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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전 국회의원.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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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을 꿔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말이다. 세상을 바꾸자고 다시 외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노동 중심의 진보정치를 건설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로봇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길 밖에 없다. 아니면 영원한 노예로 갈 것이냐. 민주노총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 외쳐야 한다.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진보정치의 맏형' 권영길(8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 후배 노동자들을 만나 강조한 말이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과 옛 민주노동당 대표, 대통령선거(1997년) 후보, 국회의원을 지낸 권 지도위원은 20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진보의 길, 진보정치의 길, 승리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현재 아무런 정당에 소속되지 않았다고 한 그는 "무당적자로 내 삶을 끝내고 싶지 않다. 빨리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정당에 갈 수 없다"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 연대‧통합을 강조했다.

"현재 참담하고 화도 난다"고 한 그는 "2022년, 2023년에 전국을 돌며 40여 차례 정도 강연했다"라며 "그 핵심은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 하자는 것이다. 그 줄기의 하나로 옛 민주노동당에서 분당이 된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이 하나로 돼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하나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중단할 수 없다. 안 되면 뿌리치고 가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면 된다. 분당이 돼 있는 4개 정당으로 인해 민주노총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통합 없이는 민주노총이 끊임없이 갈등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4개 정당의 동의 속에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노동 중심의 정당이 건설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안된다고 하는데, 그러나 저는 된다고 본다"라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완전한 하나의 통합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선거용 연대, 선거용 정당을 하고 나서 완전한 선거통합은 총선 이후에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또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4개 정당이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새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또 그는 "혹자는 이 상황에서 다시 무슨 노동자 정치세력화냐고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착수도 못해야 하느냐, 중단이 돼야 하느냐. 그렇지 않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다. 걸림돌이 있다고 해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갑공장 사장, 왜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 만들 생각 안하느냐"

며칠 전 남양주의 한 사무실에서 장갑공장 사장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 권 지도위원은 옛 민주노동당을 거론했다.

"그 사장은 기후온난화 때문에 장갑 장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며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공장에 작업용 장갑을 납품하는데, 안되는 이유가 재벌의 횡포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단가 후려치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더라. 왜 민주노동당을 해산했느냐고 말했다. 묻는 게 아니라 질타였다. 민주노동당이 있었으면 재벌 횡포가 조금은 바뀌었을 거 아니냐고 하더라. 기업하는 사람이지만, 민주노동당이 건설돼 외치는 목소리를 보고 박수를 쳤고 기댔다고 하더라. 노동자들만의 지지나 응원을 받았던 게 아니라 기업하는 사람들도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장은 분당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해산이라고 했다. 저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다. 그 분은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을 왜 다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런 정당이 있어야 그런 사장 같은 사람들도 기댈 언덕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권 지도위원은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성찰과 반성이 없어서 그렇다. 성찰과 반성이 없으니 꿈을 잃은 채 지내고 있다. 그날 그분을 만나고 와서 밤새 뒤척였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
 권영길 전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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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관련해, 권 지도위원은 "솔직히 기대할 게 없다. 기대를 접었다. 그렇지만 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라면서 1997년 대선을 떠올리며 비교했다.

"1997년 대선 때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 후보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첫 걸음으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그때는 대선이 하나의 지렛대였다. 이번은 4월 총선이다. 1997년 대선을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진보정당을 만드는 지렛대로 활용했다면 이번 총선을 그렇게 활용해야 한다.

1997년 대선 때 70만 표를 얻어 정리해고를 막아내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과는 30여만 표에 그쳤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안되는 구나라는 말이 나왔고 허황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뒤에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신나게 진보정당 건설하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1997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번에 더 큰 좌절, 실망, 갈등에 빠질 것이다. 그러면 1997년처럼 다시 길을 가야 한다. 그때는 민주노총이 있었기에 민주노동당을 만들었고, 민주노총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갔다. 이번에 기대치 이하로 참담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금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멀리 내다보고 가야 한다"고 한 그는 축구 국가대표와 일본 야구를 비교해 설명했다.

"일본 야구선수들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덩치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다를까. 그것은 기초체력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잔기술을 배웠다. 일본은 기초체력을 중요하게 한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기초체력을 강조했던 것과 같다.

일본 체육계는 1993년에 스포츠 100년 계획을 세웠다. 2050년 월드컵을 열어 우승하겠다는 목표다. 우리와 달리 지난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8강에 머물렀는데 야단나지 않았다. 100년 계획이 있는 것이다. 일본 축구 선수 30여 명이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다. 일본 체육이 세계 제패하기 위해 100년 계획을 세우고, 어릴 때부터 기초체력을 다지도록 한 것이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친자유주의 세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냥 해서는 안된다. 스포츠에서는 철저하게 기초체력을 준비하듯이, 진보정당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그것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이고, 민주노총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시대가 진보정당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로봇)을 거론하며 "지금은 대전환 시기이다"라고 한 그는 "우리에게 참으로 위급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 시대가 진보정당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코로나19 때 유럽 일부 나라는 시민들이 몇 개월 동안 바깥 출입을 못했다. 그 상태를 '코로나19 공산주의'라고 불렀다. 공산주의식으로 국가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다시 코로나19가 왔을 때 사회가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삶에 직결된 문제다. 가령 창원 자동차 부품공장들이 기후위기에 따라 가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코로나19 때 플랫폼 노동으로 바뀌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윤석열정권이 뭉개고 있다. 계속 뭉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연합은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에 대해 노조가 반대를 했는데 결국 성사되지 않았던 것은 유럽연합에서 승인하지 않았기에 무산됐다.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을 더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화력발전소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벌써부터 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공지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 휴전선에 로봇 군인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그런데 재벌이 로봇을 관리한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로봇세를 물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권영길 지도위원은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기후위기, 인공지능 시대에 답이 없다"라며 "소득세를 내는 거처럼 로봇세를 내고 그 수입으로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돌봄노동도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을 노동자가 만든 정당이 국가권력을 갖고 해야 하며, 그 꿈부터 꾸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을 거론한 그는 "모든 개혁의 중심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이 제일 어럽다.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이 집권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점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혁명적 방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외쳐야 한다"라고 했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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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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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권영길,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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