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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금요일 베트남 전쟁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 생존피해자 응우옌티탄씨의 국가배상소송 2심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제1별관 312호에서 열린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첫 항소심(제3-1민사항소부, 재판장 양환승) 법정에는 10여 명 가까운 정부 대리인단이 대거 참석했다. 피해자 손을 들어준 1심 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였다.

2023년 2월 7일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1심 판단이 나왔고,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응우옌씨)에게 3천만 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9일 정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024년 1월 19일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2심 공판이 열렸다. 피고 쪽 항소로 법정 공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살 당시 8살이었던 피해자가 어떻게 다 기억하냐는 피고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아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진행중인 응우옌티탄씨가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국방부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학살 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아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진행중인 응우옌티탄씨가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국방부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학살 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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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를 택한 정부는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재판부에 낸 준비서면에서 정부는 "원고가 소를 제기하게 된 경위와 의도가 불온하다"라며 원고를 의심했다. 나아가 "8살 혹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라는 표현을 여덟 차례나 사용하며 '허위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이 학살을 벌인 것에 대한 반성의식이나 그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내용들은 없었다.
 
원고는 한국 군인이 총을 쏘아서 생긴 것이라고 진술하나, 당시 8살밖에 안 되는 어린 여자아이의 진술은 원고의 기억과 판단에 의한 진술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신다은, "8살이 뭘 기억하나" 가해자 대한민국, 피해자를 모욕하다, 한겨레21, 2024.01.27.)
도대체, 어떻게 복부에 총격을 당해 창자가 밖으로 쏟아지는 상태가 된 8살 여자아이가 의식을 잃지도 않고 엄마를 찾아다니며 오빠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소리입니까. 도무지 맞지 않는 소리입니다. 8살 여자아이가 방공호에서 올라간 순서를 기억하고 복부에 총상을 입은 뒤 총을 맞고 쓰러졌는데 의식을 잃지도 않고… (중략) 참으로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허위 진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다은, 앞의 기사, 2024.01.27.)  

정부 측은 지난 2022년 8월 한국에 와서 증언한 퐁니퐁넛 학살 목격자 응우옌득쩌이씨의 증언과 학살을 목격한 한국군 참전용사 류진성씨의 증언도 부정했다.

응우옌득쩌이의 증언에 대해선 "가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졌을 50여 년 전의 망원경으로 본 것이기에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한국군 참전용사 류진성씨의 증언에 대해선 "세상에 전쟁의 비참함을 알리고 전쟁을 방지한다는 등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증언하고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증인 류진성은 이 사건 소송의 배후에 있는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에 의해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응우옌득쩌이는 1968년 당시 남베트남군으로써, 한국군의 가해현장을 목격한 인물이고,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삼촌이기도 하다. 1968년 한국군이 저지른 퐁니퐁넛 학살의 피해자는 당시 한국군의 동맹세력이었던 남베트남군의 가족들이었다. (관련기사: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로 가족 잃은 피해자... 그가 바란 것")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데, 과연 대한민국이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전쟁범죄와 피해에 대해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항소심은 2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되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변론기일은 4월 5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가해자가 학살 사실을 인정하며, 역사 앞에 두번 죄를 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베트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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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전공자입니다. 사회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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