대 정당 앞에서 '기후 실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행동' 참여자들이 F학점을 뜻하는 'F'를 바닥에 그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4 대학생·청년 기후유권자행동' 참여자들이 F학점을 뜻하는 'F'를 바닥에 그리고 있다
ⓒ <단비뉴스> 박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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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여자들이 서강대교 초입에 도착하자, 대학생기후행동 이주원(19) 경기대 지부장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기후위기를 자주 겪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논의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학생 박가연(20)씨는 대학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대학교는 그린 캠퍼스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획대로 진행 중인지 설명하지 않는다"며 "학생으로서 의견을 내기 위해 여러 차례 대학 당국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산업계 부담 줄이고, 그린벨트 완화...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대학생기후행동 박서영(22)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지부장은 "(윤 대통령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여줬고, 최근에는 비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해 개발 난립을 부추겼다"며 "대학생 청년의 힘으로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 국회를 만들어보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여자들이 ‘대학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강대교를 건너고 있다.
 집회 참여자들이 ‘대학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강대교를 건너고 있다.
ⓒ <단비뉴스> 박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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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역 2번 출구 앞 육교 위에서 '2030 기후유권자는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투표하겠습니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아래로 펼치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전국 대표는 "이미 구청과 경찰에 고지한 사항"이라고 항의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집회 물품 내용에 육교 현수막을 허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행진을 이어간 집회 참여자들은 육교 대신 신촌로터리에 멈춰서 현수막을 펼쳤다. 김 대표는 이자리에서 "(이 집회를 통해)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지구를 위해서 투표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대학생·청년분들이 4·10총선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우리의 생명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고, 같이 목소리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이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 도착한 후,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들의 공동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집회에 참여한 백휘선(26)씨는 "2030 청년으로서 총선을 앞두고 청년이 해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왔다"며 "(국회의원들이) 말로만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정확한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그:#대학생청년기후유권자행동, #기후행동,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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