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인생을 마치 '과제를 하듯이 사는 것'은, 어깨가 너무 무겁다. 과제는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해진다. 그런데 숙제를 끝내는 것보다 먼저 배워야 하는 건 '왜 숙제를 해야하는가'라는 개념이다. 인생을 숙제와 과제하듯이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중간 과정'의 중요함을 놓치고 결과만 쫓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만의 규칙에 지나치게 매여있는 아내,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여 갈등을 겪는 남편에게 오은영이 전한 조언이다. 2월 26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65회에서는 '밥 VS 규칙 냉전중, 얼음부부'편이 그려졌다.
 
강균용-추명희 부부는 결혼 10년 차로 아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 성남에서 거주하고 있는 40대 맞벌이 부부였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남편과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남편은 "마음 편하게 밥먹고 잠잘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망을 밝히며 과연 어떤 사연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화법'으로 싸우는 부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격일제 부부로 생활하고 있었다. 아내는 워킹맘으로 근무하면서 육아까지 소화하느라 지친 상태였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퇴근하고 장거리 운전을 거쳐 귀가한 후에는 피곤한 상태임에도 식사 준비까지 직접 책임졌다.
 
평온하게 저녁 식사를 하는 듯하던 부부는, 갑작스러운 아이의 돌발행동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응석을 부리자 부부는 제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고 급기야 자기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이에 아내는 아이의 요구를 받아준 남편 탓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부부의 대화에서 드러난 문제는 극단적으로 어긋난 '화법'이었다. 아내는 거듭해서 '규칙'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를 처음부터 자리에서 일어나게 허용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규칙은 다 함께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편은 아이의 요구를 수용한게 아니라 달래서 밥을 먹이려고 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남편은 계속해서 규칙 문제를 따지고 드는 아내에게 "밥 좀 편하게 먹고 싶다"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내는 "편하게 먹고 있는 거다. 내가 남편이라면 편할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면서 남편의 이야기는 일절 수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방송 촬영 때문인지 평소와 태도가 달라졌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감정이 상한 남편은 결국 식사를 포기하고 남은 밥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히려 아내는 남편의 화법이 "화를 부르는 말투"라고 꼬집으며 불만을 드러냈다. 아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질문에도 남편이 마치 따지는 것처럼 반문으로 응답한다며 퉁명스러운 말투를 못마땅해했다. 남편과는 5분 이상 대화가 안 되고 볼 때마다 싸우니까 지친다는 것이 아내의 하소연이었다.
 
반면 남편은 특별한 의도가 없는, "평소에도 자주 쓰는 말투"일 뿐이라며 아내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부는 대화 내내 사소한 일로도 계속해서 의견충돌이 이어졌고, 그 책임을 모두 서로의 잘못으로 돌렸다.
 
오은영은 부부의 대화법을 지켜본 뒤 "동의나 합의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의견이 모두 다르다. 그러니 만날 때마다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맞벌이 부부 서로의 고충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대응이 너무 민감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아내 역시 "남편은 평소 자신의 요구를 잘 수용해주는 '예스맨'"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말로 약속한 것에 비하여 정작 행동으로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대화 속에 공통적으로 담긴 정서가 '억울함'이라고 분석했다. 아내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남편이 좀더 노력해주기를 원했다. 반면 남편은 현장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식사와 수면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에 오은영은 "부부가 굉장히 이상하게 소통을 한다"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질문을 할 때는 세 가지의 다른 이유가 있다. 인사말이거나, 궁금하고 걱정될 때, 그리고 '다른 의도'가 있어서 에둘러서 표현할 때"라고 구분하면서 "아내가 이런 세 번째 화법을 잘 쓴다"고 분석했다.

아내는 지나치게 느린 남편의 식사 속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남편이 빨리 식사를 마치고 육아를 도와줬으면 하는 상황에서, 아내는 표현을 에둘러서 남편이 아직 밥을 먹는 중에 '다 먹었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상대방의 기분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내식 화법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남편 역시 일상적인 질문에도 날이 선 듯한 말투로 반응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시작된 부부의 대화가 항상 서로의 화법 때문에 모두 싸움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였다. 이에 오은영은 "도돌이표처럼 부부 각자의 억울함만 호소하다가, 통하지 않으니까 말하는 강도가 점점 더 세지는 것"이라며 부부의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규칙에 집착하는 아내 안쓰럽다고 한 이유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다음 날, 부부는 이번엔 아이의 숙제 문제로 충돌했다. 남편은 쉬는 날에 아이의 숙제를 봐주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남편은 숙제를 빨리 채근하기보다는 아이를 달래며 놀아주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하여 잠시 일어섰다.

숙제부터 먼저 끝내기를 바랐던 아내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표정이 굳었다. 결국 아내가 나서서 아이를 붙잡고 숙제를 시키려고 했지만, 아이는 떼를 쓰며 거부했다.
 
이에 화가 난 아내는 "남편이 숙제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안 지켰다. 결과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남편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남편은 "아침부터 내가 노력한 건? 결과가 없으니까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냐"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의 숙제에서 비롯한 갈등은 결국 부부의 싸움으로 번졌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은 자기 편한 것만 하려 드는 것 같다"면서, 남편이 해야 할 규칙을 정한 계획표를 만들어 놓았음에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작성한 계획표에는 '아이랑 30분간 놀아주기', '밥이 맛이 없어도 먹어주기' 등 여러 가지 소소한 규칙들이 가득 적혀있었다.

아내는 "차라리 처음부터 NO라고 하던지, 남편이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아서 자신이 세운 계획들이 어그러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편은 "모른 척 하기보다는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게 나으니까"라고 반박하며 자신이 노력한 과정은 전혀 알아주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잠시후 마음을 추스른 남편은 먼저 아내와 아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사과마저도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비꼬는 것처럼 들린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숙제'에 큰 의미를 두는 아내의 심리에 대하여 "아내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보인다. 이 분은 인생을 숙제나 과제를 하듯이 살아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생을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사는 사람들은 자칫 결과만 중시하게 되고 중간 과정의 가치를 놓치기 쉽다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오은영의 진단이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내는 규칙과 약속이 지켜졌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스타일이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알고보니 아내는 어린 시절에 부모의 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인한 아픈 경험이 있었다. 또한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언성을 높이면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져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사전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예기 불안이 높아서 앞으로 닥칠 일에 미리 걱정하는 편이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여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성향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에게도 어른스럽지 못한 점이 있다며, "아내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심리검사에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세심한 면이 부족하며, 대화하는 방식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데 어려워하는 편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에서 아내에게 '규칙을 조금 줄일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아내는 "제가 정한 규칙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이에 오은영은 아이의 숙제를 예로 들며 "숙제 마치기를 채근하기보다 왜 숙제를 해야 하는지, 하기 싫은 것도 해야만 하는 개념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숙제를 끝내는 것에만 집중하면, 완벽함을 위해 생기는 규칙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또한 오은영은 아내에게 "상대의 중요한 점을 인정해줄 것"을 조언했다. 아내에게 중요한 규칙들이 있듯이, 남편에게도 '편하게 먹는 밥' 한 끼가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인정해주라는 것.

이어서 오은영은 부부 공통으로 '화법을 바꿀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아내에게는 전하고 싶은 의도를 에둘러서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표현할 것, 남편에게는 질문에 역질문으로 응수하는 방어적인 대화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상담을 마쳤지만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아내는 오은영의 솔루션에도 납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기실로 돌아와서도 아내는 남편과 대화없이 그저 눈물만 흘렸다. 남편 역시 그런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보다못해 걱정이 된 제작진이 다가오자 "제 화법을 바꾼다고 해서 될까? 남편에게 지난 날의 상처에 대한 사과를 못 받았는데 애쓴다고 될까 싶다"라는 속내를 드러내며 여전히 남편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부부는 일단 서로의 마음속 생각을 이해하게 된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기 위하여 상담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 후일담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결혼지옥 오은영 부부상담 MBC 솔루션예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