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중동의 복병 바레인을 제압하고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첫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에 3-1로 승리를 거뒀다.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획득한 한국은 16강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전반전 이재성 활용한 왼쪽 공격 주효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조규성이 최전방에 위치하고, 이재성-박용우-황인범-이강인이 미드필드에 포진했다. 포백은 이기제-김영권-김민재-설영우,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첫 슈팅은 바레인으로부터 나왔다. 전반 6분 프리킥 기회에서 마룬의 헤더가 골문 위로 떠올랐다. 

한국은 바레인의 밀집수비에 크게 고전하며 파이널 써드로의 전진이 여의치 않았다. 첫 슈팅을 시도하기까지는 20분이 걸렸다. 왼쪽 하프스페이스 골라인을 파고든 이재성의 크로스를 황인범이 머리로 돌려놨지만 정확히 맞지 않았다. 22분에는 박용우의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전체적인 공격 루트는 왼쪽의 이재성으로부터 이뤄지는 흐름이었다. 전반 29분 중원에서 공을 끊은 뒤 빠른 역습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재성이 박스 안으로 낮게 크로스를 투입했으나 조규성의 스텝이 꼬이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은 전반 32분 한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바레인은 한번의 카운터 어택으로 수비 라인을 깨뜨린 뒤 마단의 왼발슛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전반 35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접어놓고 반대편을 향해 택배 크로스를 보냈다. 쇄도하던 이재성의 슈팅이 빗맞으며 기회가 무산됐다. 

조금씩 바레인의 밀집수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한국은 전반 38분 한 골을 얻었다. 김민재가 왼쪽 공간으로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넣었고, 이재성의 낮은 크로스를 황인범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전반 47분 자신의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70%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한 한국은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황인범 황인범이 2023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황인범 황인범이 2023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 후반전 환상 멀티골로 에이스 입증

후반 초반 강하게 공격으로 나선 바레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5분 마르훈이 상대 박스 왼쪽에서 패스한 공이 정승현을 맞고 굴절돼 중앙으로 향했다. 이 공을 알 하사시가 밀어 넣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이기제 대신 오른쪽 풀백 김태환을 교체 투입하며, 설영우를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한국은 후반 11분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김민재가 횡패스를 중앙으로 건넸다. 공을 받은 이강인은 아크 정면에서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슛을 성공시켰다. 

주도권을 쥔 한국은 후반 13분 박스안 왼쪽에서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24분에도 해결사는 이강인이었다. 손흥민과 황인범을 거쳐간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침착하게 왼발슛으로 마무리지었다.
 
이강인 이강인이 바레인과의 아시안컵 1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후 황인범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이강인 이강인이 바레인과의 아시안컵 1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후 황인범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2골차로 벌어지면서 경기 양상은 사실상 한국으로 크게 기울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27분 조규성, 김민재를 빼고 홍현석, 김영권을 넣었다. 경고가 1개 있는 김민재를 아끼기 위한 판단이었다. 손흥민이 원톱에 포진하고, 홍현석이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자리하는 4-2-3-1 포메이션의 변화가 이뤄졌다.

후반 32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탈압박한 뒤 크로스를 띄웠다. 손흥민의 발을 거쳐 이재성에게 공간이 열렸지만 마지막 슈팅은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37분 이재성, 박용우 대신 정우영, 박진섭을 투입하며 남은 시간 안정화에 힘썼다. 

후반 41분 이강인의 스루 패스로 손흥민이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빗나가고 말았다. 힘이 빠진 바레인은 그대로 무너졌다. 결국 한국이 2골차 승리를 거뒀다.

클린스만호, 황희찬 부상 부재 극복...순조로운 첫 걸음

이번 바레인전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1달 동안 총 7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기에 1차전부터 삐끗하면 토너먼트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특히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대량 득점 승리는 필수였다. 조1위를 조기 확정지어야만 마지막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을 조절이 용이한 상황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카타르 입성 후 현지 훈련 도중 황희찬, 이재성, 김진수가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재성은 바레인전에서 선발에 포함된 반면 황희찬, 김진수는 부상으로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특히 황희찬의 부재는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바레인과 같이 밀집 수비를 뚫으려면 황희찬의 저돌적인 일대일 돌파와 골 결정력은 중요한 무기와도 같았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이재성의 왼쪽 배치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적중했다. 이재성은 지속적으로 상대의 오른쪽 공간을 공략하며 양질의 크로스와 침투를 감행했다. 답답했던 전반전 양상 속에 승부를 결정짓는 선제골은 이재성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에는 완벽한 이강인 타임이었다. 한국은 후반 초반 바레인의 파상 공세에 동점골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이강인이 후반 11분과 24분 멀티골을 작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클린스호에서 공격 전술의 핵으로 활약한 이강인의 존재감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비록 승리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이날 박용우, 김민재, 이기제, 조규성, 손흥민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다. 향후 경고 트러블로 인한 결장이 발생할 경우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첫 단추를 잘 꿴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2023 AFC 아시안컵 E조 1차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4년 1월 15일)
한국 3 - 황인범(도움:이재성) 38' 이강인(도움:김민재) 56' 이강인(도움:황인범) 69'
바레인 1 - 알 하샤시 51' 

선수 명단
한국 4-4-2 : GK 김승규 - 설영우, 정승현, 김민재(72'김영권), 이기제(53'김태환) - 이강인, 박용우(82'박진섭), 황인범, 이재성(82'정우영) - 손흥민, 조규성(72'홍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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