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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훌륭한 분" "신념뿐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분" "광주를 찾았을 때 시민들이 그분을 보는 눈, 그분이 시민들을 보는 눈이 달랐다. 그 장면이 영화를 만들게 했다."
 
길위에 김대중 제작사 명필름
 길위에 김대중 제작사 명필름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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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의 말이다. 이 작품은 사업가로 시작, 정치가가 되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제15대 고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영화다. 영상 자료와 인터뷰로 구성한 다큐멘터리다. 개봉 3일 뒤, 지나는 길에 있던 영화 제작사인 파주 명필름에서 가족과 함께 봤다.

영화에는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나도 두 장면에 있었다.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최루탄에 맞아 숨졌을 때, 호헌 철폐하고 독재는 물러나 직선제 하라고 외치던 때이다. 첫 번째 때는 김 선생이 민주 인사들과 맨 앞줄에 서서 지팡이를 짚고 걷던 모습을 기억한다. 두 번째 때는 역사학도 학생회장으로 공익을 위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민하고 역사와 민족을 사랑했던 학생들을 '운동권'이라는 말로 함부로 매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엄혹한 시대에 사회와 역사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의 안위를 위했고, 지금은 말로 국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을 믿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밝혀졌듯이 당시 지도자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순수한 생각이었지, 내가 운동권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때의 체험이 '어떻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했다. 그 고민이 긴 세월 인간 발달을 다시 공부하게 했다. 이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길에 천착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제는 그 신념을 버릴 수 없느냐?"는 말을 건네오기도 한다. 방법은 달라도 영화 속 선생처럼 옳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다.

1924년 추운 겨울에 신안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대중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임금'이라는 큰 포부가 있었다. "정의가 기댈 언덕을 갖지 못한" 이승만 정부의 잘못된 정치, 한국전쟁으로 인한 참담한 현실은 그에게 정치가 길을 가게 했다. 여러 차례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졌지만, 불사조처럼 살아남았다. 민의원 1961년, 첫 국회의원 1963년, 신민당 총재 1991년, 대통령은 1998년에 되었다.

사형수, 수장(水葬)을 포함을 다섯 번의 죽을 고비, 6년 넘은 감옥살이, 55번이나 집에 갇혀 지내야 했지만, 민주주의, 민생, 한반도 평화를 품고 걸어왔다.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은 먹먹하고 눈물이 눈가를 적셨다. 선생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오해와 묶여있던 몸이었기에 16년 만인 1987년에야 광주를 찾았다. 그가 민주 영령들 앞에서 '엉엉' 울던 장면을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길위에 김대중 영화 안내
 길위에 김대중 영화 안내
ⓒ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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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굴하지 않고 한길을 걷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념' '종교적 영성'이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동의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선생이 가진 역사에 대한 '믿음'과 국민에 대한 '사랑'이라 본다.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에 대한 사랑, 둘로 갈라진 민족에 대한 사랑이다. 또 선생이 품은 뜻을 펼치도록 응원한 아내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지지자들의 헌신적인 역할도 컸다고 본다. 선구자는 외로웠겠지만, 그 힘으로 역사를 써갈 수 있었으리라.

내가 도쿄 유학 시 대학원 입시 때 면접관에게 들은 말은 "김대중 같은 분을 대통령을 둔 한국이 부럽다"였다. 한국 역사에서 인동초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두었다는 것은 자랑이요, 자긍심이다. 끝없이 공부하며 혜안을 갖고 국민, 민족을 사랑한 그분이 그립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한 선생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시대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에도 게재함


태그:#영화, #길위에김대중, #대통령, #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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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로 자연 속에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글을 짓고 벗을 사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경지이다(연암 박지원)." 는 말처럼 살면서, 그 경지에 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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