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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0세를 맞이한 '후지시로 세이지'는 그림자 회화(카게에)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이다. 일본에서만 100회 이상의 순회 전시를 개최한 그는 언제나 자신의 작품에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담아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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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에 따르면, 후지시로는 1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 10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석하여,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원한다고도 전했다. 지난 3일,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여 그 현장을 살펴보았다.
 
축사를 하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국 대사
 축사를 하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국 대사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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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전시를 주최·주관한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강혜숙 대표와의 일문일답.

- 후지시로 작가를 언제 처음 알게 된 것인가.

"선생님을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곳에서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 작품을 보고 매료되어 한국에서 꼭 전시를 하고 싶었지요. 선생님의 그림자극도 있고 회화전도 있고 다양한데, 처음 한국에 선생님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던 건 롯데 에비뉴엘 개관 때였고, 제가 선생님의 작품으로 문화 마케팅을 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때가 2005년이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0년에 한국에서 전시를 준비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전시를 한두 달 앞두고 취소되었어요. 방역 문제로 작품이 아예 한국으로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21년도에 다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중인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대표 강혜숙
 인터뷰 중인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대표 강혜숙
ⓒ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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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주년 기념 전시가 지난 예술의 전당 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예술의 전당 때 기획했던 전시보다 영상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1947년부터 그림자극을 하셨는데 지금 전시에서 상영되는 여러 작품은 그림자극을 영상화한 겁니다. 전시장 곳곳을 보시면 작품이 기계화 돼서 이렇게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도 보이는데요, 예전부터 선생님께서 해오시던 겁니다. 실제 그림자극 같은 경우는 이런 원리로 뒤에서 사람들이 작동을 해서 움직이거든요. 그걸 이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신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미디어 아트가 1960년도 이후에 굉장히 활발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50년대부터 소니 기업에서 선생님의 작품으로 프로모션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영상과 회화가 만나서 창출해 내는 아트를 하시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백남준 선생님도 60년대 무렵부터 활동을 하셨지죠. 영상 기기가 발달하면서부터요."
  
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간토마츠리>와 <동사 남대문에서 금당을 바라보다>
 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간토마츠리>와 <동사 남대문에서 금당을 바라보다>
ⓒ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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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제품들이 모두 다 면도칼로 작업을 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색채가 있거나 밝은 부분은 셀로판지나 조명 필터를 긁어서 채도를 맞추기도 합니다. 여러 개를 겹치기도 하는데, 마치 우리가 물감을 섞어서 색상을 만들 듯이 셀로판지나 조명 필터를 겹쳐서 색상을 만드는 원리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면도날로 하는 작업들이 아주 섬세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참 많이 하셨을 때는 면도날을 하루에 200~300개씩도 쓰셨답니다.

수조 작품 같은 경우는 빛을 물에 비춰서 완성되는 작품인데, 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무한한 자연의 아름다움의 확장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양쪽 거울을 설치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물에 파장을 두어서 물에 비친 나뭇잎이 좀 흔들리거나, 꽃이 흔들리거나 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런 수조 작품은 70년대부터 해오셨습니다."

-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님께서 강 대표님과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실 수 있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작업을 하는 예술가, 작가로서 알려지려면 세상에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전시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작가가 의도하고 작업한 그대로를 표현해 주는 사람이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계속 말씀하시는 부분이 선생님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해 주는 사람이 저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죠. (웃음) 이번에 전시장 오셔서 오픈하기 직전에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영상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관람객
 후지시로 세이지의 영상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관람객
ⓒ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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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세종미술관
 주말 오후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세종미술관
ⓒ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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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대관이 확정된 게 사실 몇 개월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9월 초에 대관을 확실시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과의 작품 선정과 디자인까지 복잡한 과정들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하려면 보통 1년 이상은 준비를 해야 되거든요."

- 관람객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작가님이 작품 메시지로 언제나 사랑·평화·공생을 두고 작업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잘 보시면 분명 와닿는 게 있을 거예요. 선생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길 본인 작품에 있어서 너무 이해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많은 분이 오셔서 편안히 관람하다가 가시면 좋겠습니다."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관람객들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관람객들
ⓒ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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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람객 가운데 유난히 작품을 흥미롭게 보는 관람객이 있어 몇 마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 이 전시는 어떻게 아시게 되었나요?

"어제 광화문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일본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 일본 작가 전시를 한다고, 근데 또 100주년이라고 하니까 그게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요. 다양한 이야기와 테마가 있다고 해서 바로 오게 되었습니다."

- 직접 작품을 보고 난 후 소감을 말하자면?

"놀라워요. 환상적이죠. 되게 자세히 보게 돼요. 하나하나. 이건 이렇게 했을까 저렇게 했을까 같이 얘기하면서. 또 친절하게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고... 작품의 제작 연도 같은 것도 자세하게 보면서 '그럼 이거는 90세 정도에 만드신 거야?' 하는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후지시로 세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오사카 파노라마전>은 전체관람가로 1월 26일부터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태그:#세종문화회관, #강혜숙,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후지시로세이지, #세종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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