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유쾌한 웃음과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으로 팬서비스의 정석을 보여주며 모처럼 호평을 받았다.
 
1월 14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KBL 마스코트를 따라 '팀 크블몽'과 '팀 공아지'로 구성됐다. 김주성 원주 DB 감독이 이끄는 '팀 크블몽'에는 허웅(부산 KCC), 디드릭 로슨(원주DB), 이정현, 전성현(이상 고양 소노), 하윤기(수원KT)의 베스트5를 필두로 유기상(창원LG), 송교창(부산KCC), 박지훈(안양 정관장), 김낙현(대구 가스공사), 김시래(서울 삼성), 이관희(창원LG), 허일영(서울SK)으로 구성됐다.
 
조상현 창원 LG 감독이 지휘하는'팀 공아지'에는 자밀 워니(서울SK), 최준용(부산KCC), 양홍석(창원LG), 김종규(원주DB), 이정현(서울 삼성), 이우석(울산 현대 모비스), 이재도(창원LG), 문성곤(수원KT), 대릴 먼로, 최성원(이상 안양 정관장), 이대헌(대구 한국가스공사), 강상재(원주DB)가 포함됐다.
 
KBL은 올스타전의 성격에 걸맞게 쿼터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구성하여 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선수들은 입장 때부터 화려한 댄스 세러머니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환호를 자아냈다. 코믹하고 귀여운 댄스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슬랙백 챌린지까지 선보이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이근휘는 1쿼터 종료 후 진행된 3점슛 콘테스트에서 27점을 넣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덩크슛 컨테스트에서는 패리스 배스(KT)가 NBA를 연상시키는 고난이도의 비트윈더렉 덩크를 성공시키며 예선 1위를 차지한 저스탄 구탕(LG)을 제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정현과 이관희의 올스타전 맞대결도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두 선수는 KBL을 대표하는 '리얼 앙숙'으로 유명하다. 실제 리그 경기 중 충돌하거나 신경전을 빚은 것도 여러 번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가 매치업되자 올스타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일순간 긴장감이 맴돌기도 했다.
 
다행히 두 선수는 이번에는 정정당당히 농구로서만 정면승부를 펼쳤다. 그 순간만큼은 올스타전이라고 대충하는 것이 아닌, 두 선수만의 자존심이 걸린 진검승부였다. 양팀 동료들은 두 선수만의 온전히 1대 1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정현은 이관희의 수비를 돌파로 뚫고 득점하여 파울까지 이끌어내며 완승을 거뒀다. 이정현은 두 팔을 치켜올리는 헐크 세리머니로 거침없이 기쁨을 표현했고, 이관희는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관희도 반격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공아지팀에서 5명 전원이 이관희 1명에게 달라붙는 진풍경이 펼쳐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관희는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패스해야 했다.
 
2쿼터에는 양팀의 최선참인 허일영과 대릴 먼로가 선수 유니폼 대신 심판복을 입고 깜짝 출전했다. 두 초보심판은 다분히 고의성이 의심되는 오심과 편파판정을 남발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감독들의 살신성인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에 비하여 감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쇼맨십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KBL에서 가장 연령대가 젊고 팔팔한 40대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게되며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두 감독은 경기 시작 전부터 사회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걸그룹 노래에 맞춰 깜찍한 춤을 추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어 3쿼터 경기 중에는 두 감독이 유니폼 상의를 착용하고 코트에 깜짝 등장하며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두 감독은 각각 소속팀 제자들과 맞붙었다. 김주성 감독은 김종규와 인사이드에서 포스트업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수비에서 김종규의 돌파를 공을 쳐내 저지하는 등 아직 현역 못지 않은 감각을 드러냈다.
 
반면 조상현 감독은 이관희의 돌파를 저지하려다가 그만 다리가 풀려 코트에 꽈당 넘어지는 몸개그로, 세월의 무상함을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관희는 조 감독의 볼을 가로채거나 슈팅을 블록하는 등 사회생활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쿼터까지는 유쾌한 퍼포먼스에 집중했다면, 마지막 4쿼터부터는 치열한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동점과 역전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지며 진심어린 승부욕을 발휘했다. 양팀은 118-118 동점으로 정규시간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까지 치렀다. 1997~1998시즌, 2001~2002시즌에 이어 올스타전 역사상 세번째 연장 승부였다. 연장전에서도 치열한 접전 끝에 워니와 최준용의 콤비플레이를 앞세운 공아지팀이 135-128로 크블몽의 추격을 따돌리며 승자가 됐다.

이날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팀 공아지의 자밀 워니였다.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워니는 현재 리그 득점 선두답게 올스타전에서도 무려 51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펄펄 날며 공아지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트리플더블에 어시스트 2개가 모자랐으며, 득점은 역대 올스타전 최다 2위에 해당하는 기록에 힘입어 워니는 올스타전 MVP까지 수상했다.

또한 올스타전에서 가장 쇼맨십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베스트 엔테테이너상'은 크블몽의 이관희가 수상했다. 최근 넷플릭스 연애예능 <솔로지옥>에 출연하여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은 이관희는 올스타전에서도 이정현-조상현 감독과의 매치업, 4쿼터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추격전을 이끄는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올스타전은 여러 KBL의 인기 부활의 희망을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스타전 당일날에는 눈과 비가 오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만원 관중들이 몰리며 뜨거운 열기를 예고했다. 올스타전 예매 판매 개시 3분 만에 5561석 전량이 매진됐고, 경기 당일날 현장에서도 농구 팬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며 관중석에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2-30대 젊은 팬들과 여성팬들의 비중이 높아진 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선수와 감독 등 구성원들도 형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올스타전에 최선을 다하여 참여하는 모습으로 프로스포츠의 기본인 '팬서비스'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금의 농구열기를 더욱 수준높은 경기력과 마케팅으로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구팬들의 호응이나 관심과는 별개로, 현재 한국농구는 지속적인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프로리그의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와 국내 슈퍼스타의 부재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올시즌만 해도 각 팀의 에이스와 개인 타이틀 기록 등을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시즌 리그 흥행과 올스타전의 성공을 통하여 프로농구에 젊은 팬들의 수요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는 국내 선수들의 분발과 KBL의 새로운 비전에 달렸다. 축제를 마치고 오는 17일 정규리그 후반기 일정에 돌입하는 프로농구가 올스타전의 흥행 열기를 이어갈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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