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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수달 셋째 월요일, 짝세월이 솔향기 모임 날이다. 교사들 모임인데, 20년 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가 소나무 송(松) 자가 들어가서 모임 이름을 솔향기라고 만들었다. 솔향기 멤버는 모두 아홉 명으로 현재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퇴직한 상태다. 나머지 한 명도 올 8월 말이 퇴직이다. 가장 큰 언니가 75세고 막내가 62세니 나이 차이도 열 살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도 모이면 늘 즐겁다.

퇴직 전에는 모두 여행을 좋아해서 방학 때 여행을 같이 다녔다. 늘 아홉 명이 함께 가진 못했지만, 여러 나라를 함께 여행하다 보니 친자매 이상으로 친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작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번 모임에는 감기가 심해서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넉 달 만의 만남이다. 처음에 총무를 맡았던 후배가 20년 이상 계속 총무를 해 주어 고맙다. 해외여행 갈 때마다 여행사를 정하고 코스를 짜며 여행을 추진해 주었는데 요즘 모임도 늘 챙긴다. 음식점도 예약하고 연락도 먼저 한다. 정말 고맙다.  

엊그제 모임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여덟 명이 다 나왔다. 식당에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인 11시 30분에 예약해서 바로 들어갔는데 식사하다 보니 바깥에는 대기 줄이 길었다. 이곳은 2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월요일 점심시간인데 넓은 음식점에 손님이 가득 찼다. 점심값이 저녁보다 싸지만, 1만 9900원은 적은 돈은 아닌데도 가족 단위, 모임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요즘 경제가 조금 살아난 것이면 좋겠다.

퇴직하고서야 연금이 귀한 줄 알았다
  
'바람도 쉬어 가는 곳'이란 제목으로 작품을 출품하여 1월에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나이 드셔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 하시는 선배님이 자랑스럽다.
▲ 선배님이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바람도 쉬어 가는 곳'이란 제목으로 작품을 출품하여 1월에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나이 드셔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 하시는 선배님이 자랑스럽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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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가장 큰 언니가 75세다. 62세에 정년퇴직을 했다. 정년 얼마 전에 대학원에 입학해서 미술을 전공하셨다. 퇴직하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셔서 매년 개인전도 하고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하신다. 퇴직 후에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연금 덕분이라고 한다.

한 분은 취미로 도예를 한다.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하지만, 1월에 일본에서 도자기 전시회를 한단다. 개인전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전시회를 하려면 일정 금액의 돈이 들어간다. 외국에서든 국내에서든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것도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연금 덕분이라고 한다. 연금이 없으면 가족에게 눈치 보여서 하기 어렵다고 한다.

공무원은 임용과 동시에 급여에서 연금 기여금이 어김없이 공제된다. 33년 동안 매월 급여의 일정 금액이 공제되었다. 물론 국가에서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지만, 33년이란 긴 세월 동안 연금 기여금을 납입하였다. 그래서 국민연금보다는 조금 많아 노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신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 다만 퇴직수당을 조금 받을 뿐이다.

오늘 모인 분들은 명예퇴직한 분도 있고 정년퇴직한 분도 있다. 모두 33년은 넘게 근무했기에 연금 생활자다. 퇴직하고 정규직으로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도 안 계시다. 그냥 취미 생활하고 가끔 여행을 다니며 살고 있다. 손주도 돌봐주고 아픈 부모님을 돌보는 분도 있다. 텃밭을 가꾸며 건강을 돌보는 분도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모든 것이 연금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연금이 정말 귀하다고 말한다.
 
매달 25일에 연금이 찍히면 또 한 달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뿌듯하다.
▲ 퇴직금이 들어오는 통장 매달 25일에 연금이 찍히면 또 한 달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뿌듯하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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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은 매달 25일에 어김없이 입금된다. 그것도 새벽에 입금된다. 25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금요일에 입금되어 어느 달은 23일에 입금되기도 한다.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는 것도 매력이다. 올해는 3.6%가 오른다고 한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요즘 교대가 인기 없는 이유는 뭘까. 학교 현장이 힘든 이유도 있지만, 공무원 연금의 매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교사 월급이 적었지만, 퇴직 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20년을 채웠다. 20년이 지나서 퇴직하면 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젊은 교사들은 연금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보인다. 공무원 연금이 있지만, 연금 체제가 바뀌어 예전 같지 않다. 따로 개인연금에도 가입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그저 현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현실에 만족하는 삶을 산다. 요즘 노인 빈곤에 대한 기사가 많은 걸 보면서 젊었을 때부터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주변의 퇴직한 지인을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연금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한다. 건강해서 은퇴 후에 일하는 분도 있긴 하지만, 일하는 분은 많지 않다. 노인 일자리도 많지 않기에 연금으로 잘 살아야 한다. 연금이 있어서 취미생활도 하고, 가끔 여행도 가고, 손주 선물도 사 줄 수 있다. 그러니 귀한 연금일 수밖에 없다.

다만 건강이 문제다. 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탈 수 있지만, 공무원 연금 수령 기간은 평균 10년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깜짝 놀랐다. 그만큼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나이 들어도 취미생활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 건강하고 예쁜 할머니로 늙고 싶다 나이 들어도 취미생활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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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오늘 모임을 통해 또 깨달았다. 돈은 절약해서 꼭 필요한 곳에만 쓰고, 대신 건강 챙기며 좋아하는 일 하고 살아야겠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겁게 남은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가까운 복지관이나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적은 돈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이라도 방문해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보아야겠다. 날씨가 춥다고 하니 우선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은퇴 후의 삶도 편안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


태그:#은퇴, #퇴직, #연금, #공무원연금, #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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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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