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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에 허승규라고 있는데..." 몇 달 전부터 녹색정의당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소개했던 이름이다. '영입인재 1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역시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당엔 허승규라는 아주 젊고 유능한 친구가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 이런 젊고 훌륭한 사람들부터 국회에 집어넣고 봐야 우리 기후에도 미래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제일 절박한 목표"라는 말까지 남겼다.

도대체 허승규는 누굴까?

일단 1989년생, 청년이다. 그리고 고향 경북 안동에서 '녹색당'을 달고 두 번이나 시의원 선거에 나가서 15% 넘게 득표했다. 비록 두 번 다 떨어졌지만 처음엔 16.54%, 4년 뒤엔 18%로 성적도 올랐다. 안동 강남동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역방송 출연 등으로 다져진 입담도 좋다. 그는 19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과거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던 일화를 언급하며 "가당치도 않은 제안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승규는 4.10 총선에서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최전선에 선다. 녹색정의당은 6석을 보유한 원내 제3당이지만,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다. 조국혁신당의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이러다 원외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허승규의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그는 "9회말 역전 홈런을 만들어내는 2번 타자로서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약 1시간 동안 기후정치와 진보정치의 절실함을 쏟아냈다.

DJ 지지했던 꼬마... 안동에 녹색당 깃발 꽂다
 
제22대 총선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치된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현재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도 맡고 있다.
 제22대 총선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치된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현재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도 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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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정의당 비례명부 2번, 남성 후보 중 최우선 순위다. 하지만 아직 대중에게 '허승규'는 낯선 이름인데, 보수세가 강한 고향 안동에서 녹색당으로 두 번이나 출마했다. 어떤 사연이 있나.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1997년 초등학교 3학년 때 그 보수적인 안동에서 아버지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다. '동서화합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선 DJ가 당선돼야 한다'고. 그러다 '사회가 바뀌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고민에 정치학과를 갔고, 2010년 기말고사 벼락치기를 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지역'이란 두 글자가 서광처럼 눈 앞에 내려왔다. 결국 지역정치가 바뀌어야 지역의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겠더라. 그래서 안동 지역정치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안동이란 도시 자체가 산업화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낙동강이 흐르고, 안동댐과 임화댐이 있어서 오히려 녹색정치의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또 농민 현안이 많아서 노동운동 기반의 진보정당은 취약하더라도 녹색·생태 기반 정치는 해볼만하다. 독일도 보수적인 바덴-뷔템베르크주(Baden-Wuerttemberg)에서 최초의 녹색당 출신 주총리가 나왔다. 경북이야말로 국민의힘을 교체할 대안정치세력이 장차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지역이다."

- 2018년 첫 출마(안동시의원 마선거구)부터 16.54%를 득표했다. 2022년 18%를 찍었는데, 강남동에선 25%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안동 강남좌파'라고 들었다.

"진보정당에게 대한민국이 다 험지다. 그런데 호남이나 대구경북은 일당 독재가 오래 돼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다. 제가 출마한 안동 강남동은 진보성향에, 젊은 유권자가 많은 곳인데, 2018년만해도 민주당 후보가 한 명도 없어서 자연스레 단일화가 됐다. 2022년에는 대선 직후 선거라 많이 어려웠다. 민주당까지 나와서 6파전, 안동에서 가장 치열한 선거였다. 하지만 지지율은 더 올랐다. '버스 타기 좋은 안동' 등 그간 지역활동 덕에 두 번째 선거 지지율이 더 단단하다고 느꼈다."

- 국민의힘에서 도의원을 제안할 정도였다고.

"가당치도 않은 제안이었다(웃음). 제가 안동의 정치구조를 깨려고 정치를 시작했는데,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일당 독점을 더욱 강화하지 않나. 그때 들어갔으면 정치생명이 끝나지 않았을까."

"민생토론회 다니는 윤 대통령, '여기'부터 가야"

- 녹색당이 창당한 지 12년 됐지만 아직까지 원외에 머물고 있다. 정의당과의 선거연합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내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시킨 뒤에도 큰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잘 팔리는' 정치 이슈는 거대양당의 공천 갈등, 친윤·친명 같은 당내 권력투쟁이다. 실제로 재밌지 않나. 기후·노동 문제는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들이 잘 안 온다. 또 우리 지지층인 노동자, 기후유권자 등은 기성정치에 실망했거나 과거 녹색정의당의 한계 때문에 아직 지지 여부를 못 정했다.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저희 역할이다. 최근 비례후보군이 선출됐는데 나순자, 이보라미, 권영국, 김옥임 후보 면면이 정말 괜찮다. 지지율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점점 오를 거다."

- 녹색정의당은 4.10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걸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기후위기가 총선 중심의제여야 하는데 여전히 '변방' 같다.

"정당끼리 싸우고 갈등이 일어나야 중요한 의제인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싸우지 않는다. 기후정치세력은 부족하고, 기후의제는 방대하다. 시민들의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공론장도 부족하다. 최근 MBC '100분 토론'에서 기후정치를 다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섭외했다.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정말 한국 정치를 뒤흔들지 않았나. 그렇다고 언론 탓만 할 수는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서 이슈파이팅을 하려고 고민 중이다.

다음주에는 경주 월성핵발전소를 방문한다. 지금 탈핵 이슈가 완전히 묻혔고, 고준위 핵폐기물도 2030년이면 포화상태다. 그런데 특별법에 기존 희생지역에 더 책임을 지우는 독소조항이 들어간 채 도둑입법될 뻔했다. 3월 30일에는 충남노동자행진도 있다. 2025년이면 태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문을 닫지만, 정의로운 전환이나 지역대책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요즘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생토론을 하지 않나. 그가 가야 할 곳이 바로 여기다."

"사과도, 버스도 기후문제... 정부여당 너무 느려"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집중하는 또 다른 의제는 교통이다. "국회 가서 꼭 하고 싶은 법안도 '교통기본법'"이라며 "전국 어디 살든 교통기본권을 해소하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집중하는 또 다른 의제는 교통이다. "국회 가서 꼭 하고 싶은 법안도 '교통기본법'"이라며 "전국 어디 살든 교통기본권을 해소하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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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실격이다. 국가탄소중립계획은 후퇴했고, 기후위기 대안으로 핵발전소에 집중하면서 고준위 핵폐기물 수요감축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전세계 추세와 달리 재생에너지도, 산업 전환 대책도 부족하다. 지금까지 숙제를 거의 안 하다가 이제서야 기후공약 몇 개 냈지만 그것도 뜯어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역량은 거의 없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모든 시민들의 위기지만, 특히 시간이 절실한 사람들부터 챙겨야 한다. 2025년 폐쇄되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또 농민들은 이미 이상기후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고 있다. 폭염과 혹한에 노출된 주거취약계층들도 2022~2023년 폭염, 폭우로 많이 사망했다. 이들을 위한 대책 역시 당장 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의 기본 원리로 하는 과감함이 시급하다. 현 정부여당은 너무 느리다."

- 도시에선 기후위기하면 여전히 북극곰, 텀블러 정도 떠올린다. 안동이라는 비수도권·농업지역에서 느꼈던 기후문제는 좀 달랐을 것 같은데.

"안동 등 경북 북부 지역 특산품이 사과다. 요즘 사과값이 비싸지 않나. 지난해 4월 이상저온으로 냉해 피해를 크게 겪으면서 여름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는데 농작물 냉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최초였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보조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수요도 급증했다. 새롭게 그 지원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경북 북부를 포함한 모든 농촌 현안이자 도시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사먹으니까.

제가 집중하는 또 다른 의제는 교통이다. 국회 가서 꼭 하고 싶은 법안도 '교통기본법'이다. 이동권이야말로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안동의 중·고교만해도 접근성이 불편하다. 학교에 기어갈 수 없지 않나. 농촌 어르신들도 병원 가기 어렵다. 전국 어디 살든 교통기본권을 해소하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 또 안동에서 서울가는 것보다 상주 가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광역단위에서 인근 시·군별 이동을, 도시계획에선 전기버스 도입, 충전시설 부지 확충 등 녹색교통을 고민하도록 하겠다. 지역의 교통문제로 지역소멸·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고 싶다."

"지역소멸? 하지 말아야 할 일 안 하는 게 중요"

- 모두가 지역소멸을 우려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은 사실상 '중앙'에서 밀려난 의제다. 한국 정치가 지역을 되살리려면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까.

"잘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소멸은 기후위기만큼 큰 위기다. 하지만 지역소멸 공약은 기후위기랑 안 맞는 무분별한 토건, 개발중심 공약이 많다. 과도한 인구성장 전망치에 근거한 도시기본계획부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안동 현재 인구가 약 15만2000명이고 수십 년째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 '2030년 기본계획'은 인구 28만 명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면 지역 원도심 공동화는 심해지고 악순환이 계속 발생한다."

- 기업을 유치하거나 공항을 지어야 사람들이 모이지 않나.

"그 패러다임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지자체가 240여 개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나. 언제까지 거기에만 기댈 건가. 이미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 농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해야 하지 않나. 그게 더 지속가능하다. 또 기후위기를 고민해야 한다. 신공항이나 석탄화력발전소 등은 기후위기 시대의 '좌초자산(Stranded asset, 기후 등 환경변화로 자산가지가 떨어지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다."

- 성장을 좇지 말자는 말은 불편을 감수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지는데.

"녹색의 가치를 가장 가장 잘 담은 사례가 주5일제다. 도입할 때는 나라 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주5일제를 주6일제로 돌릴 수 있을까? 못한다. 주5일제 도입으로 우리는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여백이 생겼다. 사회가 그렇게 가야 더 많은 생명을 구원할 수 있다. '녹색'이란 가치는 당장 '가난'으로 돌아가자는 차원이 아니다. 1인당 GDP 2만 달러에서 3만, 4만 달러로 우상향하는 그래프가 최선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뒤집는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국정과제 1번은 성장이었다. 녹색정의당이 집권하면 최소한 국정과제로 자살률을 낮추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그게 우리가 더 지향해야 할 사회이고, 적어도 이런 관점이 있는 정치세력이 있어야 성장지상주의 세력과 경쟁하지 않겠나. 다만 급격한 사회전환에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사회안전망이나 복지를 갖춰야 한다."

"검찰개혁 잘하면 기후위기·농민문제 해결되나"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녹색 손도장과 함께 '지역을 살리는 녹색분권 국회로!'라고 직접 적어 향후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녹색 손도장과 함께 '지역을 살리는 녹색분권 국회로!'라고 직접 적어 향후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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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녹색'보다는 '검찰개혁'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최근 조국혁신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녹색정의당의 공간이 더 좁아지는 듯하다.

"조국혁신당이 대변할 수 없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다. 검찰개혁을 잘한다고 기후위기가 해결될까? 농민 문제가 해결될까? 검찰개혁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정치가 절실하다. 

그리고 검찰기득권 집단의 문제를 제어하는 가장 큰 대안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 보통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해서 의회와 정당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자 근본 대안이다. 보통 시민들의 조직화한 힘, 바로 정당이다. 기득권 바깥에서 원칙 있게 시민들을 대변해온 진보정당이 커야 검찰기득권도 잘 제어할 수 있다. 녹색정의당의 힘이 커질수록 근본적인 검찰개혁이 가능함을 남은 총선 기간동안 증명하겠다."

- 김준우 대표도, 조천호 박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허승규 후보를 소개한다. 많은 이의 기대를 성과로 만들려면 이번 국회에 반드시 입성해야 할 텐데, 자신 있는가. 

"요즘 녹색정의당의 '강아지똥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저 말고도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 제가 녹색정의당의 후보, 녹색 후보로서 기후·녹색 유권자들을 최대한 조직화하고 지지율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많은 후보들이 국회에 들어가고, 총선 이후에도 더 깊고 넓은 기후정치가 가능하다. 

2030년까지 바라본 정치일정에서 이번 총선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지방선거도 중요하다. 지역담론 중에는 반(反) 기후정책이 너무 많다. 지역선거 때 이 문제를 조명해야 한다. 나아가 차기 대선에선 기후대선후보가 꼭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4.10 총선이 중요한 계기점이 돼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9회말 역전 홈런'을 만들어내는 2번 타자로서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고향 안동에서 녹색당으로 두 번이나 출마했다. 2018년 첫 출마(안동시의원 마선거구) 당시 16.54%를, 2022년 두 번째 선거에서는 18%를 득표했다. 특히 강남동에선 25%로 득표율 1위를 기록해 '안동 강남좌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고향 안동에서 녹색당으로 두 번이나 출마했다. 2018년 첫 출마(안동시의원 마선거구) 당시 16.54%를, 2022년 두 번째 선거에서는 18%를 득표했다. 특히 강남동에선 25%로 득표율 1위를 기록해 '안동 강남좌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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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허승규, #녹색정의당, #기후위기, #기후정치,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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