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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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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영어: Asperger syndrome) 혹은 아스페르거 증후군(독일어: Asperger-Syndrom)은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제한적·반복적인 관심사와 활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른 자폐 스펙트럼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언어적 의사소통과 인지능력의 발달 지연은 발생하지 않거나 비교적 적게 발생한다. 표준 진단 기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서투른 동작이나 특이한 언어사용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있다.

본래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한 종류로 여겨지며 ICD-10과 DSM-4-TR까지 별도의 진단명으로 구분됐지만, 2022년 개정되는 DSM-5 및 ICD-11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인 것으로 여겨져 별도 분류로서는 사라졌다. 


지난 2월 G고등학교를 새로 배정받으면서 담당 선생님과 통화했다.

"학교에서 이 수업에 바라는 점이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담당 선생님은 "수업은 선생님께 200% 맡기겠습니다. 다만 학생 중에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D군이 있어요"라고 하셨다.

D군을 만나기 전이었지만, 지금까지 만난 특수 아동처럼 대하면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첫 수업 날, 속으론 긴장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교실에 들어섰다.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 속에 유난히 D군이 있었다. 그 학생은 영화 역사에 꽂혀있어서 틈만나면 영화 관련 나무위키 내용을 읊어댔다. 중간중간 대답을 해주니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2학기가 됐다. 담당 선생님은 D군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과연 이 친구와 영화제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됐다. 담당 선생님은 상황에 맞춰 진행해도 좋다고 했지만 예술강사로서 그럴 수 없었다. 예술의 힘으로 D군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싶었다.

이 학생이 나오는 장면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후회로 번졌다. D군은 정해진 대사를 분명 외웠는데도 카메라 녹화만 시작되면 다른 말을 했다. 다른 학생들은 NG가 날 때마다 탄식했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지만 아이들에게 눈짓으로 기다려보자고 했다. 결국 NG가 10번이 넘게 났다. 너무 힘들어 대충 찍고 포기 하려는 찰나 드디어 OK장면이 나왔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D군도 아주 뿌듯해 하며 활짝 웃었다.

예술의 힘으로 공동체의 힘으로 기다림 끝에 D군의 장면을 다 촬영 할 수 있었다. 일반 교과 시간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오로지 예술강사만이 할 수 있는 예술 속에서의 기다림이다. 뙤약볕이 문제랴. 아마 그날 우리의 땀방울과 기다림으로 자폐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들도 기다림의 가치와 배려를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예술교육은 예술을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배려, 기다림 등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조울증 학생과의 영화촬영

조울증은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장애'라고도 한다.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보이는 양극성장애 I형(Bipolar I disorder)과, 조증 삽화보다 증상이 경하고 상대적으로 지속기간이 짧은 경조증 삽화(hypomanic episode)를 보이는 양극성장애 II형(Bipolar II disorder)이 있다. 일반적으로 병의 경과상 주요 우울증 삽화(Depressive Episode)가 독립적으로 또는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참고)

어느날 갑자기 Y군이 보이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 말로는 당분간 학교에 외지 못할거란다. 그래서 출석부를때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한참 영화제작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며 나타났다. 이름을 부르며 환하게 맞이 해도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아 숨을 바삐 쉴 뿐이었다. 마치 어두운 그림자 같았다. 생기가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조울증이 심해서 그간 정신병원에 입원 했었다. 잠시 학교에 상담하러 왔다가 우리 수업은 또 궁금해서 들어왔다고 전해 들었다. 그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다가 어느 비오는 날 주차장에 서있던 Y군을 발견했다. 나를 기다렸단다. 

이후에도 Y군은 수업시간에 잘 참석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학교에 오면 수업을 듣고 가려고 노력했다. 기특해서 더 칭찬을 해주고 역할을 수행하게 도왔다. 그랬더니 한 달에 한번, 3주에 한 번 만나다가 2주 연속 영화 수업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Y군이 다른 날은 학교 안 와도 영화 수업 들으러 목요일엔 꼭 온다고 전했다. Y군도 "학교 오는 거 힘든데 영화 수업은 재밌어서 엄마한테 채워달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럼 다음주에도 꼭 보자" 했더니 손가락을 내밀며 "네, 다음주에 꼭 학교 올게요"라고 했다. 아마 이번 주 목요일에도 1층 현관에서 만날 것이다.

아마 Y군은 영화수업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 학교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D군에게 배우의 기회와 기다림을 줬다. 예술교육은 아이들에게 학교에 나와야 하는 이유가 되고 즐거움이 되며 친구가 되는 경험이었다. 이 소중한 것을 나 뿐만 아니라 전국의 예술강사가 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지난 11월 실시한 '2023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수기 공모전-날자, 예술강사'에서 당선된 글입니다. 글쓴이는 노현주 영화분야 예술강사입니다.


태그:#예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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