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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2020년 여름 8월 말, '컹컹, 왈왈, 멍멍' 가지 각색의 개들이 짖는 소리에 귀가 따가움과 개들의 분변 냄새가 섞여 코를 휘감았다. 주기적으로 봉사를 가던 한 지방의 지차체 동물 보호소.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던 백구 한 마리. 그 날 따라, 열심히 대소변이 범벅이 된 배변 패드를 치우다 말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보릿빛 털색깔을 지닌 믹스견의 눈빛을 보고 있었다. 당시 나를 보던 왠지 모를 쓸쓸한 백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유난히 백구의 눈빛에 몰입했던 그 날, 그 날도 여느날 처럼 유기견 보호소에는 총 7마리의 누군가에게 버려졌거나 길을 잃은 유기견들이 입소를 했다. 4년전에 비해 유기견 인식과 입양이 조금 늘긴 했지만, 여전히 유기견 문제는 사실 4년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휴가지에서, 일상에서... 여전히 많이들 반려동물을 시시때때로 길에 버리고, 이들은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루에 약 372마리가 주인을 잃거나 버려진다
 
왜 이곳에 왔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예뻤다.
▲ 보호소 아이들 왜 이곳에 왔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예뻤다.
ⓒ 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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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한국영농신문' 자료에 의하면, 21년도 기준 버려진 동물 수는 13만 5천 791마리. 여기서 75%가 개, 23%가 고양이다. 하루에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두수를 계산하면, 하루에 약 372마리가 보호자를 잃거나 버려졌다는 의미가 된다. 이 중 다시 입양이 되는 유기동물은 이 중 26.4%에 불과하며, 그 외 절반가량인 46.6%는 자연사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다. 어떤 보호소는 하루에 10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입소할 때도 있다니, 상상하면 소름 끼치는 현실이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서 가정으로 입양가는 개들보다 다시 누군가에게 버려져서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들이 많은 현실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었다. 4년 전 이 맘때, 나랑 눈 맞춘 그 백구는 입양자가 없으면 다음주면 안락사를 당하는 운명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그 백구를 유기한 것도 아니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보호소에 다녀온 뒤에도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 날 따라 그 때 내 머릿속에 스쳤던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개를 버리지 않는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개를 버린다"는 게 그것. 개를 좋아해서 키우겠다고 결심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꿔 개를 버리는 것이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키우지 조차 않을테니.

'훈련사'로서 경력이 어느덧 10여년, 훈련사 세월만 개를 마주친 게 아니라, 난 어렸을 때부터 개가 늘 옆에 있었고 늘 마주했었다. 더불어 개를 본 만큼의 숫자로 보호자들 또한 만나왔다(그 이야기만 써도 책 한권은 나올 것이다). 함께 사는 모습이 보기 좋은 때도 많았지만, 안타깝고 화나는 순간이 참 많기도 했다. 이런 기억이 더 마음 아픈 이유는, 그들 모두 처음엔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하시나요?

사랑이라는 말은 참 단순하면서도 쉽지 않다. 많은 노래와 영화에서도 가장 많은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인 것은 그만큼 어렵고 다양해서일 것이다. 나 또한 10여년간 반려견 훈련사라는 직업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보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사랑이란 단어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훈련사를 하면서 개를 사랑한다는 말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었다.
▲ 좋아하는 사진  훈련사를 하면서 개를 사랑한다는 말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었다.
ⓒ 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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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일했던 반려견 위탁 훈련소, 6개월 훈련비를 선지불하며 맡겼던 2살 허스키의 보호자는 늘 자기가 자신의 개를 사랑한다고 했다. 면회 때마다 수제 간식을 사오고 사진을 찍었다. 6개월 훈련을 받고 퇴소를 앞뒀을 무렵, 그런데 그 보호자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말 그대로 '잠수'를 탔다. 그 어떤 전조증상도 없이 말이다. 그 허스키는 결국 버려졌고, 그 훈련소에서 다른 보호자를 찾아 입양을 가게 됐다.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다는 닥스훈트. 아무리 다리가 짧다지만, 너무 많이 먹여 고도비만으로 뱃살이 땅에 닿을 정도인 7살의 닥스훈트가 있었다. 비만은 물론 병원에서는 합병증이 있어서 먹을 것부터 운동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개였다. 그 개의 보호자인 아주머니는 슈퍼에서 사람이 먹는 치즈케이크를 사서 항상 개에게 먹였다. 그 아주머니 또한 '개를 사랑한다'고 했다.

여러 사람을 물어 응급실에 실려가게 한 전력이 있는 심각한 공격성을 가진 3살 무렵의 믹스견이 있었다. 항상 오냐오냐 해주고 규칙이 없는 애정이 큰 원인이었다. 보호자에 비해 덩치가 크고 30kg에 육박했던 그 개는 확실한 교육이 필요했지만, 보호자는 원인을 알고도 방치했다. 그 보호자도 개를 사랑한다고 했다.

이게 과연 사랑이었을까. 그런데 왜 내가 만난, '개를 사랑한다'던 보호자들의 개들은 정작 불행해보였을까.

사랑보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반려견 교육 세미나에 가서 내가 "반려견 사랑하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하면 대부분 누구나 손을 든다. 내 반려견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는 듯 눈빛 반짝이는 분들도 계셔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그 이후 질문 하나를 더 던지곤 한다. "그럼, 우리 반려견 아이 이해하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대부분은 너도 나도 눈치를 보며 대답에 공백이 생긴다. 보호자들 또한 나중에 손을 들 수 없었다며, 당황했다고 고백하시곤 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은 늘 반려견에 대한 이해였다.
▲ 반려견 강의 현장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은 늘 반려견에 대한 이해였다.
ⓒ 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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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의미는 뭘까. 보호자들이 개들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개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그런데 개들이 진정 원하는 게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이해일까? 하나 확실한 건, 사랑한다며 개가 합병증이 올 때까지 치즈케이크를 주고, 다리가 아픈데 과격한 운동을 시키는 것은 건강한 사랑은 아닐 것이란 점이다.

반려견 교육을 10여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뭔가 더 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이고 개 또한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게 사랑이라 보기엔 어려울 것이다. 내 마음이 복잡했던 2020년의 여름, 당시 지방 보호소에 밀려온 개들의 원래 보호자였던 이들도 아마 내심 자신은 개를 사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개들은 사랑해주지 않아서 힘든 게 아니라, 이해해주지 못해서 힘들다. 건강한 사랑은 이해를 해주면 자연스럽게 동반되게 돼 있다. '이해하다'를 영어로 understand다. 이 단어의 어원은 under(아래)+stand(서다)에 있다고 한다. 즉, 아래로 자세를 낮춰서 그 대상의 입장에서 서있는 것이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보호자로서 사랑의 목적이 개를 행복하게 해주고,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이라면 이제는 반려견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를 먼저 해볼 때다.

태그:#반려견, #반려견교육, #강아지, #반려견훈련사,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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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반려견 훈련사 '최민혁'입니다. 그저 개가 좋아 평생을 개와 가까워지려 하다보니 훈련사란 직업을 갖게 됐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들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동물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여전히 오해하고 모르고 있습니다. 개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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