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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추모 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12월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20221215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추모 메시지가 써붙어 있다. 12월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202212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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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희망을 품고 오늘 대법원에 나왔지만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2022년 12월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취 음주 운전자 차량에 치여 사망한 고 이동원군의 아버지가 29일 대법원 확정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아버지 이아무개씨는 "대낮에 음주 운전하여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학교 후문 바로 앞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자가 고작 5년의 형량을 받는 것이 진정 정의냐"면서 "다른 어린이 보호구역 음주 사망 사건에 비해 현저히 적은 형량이 나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전관 부장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쓴 점, 기습 공탁금을 사용한 점 등 금전적인 힘의 작용이 이와 같은 판결을 만든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 치사·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기소된 고아무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20년... 1심은 7년... 2심 5년

운전자 고씨는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57분께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이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고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을 웃도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고씨가 이군을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렸고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사고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차량을 몰아 도주해(뺑소니) 사고를 당한 이군이 방치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5월 2일 열린 1심 결신공판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의 엄벌 탄원이 이어지고 있고, 예방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고씨가 20~30m 떨어진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즉시 현장으로 돌아온 점, 소극적으로나마 구호 조치를 한 점 등을 고려해 도주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2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유무죄 판단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경합범 처리에 관한 판단을 달리해 징역 5년으로 형을 줄여 선고했다. 1심은 이 사건을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각각의 행위에 따른 죄로 보고 형을 정했지만, 2심은 하나의 운전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고 있다 보고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서만 법을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고씨가 초범이고 종합보험에 가입돼 피해 보상이 가능한 점은 유리하게 보았다. 고씨는 1·2심을 거치며 피해자 유족에게 총 5억 원을 공탁했다.

이에 대해 동원군 아버지는 "피해자인 내가 공탁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감형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나 대신 용서하겠다는 의미냐"면서 "가해자가 금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탁금으로) 대변한 거 아니냐. 나는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피해자 고통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재정비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9일 국회는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스쿨존 보도 설치 의무화 ▲방호 울타리 우선 설치 ▲교차로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의무화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위원회 설치 등 어린이 보행권 보장을 위한 도로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고 이동원군의 이름을 따 '동원이법'이라 불린다.
 

태그:#스쿨존, #5년, #대법원, #동원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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