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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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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을,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탓했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아시안컵 부진을 주제로 5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한 뒤 발표한 결과물이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15일 오후 4시께 전력강화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화상으로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전했다. 

"선수단 중 불화가 있었고 그 부분이 경기력이 영향을 주었다고 (클린스만 감독이) 말씀하셨다. 선수단 핑계를 댔다기보단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했다. (본인의 전술이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직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표팀 내분에 대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의 공식 입장'을 물었고, 황 본부장은 "감독의 무한 책임"이란 답을 내놨다. 답변에 '축구협회'는 빠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그 일(내분)이 발생했고 협회로서는 빨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팀 운영에 관해선 감독이 무한 책임이고 그것이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축구회관 앞 곳곳 "정몽규 사퇴, 클린스만 경질" 현수막
 
▲ [현장] "손흥민·이강인 싸움 붙이나?" '실시간 싸움 중계' 축협으로 몰려간 축구팬들
ⓒ 복건우·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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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축구협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은 팬들의 분노로 들끓었다. 클린스만 감독 인선을 주도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책임론과 선수단 내분 보도에 대해 축구협회가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왜 애꿎은 손흥민이랑 이강인한테 그러냐!"
"선수 보호는 못할망정 이게 뭐 하는 짓들이야!"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축구회관 입구는 축구팬 5~6명과 수십 명의 취재진과 경찰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도 있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즉각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한 축구팬이 손흥민, 이강인 선수의 다툼을 외부에 유출한 건에 대해 항의하며 축구협회 관계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선수들이 다툴 수도 있지. 누가 유출했나" 항의하는 축구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즉각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한 축구팬이 손흥민, 이강인 선수의 다툼을 외부에 유출한 건에 대해 항의하며 축구협회 관계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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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서 한 축구팬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즉각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클린스만 감독 경질, 정몽규 회장 사퇴" 촉구 시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서 한 축구팬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즉각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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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들의 거센 반발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들은 "정몽규는 즉각 사퇴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고, 중간중간 축구협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축구회관에 들어가려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회관 앞에 붙은 긴 현수막도 좁은 골목길을 메웠다.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선임 배경과 과정 그리고 연봉 기준 공개하라"는 내용이었다.

성남에 거주하는 축구 팬 강민구(50)씨는 "축구협회 회장은 숨어버리고 국가대표 감독은 미국으로 도망치고 우리 선수들은 주먹다짐까지 하는 엉망진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가 많은 감독을 데려온 정몽규의 독단과 축구협회의 제멋대로 대응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축구 팬 조대철(46)씨는 "선수들 간 사소한 갈등을 봉합해야 할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월드컵, 아시안컵, 청소년대표팀이 마음 놓고 경기할 수 있겠냐"며 "1970~80년대 마인드로 축구협회를 운영하는 분들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축구 팬 김광원(40대 중반)씨도 "아시안컵 승패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다툼을 왜 축구협회가 언론에 흘리고 아무런 공식 입장 발표가 없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우리 같은 축구 팬들도 이렇게 피눈물이 나는데 국민들은 훨씬 더 분노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 축구팬이 보낸 항의 화환이 놓여 있다. 화환에 달린 리본에는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적혀 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앞에 축구팬이 보낸 항의 화환이 놓여 있다. 화환에 달린 리본에는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적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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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호는 '64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며 아시안컵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하다가 4강에서 탈락했다. 이에 축구팬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경질론이 불거졌지만 정몽규 회장은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14일 영국 언론 <더 선> 보도로 알려진 대표팀 분란은 논란에 불씨를 더했다. 4강 요르단전 패배 전날 선수들이 말다툼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즉각 인정한 것을 두고 아시안컵 지도력 부재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루고 또 미룬 브리핑... 축구협회는 책임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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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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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아시안컵 대회를 돌아보고 대표팀 운영을 전반을 평가하는 자리였으나,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가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포함해 전력강화위원 중 8명이 참석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기력 부진뿐만 아니라 잦은 해외 출장, 재택근무, 선수단 관리 능력 부족 등에서 드러난 태도 논란이 축구 팬들의 비판 여론에 불을 댕긴 결과였다. 

축구협회는 애초 오후 2시 회의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일정이 거듭 미뤄지며 브리핑은 4시가 넘어서야 진행됐다. 회의가 있은 지 5시간 만에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축구회관 1층 로비에 나와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습니다. 오늘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내용과 결론은 축구협회에 보고드릴 계획입니다."

이어 황 본부장은 "(요르단이) 아시안컵 준결승 두 번째 상대임에도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고, 재임 기간 다양한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고, 팀 분위기와 내부 갈등을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팀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내 체류 기간이 적다는 근무 태도와 관련해서도 국민 신의를 잃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축구협회는 전날부터 불거진 대표팀 내분 논란엔 회피 기조를 이어갔다. 일부 언론을 통해 '축구협회 관계자' 명의의 기사가 쏟아짐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축구협회는 이날도 즉답을 꺼렸다. 황 본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그 일(내분)이 발생했고 협회로서는 빨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대표팀 운영에 관해선 감독이 무한 책임이고 그것이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고 답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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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클린스만, #경질,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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