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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미터
 
'바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 그 크기와 방향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과반 승리'를 목표로 삼았던 더불어민주당의 표정도 복잡해졌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마저 흔들리는 분위기에 위기론은 점점 짙어가고 있다.

26일 공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2월 4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도가 1년 만에 민주당을 앞섰다. 숫자 자체는 43.5% 대 39.5%로 오차범위 안이지만, 흐름으로 봤을 때는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4주 연속 하락세인 동시에 지난해 2월 3주차(39.9%) 이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같은 날 공개된 서울경제-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한달 새 4%p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3%p 오른 41%였다.

하위 20% 통보, 반발 격화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2월 첫 주만 해도 민주당 45.2%-국민의힘 39.8%이었다. 하지만 2주차 들어 41.8%-40.9%로 양당 지지율이 바짝 붙어버렸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였다. "윤석열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한 마디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구성동구갑 공천 문제를 둘러싼 친명계(이재명)과 친문계(문재인) 갈등의 시작이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통보를 받으면서 반발은 점점 격해졌다.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송갑석(광주 서구갑), 설훈(경기 부천시을) 의원 등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들이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이수진(동작구을) 의원처럼 탈당을 선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급기야 22일자 전국지표조사(NBS) 조사에선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8%를 기록하고도 민주당 31%-국민의힘 39%라는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들었다고 통보받은 박용진 의원이 재심 청구도 기각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재심 청구도 "기각"된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들었다고 통보받은 박용진 의원이 재심 청구도 기각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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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부천을)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며 "무슨 근거로 하위 10%에 들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설 의원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회견장 입장하는 설훈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부천을)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며 "무슨 근거로 하위 10%에 들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설 의원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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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승패는 수도권이 좌우한다. 그리고 수도권에서는 '바람'이 중요하다. 4년 전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선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 덕에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차지, '180석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서울지역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상당히 위기다. 당장 내일이 선거면 120석 정도 될 수 있다"며 "모든 야당 뉴스가 공천에 매몰됐다. 친명-비명 갈등이 전부니 우리 당이 희망이 없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흐름이 안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쪽(국민의힘)은 나쁜 뉴스가 별로 없고, 우리는 많아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며 "공천 자체를 가능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들끓는 사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도권 곳곳을 훑고 다니면서 지역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자칫 탈당이 계속되면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는 더욱 요원해진다. 2020년 총선의 경우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인 66.2%를 기록했음에도 수도권 19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격차는 5%p 이내였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이 불공정 공천을 명분삼아 탈당, 3자 구도가 된다면, 민주당 후보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설훈 의원은 탈당 후 출마를 선언했고, 공천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26일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한 발 잘못 딛으면 위기

종합하면, 민주당은 현재 위기의 입구에 서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아직 수도권 판세가 확 넘어가진 않았다"면서도 "이번주 안으로 공천 반발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의 공천에도 문제가 있다. 용산도, 현역도 치지 않아서 잡음을 없애고 있다"며 "국민들은 그래서 한 위원장을 관망하고 있는데, 민주당 상황이 반사이익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도부가 자기 희생 아니면 투명한 공천 과정과 결과,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착시도 있다. 갈등 국면이 있지만, 조국신당의 출현으로 지지율이 빠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월 초까지는 어렵겠지만, 3월 중순이면 회복되리라 생각한다"며 "대진표가 완성되면 새로운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김민석 상황실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공천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무능한 국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 점거농성중인 노웅래 의원을 면담한 뒤 나서고 있다. 노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에 항의하며 22일 오후부터 국회 당대표회의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중이다. 면담 결과에 대해 이 대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 농성중인 노웅래 만난 이재명 "묵묵부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 점거농성중인 노웅래 의원을 면담한 뒤 나서고 있다. 노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에 항의하며 22일 오후부터 국회 당대표회의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중이다. 면담 결과에 대해 이 대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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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갤럽-서울경제 : 2월 22~23일 전국 18세 이상 1015명 대상 무선전화인터뷰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 2월 22~23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 유(3%)·무선(97%)ARS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태그:#민주당, #이재명, #수도권위기, #공천갈등,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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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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