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것에 대해서만, '나는 다 이유가 있어, 그러니까 나는 정당해'라고 생각하다보면 상대는 부당한 것이 된다. 2년 가까이 이 방송을 하면서 그동안 출연했던 부부들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잘못이나 몰랐던 부분을 조금씩 인정해왔다. 그런데 이런 부부의 경우는 처음이다."

역대 솔루션 최장시간 기록을 경신하며 전문가 오은영과 패널들까지 지치게 만든 극악의 소통불가 부부가 등장했다. 3월 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66회에서는 '대화만 하면 주제가 산으로 가는 등산부부'편이 그려졌다.

부부 갈등의 첫 번째 원인은 '남편의 외숙모'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관련 이미지.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관련 이미지. ⓒ MBC

 
이명훈-홍예림 부부는 결혼 4년차로 현재 중랑구에서 거주하며 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소개팅을 통하여 만나 첫눈에 반했고 3개월만에 결혼까지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부부는 서로 '대화가 안 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면서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상태였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남편은 한 카스텔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는 결혼전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으나, 결혼 이후 퇴사하고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재는 인생의 꿈을 잃고 방황하는 상태였다.

부부 갈등의 첫 번째 원인은 '남편의 외숙모'와의 관계였다. 남편은 외숙모와 사이가 무척 가까웠고 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이 의지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하루종일 육아와 가사에 치이는 동안, 남편은 일을 마친뒤 외숙모의 가족들과 함께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늦게 집에 귀가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보다 외숙모와 더 가깝게 지내는데 서운함을 드러냈다. 심지어 아내가 임신과 출산으로 힘들었던 시기에도, 남편은 수시로 외숙모의 집에 가 있었다고. 아내는 "남편이 나를 버리고 저쪽을 선택했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임신 시절의 서운했던 기억을 남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시 남편은 지방 팝업 행사로 장기간 집을 비웠다가 오랜만에 귀가한 상황이었음에도, 곧바로 다시 외출해서 훈련소에 입소하는 외숙모의 아들을 위하여 운전을 해주기까지 했다고. 

이에 남편은 해명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계속 차단하며 자신의 주장만 거듭했다. 남편은 중간에서 말을 자르는 아내 때문에 하려던 이야기도 까먹게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남편은 "아내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계속 말문이 막힌다. 답답하다. 아내로부터 평상시에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남편은 "아내는 결론을 정해놓고 대화를 한다. 화가 나면 '니까짓게' '공부 못했잖아'라고 비하하는 말도 자주한다."고 폭로하며 아내 때문에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 부부의 대화에는 또다른 '반전'이 숨어있었다. 일반적인 제 3자의 시각에서는 누가봐도 정상적인 소통이라고 볼수 없는 대화였건만, 놀랍게도 부부는 촬영 전까지는 그동안 이런 대화조차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뜻밖의 사실을 털어놨다.

아내는 "평소에는 대화가 안되니까 아예 대화를 안했다. 이렇게 화안내고 대화할수 있었으면, 방송출연 신청도 안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나마 부부의 이런 대화조차 방송촬영 덕분에 가능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의미를 부여했다. 

남편은 부부만의 대화 기준에 대하여 "안싸우면 대화"라는 정의를 내렸다. 부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최소한 주거니 받거니가 되고 욕하면서 싸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대화'라는 것.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오은영과 패널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여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이 부부의 문제는 역대급으로 수위가 높다"고 진단하며 "두 분이 너무 대화가 안 된다.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하다보면 결국은 파국"이라고 단언하며 현재 부부의 상황을 일깨웠다.

오은영은 남편의 두루뭉술한 대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편은 서론이 장황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가 주제에서 벗어나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로는 "생각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이는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머릿속이 산만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 남편에 대한 오은영의 진단이었다. 

체계적이고 순차적인 생각이나 결과 예측이 어려운 남편을 위하여, 오은영은'15초 정도 생각하고 이야기하라'는 팁을 전했다. 하지만 남편은 오은영의 솔루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황한 동문서답을 거듭하며 오은영과 패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외숙모를 유독 각별하게 여기는 이유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라 사업 스승으로서도 많은 영향을 전해준데 대한 고마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에게 외숙모는 '마음의 고향'같은 존재"라고 인정하면서도 "아내에게 상처가 된 것은 외숙모를 자주 만나서가 아니라, 임신과 출산처럼 남편의 손길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남편이 부재했다는 것"이라며 아내의 입장을 대변했다.

부부는 이번엔 '경제적 갈등' 문제로 충돌했다. 아내는 남편이 사업 등 일을 벌일때마다 항상 아내의 의견을 듣지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물어보고 최대한 수용하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오은영은 비효율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남편의 사업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남편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황에서도 방만한 매장 운영을 고집하면서, 이를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투자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현실적으로 남편은 자본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위험을 너무 감수하면 실패할 때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내도 이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경제적 상황을 공유할 것과 가족을 위한 적금을 따로 들 것을 요구했다. 남편은 이미 아내와 경제적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반론하면서도, 정작 통장거래내역을 캡처해서 보여달라는 요구에는 "일하는 것도 힘든데 귀찮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부부는 매달 사용하는 카드지출내역에 대해서 입장이 전혀 달랐다. 그리고 경제적 갈등에 대한 부부의 극명한 입장차이는, 서로를 향한 '독한 말'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켜보던 오은영은 "이 부부는 어떤 상황에 대하여 단 한가지도 제대로 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주장만 계속하면서 싸우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이게 꼭 필요한 사업자금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소비였는지는, 지출 내역을 모두 펼쳐놓고 부부간의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그런데 부부는 문제의 원인은 찾지않고 대화를 할때마다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결론이 없는 감정의 소모만 반복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이라며 부부간 경제적 갈등의 근본 원인을 짚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내에게도 남편에게 공격적이고 가시돋힌 말투를 쓰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할때  서운함을 질문식으로 돌려가며 '그것도 못해?'식의 비꼬는듯한 말투를 쓴다는 것.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의 그런 표현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상처받았다고 느낀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이 먼저 무시와 막말을 해서 반격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부부의 공통적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상대의 입장은 존중하지않으면서 그저 서로의 탓만 거듭한다는 것이었다. 

장시간 솔루션이 진행되면서 급기야 패널인 박지민 아나운서는 "그동안 출연했던 부부들중에서도 역대급이다. 스튜디오에서도 이렇게 싸우는 부부는 처음"이라고 뼈있는 일침을 놓았다. 이어 박 아나운서는 "부부가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서로의 탓만 하면서 조언과 솔루션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니 진전이 안 된다"고 보기 드물게 돌직구를 날렸다.

오은영의 최종 솔루션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관련 이미지.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관련 이미지. ⓒ MBC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을 전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대화의 흐름을 놓쳤을 때 드러나는 불안한 행동반응을 분석하며, 아내에게 "이럴 때는 말을 멈춰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무시당할까봐 두려워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지금까지 대화의 핵심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에게는 장황하고 혼란스러운 대화법 때문에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좀 더 간결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연습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편은 오은영이 말한 조언을 비롯하여 이미 다양한 시도를 다 해봤다면서 그럼에도 "아내는 듣지 않았다"고 솔루션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결국 솔루션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오은영은 "남편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이 이러시다니, 안타깝고 온 몸에 힘이 빠진다"며 끝내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한편 오은영은 부부의 갈등 속에 잊혀진 아이의 존재를 언급하며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 회복도 중요하지만, 부부의 품에서 자라나야할 아이를 잊지 마시라"고 간곡하게 조언했다.

비로소 부부는 마음의 문을 열고 녹화 이후 처음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이 아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변화를 약속했다. 그리고 모든 솔루션을 마친 부부는 대기실로 돌아가 못다한 속내를 털어놨다. 

아내는 "우리가 너무 악감정이 쌓여있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못들은 것"이라고 그동의 시간을 돌아봤다. 남편 역시 "오늘 이후로는 과거는 다 잊고 처음 만났던 날처럼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부부는 녹화후 상담센터에서 부부상담을 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결혼지옥 오은영 등산부부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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