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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추모탑을 찾은 한 유족이 추모탑에 새겨진 가족의 이름을 손으로 닦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추모탑을 찾은 한 유족이 추모탑에 새겨진 가족의 이름을 손으로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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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야 엄마가 왔는데, 어떡하냐..."

지팡이에 의지한 채 안전조형물(추모탑)에 새겨진 딸의 이름을 닦던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21년 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딸을 잃은 어머니는 그날의 기억에서 멈춰 선 듯 한참을 딸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쓰다듬었다.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를 맞아 이동우 2.18안전문화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 오준호 새진보연합 공동대표,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 대구시 동구 용수동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중앙로역 '기억공간'을 찾아 추모했을 뿐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추모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구시 관계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 오지 않아... "온전한 애도를 위한 위령탑 설치돼야"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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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수목장이 된 곳에 꽃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는 모습.
 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수목장이 된 곳에 꽃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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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21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참사를 잊지 말고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정부와 참사의 책임자들은 참사를 항상 특정 개인의 과오거나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둘러댄다"며 "그 결과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약간의 개선은 있으나 미봉책에 그치고 참사는 끝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모공원이 시민안전테마파크로, 추모탑이 안전조형물로 불리는 현실에서 기억은 왜곡되고 짓밟히고 있다"며 "우리는 그날의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참사가 일어났던 21년 전 대구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밝힌 오준호 새진보연합 공동대표는 "참사 며칠 후 현장을 찾았을 때 온통 시커먼 벽 아래에 놓인 국화꽃을 보고 울먹였다"며 "유류품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대구시에서 물청소를 해버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왜 우리는 참사 현장이 아닌 그 정체도 알 수 없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라는 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단 말인가"라며 "추모공원의 이름을 찾고 온전한 애도를 위한 위령탑을 설치하기로 이미 약속한 대구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위령탑 설립을 위해 대구시의 즉각적인 협조와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며 "삭감해 버린 2.18안전문화재단의 예산을 복구하고 유가족이 주체가 되는 안전교육을 대구시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실시하라"고 강조했다.

추모식 방해한 상인들 "대구시가 협약서 이행해야"
  
2.18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앞에서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연합회 등 주민들이 대구시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18대구지하철참사 21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앞에서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연합회 등 주민들이 대구시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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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동화지구 상가연합회 상인들은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며 추모식을 반대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상인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약속을 지킬 때까지 추모행사를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팔공산 추모공원화 반대투쟁 비상대책위 명의의 성명을 통해 "2022년 2월 권영진 전 시장과 동화시설지구 주민대표와 합의한 사항을 홍준표 시장이 들어서면서 무산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상인들이 권 전 시장과 합의한 협약서에는 ▲ 동화지구 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 트램 설치 ▲ 파계사에서 동화사를 거쳐 갓바위까지 단풍 백리길 조성 ▲ 도시재생사업 추진 등 3가지 약속이 담겼다. 그 대신 유가족들의 추모식을 허용하고 안전상징조형물을 추모탑으로 명칭 변경, 시민안전테마파크를 2.18기념공원으로 명칭을 병기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대구시가 시민과 공문으로 약속한 바를 수장이 바뀌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런 모습이 수준 이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홍준표 시장은 하루빨리 지역주민과 2.18유족 측과의 끝나지 않는 갈등을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상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더 이상 유족들이 힘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빨리 추모사업을 완결하라는 지지와 격려의 당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추모사업은 정치인이 표를 얻고자 한 정치공약이 아니다"라며 "2003년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참사의 법적 책임자요 가해자인 대구시라는 행정기관이 법적인 피해자인 유족들에게 피해 보상의 하나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중앙로역 기억공간을 찾아 참배했다.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 시장은 사고 현장이었던 중앙로역 내 추모공간인 '기억공간'을 찾아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헌화하고 참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는 홍 시장의 참배에 대해 "도둑 참배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참배도 있는가"라며 "참배라면 망자에 대한 예의, 유족에 대한 위로, 시민들을 향한 시장으로서의 반성과 안전사회 구축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배는 마땅히 희생자 영령과 유족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지금 유족들이 요구하는 추모사업은 막연히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참사의 법적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약속한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21년이 지났지만 대구시가 약속한 2.18추모공원 조성은 여전히 시민안전테마파크로, 추모탑은 안전조형물로 불리며 추모사업이 표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당은 "대구시는 우리의 아픔을 외면하고 참사의 기억을 삭제하기 바빴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유가족들과 약속한 추모사업을 진행하고 그날의 진실을 밝혀 진심어린 애도를 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대구지하철참사21주기, #추모식,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홍준표, #동화지구상가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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