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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대 의과대 졸업식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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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앞은 학사 및 석·박사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은 한 손으로는 꽃다발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모님과 팔짱을 낀 채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한 아버지는 "우리 딸 수고 많았다"라며 꼭 안아주기도 했다.

대부분 취재 거절... "환자 볼모? 의사 아니라 정부가"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이들에게선 미소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의 의료 정책 발표로 인한 민감함도 엿볼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약 스무 명의 졸업생과 학부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졸업생 A씨는 "저희가 인터뷰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던 이들도 취재진이 접근하면 하던 대화를 멈추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딸의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한 이아무개씨 부부는 기자가 대화를 시도하자 "학교 측에서 취재진을 만나지 말라고 서면으로 안내했었다"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부부는 잠시 고민하더니 "(정부가) 의료진을 향해 '환자를 볼모로 파업한다'고 하는데, 진정 환자를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은 정부"라며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또 "사전에 의료계와 조율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리면 어떡하냐"며 "의사가 점조직이라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함부로 목 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대 의과대 졸업식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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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한 김아무개씨 부부는 "의대 정원을 점차 늘려가면 모르겠는데, 갑작스럽게 2000명을 증원한다고 하니 문제"라면서 "지금 법원에도 지연된 재판이 얼마나 많은데 그럴 거면 검사와 판사도 2000명씩 늘리지 그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의사협회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앞에서 만난 졸업생 B씨도 "환자를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히 (꼼꼼하게) 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며 "갑자기 2000명을 증원하면 교수 1명당 담당해야 하는 학생이 많아져 수업의 질이 그 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사 키워드도 '정부'... 졸업생 대표 "어느 때보다 혹한기"

오후 3시가 되자 사회자가 학부 졸업식의 시작을 알렸다. 가족과 지인들은 협소한 공간 탓에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학교 측이 따로 마련한 옆 건물에서 스크린으로 식을 지켜봤다. 

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은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필수 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들이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며 "명의가 되거나 훌륭한 의사과학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치료하는 의사,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뚜렷한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대 의과대 졸업식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의사들과 정부 간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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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부회장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가) 깊은 혼란에 빠져있다"며 "이로 인해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과 교수, 동창회원들은 모두 마음이 가라앉아 있는데 지금도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나 협치하기보다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번의 갈등과 위기를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단합과 지혜로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다"며 "이번에도 국민들이 바라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풀릴 것이란 희망을 품으라"고 덧붙였다.

단상에 오른 서울대 의대 졸업생 대표는 "모두 아시다시피 의료계는 갑작스럽고 그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 속에 있다"며 "이 추위의 끝은 봄일까, 아니면 길고 긴 겨울의 시작일까"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것(정부 의료 정책)만 아니었다면 (졸업을 앞둔) 이 시기에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하며 다들 원인이 뭔지, 누가 잘못한 건지 (생각하느라) 복잡할 것"이라며 "학부생 때 병원 곳곳을 누비며 협력의 가치를 깨달았듯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가서도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태도를 갖자"고 말했다.

졸업식 말미, 학생들은 졸업생 대표를 따라 오른손을 들고 의사윤리강령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발표했다.

같은 날 서울대병원에선 "공공병원·의대증원"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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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서울대병원 앞에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이 모여 '공공병원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일을 시작으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한 지 8일째가 됐다"며 "의료 공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명분 없는 집단행동 즉각 중단하라", "공공병원 확충하고 공공의료 강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정의학과 10년 차 봉직의 전진한(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씨는 졸업식을 앞둔 의대생들에게 "의사의 노동 개선뿐만 아니라 환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의료 시스템을 더 낫게 바꾸는 방향으로 투쟁하면 시민들로부터 얼마든지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라매병원 5년 차 간호사 현재호씨도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간호사들은 해보지 않았던 일을 며칠 만에 맡게 되면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게 되는 상황에 부닥쳤고, 많은 업무량에 힘들어하고 있다"라며 "의료인들은 현장에서 협업하며 일한다. (오늘 졸업하는 서울대 의대생들은) 상호 간 협력과 존중을 최우선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태그:#의대증원, #서울대의대, #의대졸업, #히포크라테스선서, #의사윤리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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