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가 2월의 첫 날 최하위 BNK를 제물로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원큐는 1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72-69로 승리했다. 지난 17일 우리은행 우리WON과의 경기부터 28일 삼성생명 블루밍스전까지 내리 4연패를 당했던 하나원큐는 19일 만에 다시 만난 BNK를 꺾고 5위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리며 4위 자리를 지켰다(8승14패).

하나원큐는 맏언니 김정은이 3점슛 3방을 포함해 23득점 6리바운드 2어스스트 1스틸로 맹활약하며 하나원큐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밖에 에이스 신지현이 11득점9리바운드6어시스트, 센터 양인영도 10득점4리바운드7어시스트2스틸5블록슛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김도완 감독은 연패탈출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종료 11초를 남기고 팀의 핵심가드 중 한 명인 정예림이 무릎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기 때문이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 후 착실한 전력보강
 
 1월17일 우리은행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신지현은 수술을 받고 21일 신한은행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1월17일 우리은행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신지현은 수술을 받고 21일 신한은행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은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국내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리그의 흥미를 높이고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위축됐던 토종 센터들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박지수라는 걸출한 센터를 보유한 KB스타즈의 변화를 목격하는 수순에 그치고 말았다.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하나원큐의 경우 골밑보다는 외곽에 치중하는 팀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가 크게 유리할 게 없었다.

실제로 하나원큐는 2020-2021 시즌 강이슬(KB)과 신지현이 팀을 이끌었지만 11승19패(승률 .367)로 5위에 그치면서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에이스 강이슬마저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고 말았다. 하나원큐는 2021-2022 시즌 강이슬로부터 에이스 자리를 물려 받은 신지현이 고군분투했음에도 5승25패(승률 .167)로 6개 구단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에도 신지현과 양인영에게 의존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6승24패(승률 .200)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 시즌에 비해 1승이 늘어났지만 의미 있는 변화나 성장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하나원큐는 2015-2016시즌과 2016-2017 시즌에 이어 6년 만에 또 다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약체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에이스의 이적과 두 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수모 속에서도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나원큐는 2021-2022 시즌이 끝난 후 슈터 구슬이 신한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보상선수로 포인트가드 김애나를 영입했다. 루키 시즌에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박소희가 2년 차 시즌에 26경기에서 4.4득점1.9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신인왕에 선정된 것도 하나원큐에게는 뜻 깊은 성과였다.

세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한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FA시장에서 신세계 쿨캣 시절의 에이스였던 김정은을 재영입했고 FA자격을 얻어 KB로 이적한 '스틸여왕' 김예진의 보상선수로 재주 많은 포워드 엄서이를 데려왔다. 작년 9월에는 신인 지명권 2장을 BNK에 내주면서 성실한 듀얼가드 김시온을 영입했다. 크게 화려하진 않아도 대단히 알찬 비 시즌을 보낸 셈이다.

엄서이 미세골절 이어 정예림도 부상교체
 
 하나원큐의 주전가드 정예림은 경기종료 11초를 남기고 무릎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하나원큐의 주전가드 정예림은 경기종료 11초를 남기고 무릎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시즌을 시작한 하나원큐는 전반기를 4위로 마치며 플레이오프 가시권에 들어왔다. 비록 후반기 들어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상승세의 신한은행에게 반 경기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역대 최저승률 팀을 소환해야 했던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나원큐에 심각한 '부상주의보'가 내려졌다. 작년 11월 6일 삼성생명과의 시즌 첫 경기부 김정은이 치아를 다치면서 김도완 감독과 팬들의 가슴을 덜컹거리게 만들었던 하나원큐는 후반기 들어 주요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22경기를 소화한 현재 하나원큐에서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김시온과 양인영 두 명뿐이다.

문제는 하나원큐 선수들의 부상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원큐의 에이스 신지현은 지난 1월 17일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경기를 결장한 신지현은 24일 신한은행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고 28일 삼성생명전부터는 두껍게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24일 신한은행전에서는 10분 동안 11득점을 기록하던 식스우먼 엄서이가 허리부상으로 교체됐고 허리 미세골절로 4~6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한 양인영의 백업으로 활약하던 김하나도 어깨부상으로 수술이 예정돼 있어 사실상 시즌 중 복귀가 쉽지 않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1일 BNK전에서 주전가드 정예림이 경기종료 11초를 남기고 코트에 쓰러져 무릎 부위에 고통을 호소하다가 들것에 실려 나갔다.

하나원큐는 지난 1월 13일 BNK전에서 무릎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날렸던 박소희가 코트로 돌아오면서 선수활용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소희 한 명이 복귀하고 여러 명의 선수가 차례로 이탈하면서 오히려 적은 선수들로 후반기의 힘든 일정을 이겨 나가야 한다. 시즌 후반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찾아온 하나원큐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그토록 원했던 봄 농구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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