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저희는 진심으로 야구를 했다. 2024시즌에도 에이스를 하겠다."
"신인왕을 받고 나서 조금 나태해졌는데 '그때 잘할 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났다."


'최강 몬스터즈'를 지탱한 두 원투펀치 이대은과 신재영의 눈물로 전한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월 22일 방송된 JTBC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 76회에서는 2023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몬스터즈의 제주도 야유회와 시즌 결산 시상식이 열렸다.
 
몬스터즈는 단국대와의 시즌 마지막 직관 경기에서 승리하며 그 포상으로 1승을 미리 적립한 채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고, 1박 2일 제주도 휴가권까지 획득했다. 사복을 입고 공항에 집결한 몬스터즈 선수단은 제주도에서 OB와 YB팀으로 나뉘어 닭싸움, 발야구, 단체줄넘기 등 유쾌한 게임대결을 펼쳤고, 맛있는 회식과 힐링의 시간도 즐겼다.
 
저녁이 되어 몬스터즈 선수단은 말끔한 수트로 환복하고 '2023시즌 시상식'을 위하여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예능상으로 꾸며진 1부에서 '수비요정상'은 거구에도 날렵한 1루수비를 선보이며 여러 명장면을 연출한 이대호가, 훈련에 가장 열심히 참석한 멤버들에게 주는 '노량진 보안관'상은 김성근 감독과 선성권이 공동수상했다. 서로의 케미가 돋보이는 듀오에게 주는 '꿀이소리상'은 사제인 김성근-정근우, 중계진인 정용검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위원이 함께 수상했다.
 
지난해 MVP에서 올해는 추격조로 위상이 급락한 유희관은 번뇌를 벗어나 마음의 수양을 쌓으라는 의미의 '불상'을 수상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나르시시즘이 가장 충만한 멤버에게 주어지는 '자기애상'은 박용택-김선우-오주원이 공동수상하여 멤버들의 격한 공감을 자아냈다.
 
이밖에 '맑은 눈의 광인상'은 서동욱, '내년에 떡상'은 정성훈, '올해의 작가상'은 신재영과 오주원, '승리요정상'은 이홍구, '난세영웅상'은 박재욱이 각각 수상했다. '사실상 대상'은 묵묵히 팀에 헌신한 오세훈 트레이너와, 예능 신스틸러로 맹활약한 김문호의 아내 성민정씨가 수상했다.
 
선수들 웃기고 울린 시상식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본상인 2부는 실제 경기 기록과 활약상을 토대로 한 선수상이 시상됐다. 먼저 투수부문에서 '자책점상'은 11경기 31이닝 자책점 1.16으로 딱 규정이닝을 간신히 채운 오주원이 수상했다. 몬스터즈 선수단은 발표가 나자마자 일제히 오주원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오주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이 기록은 안 깨질 것 같다"는 뻔뻔한 수상소감으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승상'은 몬스터즈가 2023시즌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10승을 책임진 이대은이 차지했다.  또한 '탈삼진상'은 87개를 잡아낸 신재영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타자 부문에서는 '대왕문어' 김문호가 3할 8푼 7리라는 놀라운 타격감을 자랑하며 이대호(3할 4푼 6리)를 제치고 '타율상'을 수상했다. 김문호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이 상을 수상하며 평생 안주거리로 삼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 번 반짝이는 선수가 아니라 계속 빛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대호는 비록 타율상은 김문호에게 밀렸지만 '홈런-타점-최다안타' 3관왕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몬스터즈의 4번 타자다운 활약을 증명했다. 이대호는 "작년에 정근우가 받은 상을 다 뺏어오겠다고 약속한 걸 지켜서 기쁘다. 내년에는 김문호의 상을 뺏어오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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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이대호와 중심타선을 이끈 '캡틴' 박용택은 시즌 내내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홈런-타점-최다안타 등에서 모두 간발의 차이로 2위를 기록하며 정작 선수상에서는 무관에 그쳤다. 현역 시절 매시즌 꾸준한 상위권의 성적에도 MVP나 개인 타이틀과는 크게 인연이 없는 '만년 2인자'였던 박용택의 커리어와도 흡사했다. 몬스터즈 선수단도 하나같이 놀라워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대호는 "상복이라는 것도 있는 사람에게만 따르더라"며 박용택을 놀렸다. 박용택은 후배들의 짓궂은 놀림에 내내 미묘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23시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은 포수 박재욱과 투수 신재영이 공동수상했다. 장시원 단장은 "이 사람이 없었으면 시즌3도 없었다"며 박재욱을 극찬했다.
 
트라이아웃을 통하여 몬스터즈에 합류한 박재욱은 입단과 동시에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며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와 도루저지는 물론,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방을 터뜨리며 '만루의 해결사'로 등극했다. 현역 시절에는 주로 2군에 머물며 빛을 발하지 못했던 박재욱은 <최강야구>를 통하여 은퇴 후에 오히려 야구인생의 꽃을 피운 대기만성의 성공사례로 등극했다.
 
박재욱은 "트라이아웃 때 저를 뽑아주는 단장님과 제작진에 감사드린다. 제가 멘탈이 약한 편인데 선배님들이 위기나 찬스 상황 때마다 긍정적인 말을 심어주셔서 긴장감을 덜고 잘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본래 신인왕은 박재욱의 단독 수상으로 예상되어 있었다. 그런데 단장인 장시원 PD가 긴급 발표를 선언했다. 장 PD는 "저도 공동수상을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과연 신재영이 신인왕의 기록에 못 미치는가에 대하여 2주 동안 정말 힘들게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장 PD는 "제가 신재영에 신인왕을 안 주면 앞으로 최강야구를 계속 하든 다른 프로그램을 하든 계속 저 선수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았다. 저 선수의 1년을 저는 함께했다. 그 진심을 믿기 때문에 신재영에게도 신인왕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박재욱처럼 상금은 지급되지 않는 대신 트로피만 주어지는 공동 수상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박수를 치며 장 PD의 결정을 지지했다.
 
올해 트라이아웃을 통하여 몬스터즈에 새롭게 합류한 신재영은 동갑내기 이대은과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몬스터즈의 마운드를 지탱했다. 유순한 성격 때문에 몬스터즈 선배들이나 상대팀에게도 자주 몰이 대상이 되면서 '맛도리', '맵도리' 등의 별명을 얻으며 예능적으로도 적지 않게 활약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상한 신재영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돌연 눈물을 쏟아냈다. 신재영은 히어로즈에서 데뷔하여 프로야구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이후로 커리어가 순탄하게 풀리지 않으며 일찍 선수생활을 은퇴해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신재영은 아쉬움이 많았던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뒤늦게 <최강야구>를 통하여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데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신재영의 눈물을 지켜보던 몬스터즈 멤버들은 "신재영도 돈(상금) 주라"면서 장난스럽게 위로했다. 졸지에 상금을 못 받아서 울어버린 사람으로 몰린 신재영은 당혹감에 쑥쓰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장 PD는 "제 사비로 신재영의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통 크게 선언했고 몬스터즈 선수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미소를 되찾은 신재영은 "2024시즌에도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근 감독의 칭찬받은 MVP 이대은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대망의 MVP는 타격 3관왕에 오른 이대호와 박용택, 박재욱을 모두 제치고 에이스 이대은이 수상했다. 이대은 역시 수상이 확정되자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시절 미국 마이너리그-일본-한국 프로야구를 오가며 굴곡 많은 야구인생을 보냈던 이대은은, 현역 당시 국가대표까지 발탁되었던 커리어를 지녔지만 정작 프로야구 시상식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이대은은 KT 위즈에서 은퇴를 선언할 당시 야구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가 <최강야구>를 통하여 은퇴한 지 얼마 안 되어 야구 프로그램 출연소식을 알렸을 때도 팬들의 여론은 엇갈렸다. 2022시즌 중반에 합류할 무렵에는 불안한 제구력과 기복 심한 멘탈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시즌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다짐한 이대은은 2023시즌 몬스터즈의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대은의 수상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김성근 감독은 정근우와 대화를 나누며 이대은의 노력을 증언했다. 김 감독은 "올해 개막하기 전에 이대은 혼자만 연습했다. 80개, 50개씩 오기로 던져서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며 이대은의 성실함을 인정했다. 이날 김 감독의 칭찬을 받은 선수는 이대은이 유일했다.
 
엄청난 훈련량에다가 선수를 향한 공개적인 칭찬을 아끼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이대은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최강야구>를 위하여 얼마나 진정성있게 노력해왔는지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MVP 트로피를 들고 이대은은 "내년에도 에이스를 하겠다"는 소감을 남기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최강야구>에는 이대호, 정근우, 박용택 등 이미 자타공인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레전드들도 있지만, 충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야구인생을 아쉽게 마감해야 했던 선수들도 다수다. 올해 몬스터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대은, 신재영, 김문호, 박재욱 등이 모두 이러한 '야구 미생'에 해당하는 사례들이었다.

박용택의 평가처럼 "다들 하나씩 사연있는 선수들"이 은퇴 후 다시 한번 <최강야구>를 통하여 뒤늦게 야구인생의 2막을 꽃 피우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그 진정성에 더욱 감동할 수밖에 없었던 매력포인트였다.
 
모든 시상식을 마치고 장 PD는 2024시즌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장 PD는 "최강 몬스터즈의 적은 여전히 세월이다. 그 세월을 2023시즌은 어떻게 이겨냈지만, 내년에는 더 힘들 것 같다. 오늘 시상식은 오늘까지로 잊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방송은 한 시즌 동안 몬스터즈에서 헌신했던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중계진, 제작진들의 모습을 일일이 나열하여 새로운 시즌3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2023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몬스터즈는 스토브리그의 연봉협상, 트라이아웃을 통한 새 멤버 영입 등을 예고하며 다가올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최강야구 최강몬스터즈 2024시즌 시상식 이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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