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는 봄을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을 딛고 역대 최고수준의 흥행을 썼다. 1,2부를 합쳐 한 시즌 유료 총 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를 경기당 평균관중수로 나누면 1만733명이 된다. 1만1643명을 기록한 2011년 이후 12년 만이며, 초대권 없이 유료관중만 집계한 이후로는 처음 1만 관중을 넘겼다.
 
K리그 흥행의 중심엔 승격팀이 있었다. 울산현대(현 울산HD FC)와 FC서울,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전통의 명가가 즐비한 가운데, 2부에서 갓 올라온 두 팀이 주눅 들지 않는 패기를 보인 것이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강팀과 약팀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이 두터워져온 가운데 이들 승격팀의 돌풍은 K리그가 더는 몇몇 강팀의 독무대가 아님을 일깨웠다. 대전 하나 시티즌과 광주FC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일으킨 새 바람은 K리그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술전략부터 고난 가운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 감독의 리더십 등이 화제에 올랐다. 특히나 팬들을 사로잡는 이들 팀의 마케팅은 K리그의 새로운 인기요인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았다. 하나금융그룹이 쇠락한 시민구단을 인수한 뒤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낸 대전 하나 시티즌은 오늘에 이르러 류현진의 한화 이글스와 함께 대전을 대표하는 스포츠 구단이자 대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승격 포스터

▲ 승격 포스터 ⓒ 쿠팡플레이

 
대전 하나 시티즌의 승격 이야기
 
<승격>, 영제 <We go up>은 쿠팡플레이가 서비스하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그간 다큐라 하면 90분 내외의 극장용 장편영화가 대세를 이루었는데, OTT서비스가 여럿 출범해 경쟁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서면서 보다 긴 길이의 시리즈물이 제작되기에 이른 것이다.
 
<승격>은 넷플릭스와 왓챠 등 시장을 선점한 OTT서비스 사이로 진입한 쿠팡플레이가 야심차게 선보인 시리즈다. 시장 진입 직후부터 쿠팡플레이는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와 K리그,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 중계 등 스포츠팬을 휘어잡는 서비스로 수요층을 돈독히 해왔다. 기존 OTT서비스가 영화와 드라마에 편중돼 있던 약점을 공략하고, 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적잖은 스포츠팬이 쿠팡플레이에 가입해 그 이용자가 됐다. 다음은 충성도였다. 확인한 시장을 확대하고 더욱 깊이 있게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 결과 단순한 스포츠 중계를 넘어 <승격>과 같은 시리즈 다큐를 배급하기에 이르렀다. 대전 하나 시티즌의 승격이야기를 다룬 이 다큐는 모두 6부작으로 제작되어 축구팬, 나아가 스포츠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승격 스틸컷

▲ 승격 스틸컷 ⓒ 쿠팡플레이

 
오랜 터널 지나 빛을 보기까지
 
주인공은 대전 하나 시티즌이란 팀, 그 자체다. 이 팀은 스토리가 있는 구단으로 불린다. 1997년 창단돼 2003년 이후 전성기를 맞아 K리그에 화제를 뿌렸던 대전 시티즌이 그 모태다. 최윤겸 감독의 지도 아래 김은중, 이관우, 최은성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며 영광의 시대를 구가한 이 구단은 최 감독의 코치 폭행 등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며 그대로 추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오랜 부침이 이어지다 경영악화로 대전시가 시민구단화 한 것을 다시 하나 금융그룹이 인수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대전 하나 시티즌은 구단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K리그 승격을 노렸고, 2021년에 이어 2022년 다시 한 번 K리그1으로의 승격을 넘보게 된다.
 
2021년 강원과 겨룬 승강전 또한 전국적 화제가 되었는데, 1차전을 1대0으로 이기고도 원정 2차전에서 1대4로 대패하며 승격에 실패한다. 이때 합산스코어 2대3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강원 측 볼보이들이 공을 신속히 전달하지 않거나 고의로 다른 곳으로 던지는 등 시간지연 행위를 보여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무튼 승격에 실패한 대전은 다시금 돈주머니를 풀어 선수를 영입하며 1부 승격을 위한 행진을 계속한다.
 
승격 스틸컷

▲ 승격 스틸컷 ⓒ 쿠팡플레이

 
라커룸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나다
 
<승격>은 두 번째 맞은 2022 시즌, 팀의 한 해를 요약한 다큐다. 팀은 수원FC에서 4시즌을 보내며 2부리그 최고 수준 수비수로 성장한 조유민을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 라커룸을 이끌 리더가 없어 팀이 융화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각급 대표팀을 거치며 리더십 만큼은 검증됐던 그에게 중책을 맡긴 것이다.
 
조유민은 그대로 다큐의 사실상 주연이 된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팀의 주장이 된 데다 라커룸 안팎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 그다. 그럴 밖에 없는 것이 승격에 실패하고 맞이한 2022 시즌 대전의 경기는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적 시장에서 화끈하게 지른 선수영입으로 다른 어느 팀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는 선수단을 구성했으나 경기력이 그만큼 나오지 않았던 때문이다. 그 위기의 순간마다 조유민이 나서 선수들을 질타하고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아 팀은 고꾸라지지 않고 나아간다.
 
다큐는 이민성 감독의 고전 또한 가까이서 잡아낸다. 승격 첫 해 12승15무11패의 성적으로 8위로 시즌을 마감한 대전이다. 승격팀이 10승을 넘기고, 강등권과 승점 20점 가까운 차이를 벌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성적표다. 이민성 감독은 K리그에서 검증을 마쳤고, 팀은 사상 최고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승격 스틸컷

▲ 승격 스틸컷 ⓒ 쿠팡플레이

 
퇴출후보에서 명장까지... 그 감독의 이야기
 
이민성 감독은 2부에서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주장인 조유민에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압박감의 근저엔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 성적이 있다. 리그 1위를 달성해야 마땅한 스쿼드란 세간의 평가에도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광주의 독주를 막기는커녕 번번이 패했고, 2위 싸움마저 자신할 수 없을 만큼 고전했다. 급기야 일부 팬이 이민성 감독에게 사퇴하라 소리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큐는 팀이 고전하는 상황과 이민성 감독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잡아낸다. 감독은 구단의 의사가 있다면 언제고 물러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경기를 맞이한다. 그 경기마저 자주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다. 윌리안과 주세종 같은 2부에 어울리지 않는 특급자원을 영입하여 반등을 꾀하는 모습, 연이은 코로나 확진으로 선수단이 얇아져 고생하는 이야기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야기의 끝은 모두가 아는 바다. 대전은 당당히 K리그1으로 승격하고 주축멤버들은 승격팀의 매운맛을 모두에게 보여준다. 우승은 광주에 내주었으나 김천 상무와 플레이오프까지 가서 그를 완파하며 역사를 쓴다. 그 과정은 결과를 알고 보아도 제법 감동적이다.

이진현과 주세종, 조유민, 윌리안, 레안드로 등 당시 대전을 이끈 주축 상당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 지금이지만, 팀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미 꿈을 이뤘으나 그로부터 다음 꿈을 꾸고 있는 대전 팬들은 행복할 것이다. 이 다큐는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멋진 역사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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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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