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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한 번 다녀오고서 목포가 늘 그립다. 서울역에서 ktx로 두 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으로 자그마한 역사에 내리면 동양척식주식회사였던 박물관, 유달산, 삼학도가 지척이다. 발길이 닿는 대로 모두가 유적이다.

파주에서 태어나 의정부로 시집온 후 55년을 경기북부에서 지내는 내게 목포가 그토록 가까운 장소였다는 발견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러니 의정부에서 원산은 얼마나 가깝겠는가?

경원선이 의정부를 거쳐 소요산에 이어 연천까지 연장되었다. 이대로 원산까지 고속철도를 타고 가면 목포보다 훨씬 가까울 게다. 그럼에도 원산이 주는 거리감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멀다. 분단된 나라에 사는 비극이다.

독서연구회 회원들과 연천의 청산에 있는 서점앤카페 서다에 나들이를 했다. 역사에 딱 붙어 있다. 빨간색 이층 벽돌 건물로 초록색 동그란 간판이 눈에 띈다. 아래 위층 합해 육십 평이란다. 북큐레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책방지기는 빵 만들랴, 커피 내리랴 분주한 가운데도 책방지기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카페 서다의 내부
 카페 서다의 내부
ⓒ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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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리는 책소개가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핵심적 소개가 인상적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지 소개하는 목소리마저 바르르 흔들린다. 좋은 책도 먼저 알아봐 주는 안목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이동진, 김영하, 신형철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추천하기 전에 먼저 권했던 책이 나중에 줄줄이 유명세를 타게 될 때 자신의 권유를 받아들여 책을 먼저 고객들이 접했단다. 그 이야기를 할 때는 긍지를 느끼시는 듯 힘이 들어간다.

정세랑 작가가 단행본에 안주하지 않고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쓰는 일이 무척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공들여 말한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리뷰를 보고 흥미를 느껴서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입니다>(페트릭 브림리)를 상세하게 전한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은 연구회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2024년 독서토론 첫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층 건물의 건축비가 수억 대이고 부부의 노동력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책방 운영의 기회비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게 세도 인건비도 나가지 않아 유지가 되지만, 속내를 살피면 책 좋아하는 마음이 없이는 이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세상에는 손해가 나도 따지지 않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제 곧 오십이 된다는 사장님은 삼십 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다. 책방이란 무릉도원에서 나이를 잊고 살아 그런가 보다. 

회원들은 손에 책들을 한두 권씩 사 들고 책방을 나섰다. 통일이 되면 북쪽 사람들도 내려와서 책을 읽고 빵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미처 몰랐던 북쪽의 책들도 구비해 놓으라고 추천하고, 남쪽에는 이런 책이 인기라고 소개하겠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장소가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런 상상이 있어야 이곳 청산에서 부부가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을 끌고 가지 않겠는가? 흔히 군인과 교사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책방주인이야말로 그런 사기가 꼭 필요해 보인다.

태그:#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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