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반짝이며 컴백 에스파(aespa.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카리나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MY WORLD(마이 월드) > 발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MY WORLD >는 REAL WORLD(리얼 월드)로 돌아온 에스파 멤버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관 시즌2 서막을 여는 앨범으로, 총 6곡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 2023년 5월 8일 에스파(aespa.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카리나가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MY WORLD(마이 월드) > 발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고백했다고 해서, 온갖 비난과 협박을 듣고 반성문까지 올려야 하는 기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 연애를 인정한 뒤 에스파 팬들의 반발로 두 사람 모두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카리나와 이재욱은 한 유명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패션쇼에 참석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최근 연인으로 발전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모처럼 대세 걸그룹 멤버와 주연급 배우의 '스타커플'이 등장했다는 게 큰 화제가 됐고, 일부 팬들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이며 두 사람을 축복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팬들의 반발도 속출했다. 카리나와 이재욱, 소속사의 SNS 등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를 비난하는 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이돌과 팬들이 모바일 앱을 통하여 일대일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료 온라인 플랫폼에는 계약 해지 인증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한 카리나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인근에는 팬들이 주도한 트럭 시위까지 등장했다. 해당 트럭에는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습니까? 직접 사과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거예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실상 팬심을 내세운 협박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카리나는 지난 5일 결국 자필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카리나는 "그동안 저를 응원해준 마이들(팬클럽)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마음을 저도 너무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카리나는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 마이들에게 항상 진심이었고 지금도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앞으로 마이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고 더 성숙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지켜봐달라"고 이해를 당부했다. 하지만 카리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언론도 논란을 확대시키는 데 동참했다. 한 연애매체는 이재욱의 과거 연애사와 환승연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하여 확인되지 않는 여러가지 루머가 속출하며 악성 댓글을 오히려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유사연애와 연예산업... 카리나에 분노한 팬들의 심리
 
'에스파' 여름여름한 매력으로 에스파(aespa.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MY WORLD(마이 월드) > 발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 곡 'Spicy(스파이시)'를 선보이고 있다. < MY WORLD >는 REAL WORLD(리얼 월드)로 돌아온 에스파 멤버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관 시즌2 서막을 여는 앨범이며, 타이틀 곡 'Spicy(스파이시)'는 자유분방한 매력과 발랄하고 영(young)한 에너지를 담은 곡이다.

지난 2023년 5월 8일 에스파(aespa.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MY WORLD(마이 월드) > 발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 곡 'Spicy(스파이시)'를 선보이고 있다. ⓒ 이정민

 
유명 연예인의 연애가 논란이 된 것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가수 현아는 2018년 당시 소속사였던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반대에도 소속사 후배였던 펜타곤 던과 교제사실을 직접 밝혔다가 소속사에서 함께 퇴출당하기도 했다. 현아는 던과 결별한 이후, 최근에는 불법영상물 공유 의혹이 있었던 가수 용준형과의 연애 사실을 공개하며 또다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기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가수 선예는 과거 결혼과 함께 그룹을 탈퇴한 바 있다. 원더걸스의 일부 팬들은 선예의 행동으로 인해 그룹이 해체되는 결과가 초래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예는 훗날 한 방송에 출연 "당시 결정은 멤버들과 회사에 함께 충분히 상의하고 내려진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계속해서 무분별한 말투와 화법으로 악의적인 공격을 해대는 분들에게는 무슨 말을 더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스타 연예인들이 연애나 결혼 등의 이유로 팬들의 엄청난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여론의 부담 때문인지 연애 소식이 공개된 이후 얼마 지나지않아 초고속으로 결별을 발표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연예산업 전성시대의 어두운 그늘로도 꼽힌다. SNS 등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하고 쌍방향 소통과 적극적인 참여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팬들은, 스타들에게 바치는 애정과 헌신만큼이나 걸맞는 보상을 돌려받기를 원한다.
 
카리나같은 인기 아이돌의 경우, 팬들이 스타를 단지 작품 속의 음악이나 연기, 퍼포먼스를 소비하는 '아티스트'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사연애'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스타들이 현실에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다는 것이, 팬들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판타지를 배신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또한 연예산업의 특성상, 팬 활동에 참여하거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과금과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 사태의 또다른 원인으로 거론된다. 콘서트나 팬미팅에 한 번 참석하기 위하여 대량의 앨범과 굿즈를 구매하고 이에 거액을 사용했다는 팬들의 후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K팝 소비 규모가 큰 중국 시장에서는 한 번에 몇십만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카리나의 열애소식에 분노한 한 팬이 SNS에 "너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2분 동안 나는 180개의 앨범을 사야 하는데 너는 그 2분 동안 너의 진로와 팬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며 성토한 내용에서 왜 팬들이 아이돌의 연애에 박탈감을 느끼는지 그 심리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하여 수익을 창출해내는 K팝 산업에서, 팬들은 자신들이 바친 노력과 애정만큼의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실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집단행동... 팬심과 '폭력' 구분해야

실제로 오늘날 이러한 팬들의 집단행동은 온라인상의 비판으로만 그치지 않고 앨범과 티켓판매 감소, 팬클럽 탈퇴,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회사의 수익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현실적인 압박으로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교제를 인정한 당일날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전일 대비 3.5%나 폭락하며 시가 총액 66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돌이고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노골적인 '사생활 침해'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당사자들에 대한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성 비난과 협박은, 팬심의 수준을 넘어선 명백한 '폭력'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욱의 소속사는 최근 "배우를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포함한 악의적 의도의 모욕적인 게시글들에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리나 사태가 알려지면서 외신과 해외 K팝 팬들 역시, 단지 연애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아티스트가 사과문를 올려야 하고 트럭시위까지 벌어지는 한국 연예계의 풍경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연예 팬덤 문화도 2024년이라는 시대 흐름에 걸맞게 성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스타에 열광하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정작 누구도 강요한 것은 아니다.

반면 연예인이라고 해서 팬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이 원하는 일도 하지 못 하고 사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는 요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무엇보다 과연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를 '인형'이 아니라 진정 독립된 인격체이자 존중받아야 할 '아티스트'로 보고 있는지 일부 팬들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카리나 이재욱 트럭시위 유사연애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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