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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해병대?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해병대?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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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지역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직후 채 상병 소속 부대장인 포7대대장이 임성근 당시 해병1사단장에게 보고한 통화 녹음이 20일 공개됐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포7대대장은 임 사단장에게 해병들이 물속에서 수색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녹음파일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했을 때 임 전 사단장은 사전에 수중수색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고 당시 포7대대장이었던 이OO 중령의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가 이날 오후 공개한 녹음파일은 모두 2개로, 채 상병이 실종된 직후 이 중령이 핸드폰으로 임 전 사단장에게 보고한 내용을 담고 있다.

17초 분량의 첫 번째 녹음파일에서 이 중령은 자신도 실종 현장으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 인원은 떠내려... 깊은 데서는 (수색을) 안 했다는데 인원이 떠내려가고 지금 안 보인다고 그래서 빨리 가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두 번째 녹음파일(54초 분량)에서 임 전 사단장이 "왜 (물에) 빠졌냐"고 묻자 포7대대장은 "삽으로 (강)물 바닥을 긁다 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서 빠져 들어갔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포7대대장과 통화에서 임 사단장은 왜 실종자(채 상병)가 물에 들어갔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0월 21일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188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어떠한 대화나 회의 중에도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한 적 없으며,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 수변 수색 정찰 작전을 할 때도 물가와 5m 이상 떨어져서 수색하라'고 안전조치 및 지침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포7대대장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는 자신의 지침을 어기고 수중수색을 지시했다면 임 전 사단장이 먼저 채 상병이 왜 물에 들어갔는지 이유를 물어보거나 포7대대장을 질책했을 법한데, 두 사람의 통화 내용에서는 이런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해병대 1사단 보고 시각 9시 12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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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 법사위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병대 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채 상병 사고 당시 상황계통 보고에 따르면,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최초 보고가 해병대 7여단으로부터 해병대 1사단으로 들어온 시각은 7월 19일 오전 9시 12분이었다.

9시 23분 해병1사단 지휘통제팀장은 "인원 1명 하천에 떠내려감, 석관천이라는 하천에서 발생, 포7대대 인원"이라는 보고를 해병대사령부에 올렸다.

이후 9시 47분 해병1사단 지휘통제팀장은 "예천 호우피해 복구작전(실종자 수색) 투입병력 하천에 떠내려간 상황"이라는 정정 보고를 했고, 10시 18분에는 "예천 호우피해 복구작전 투입병력 실종자 수색 간 지반이 무너지며 1명이 하천급류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간 상황"이라고 사고원인 정정 보고를 했다.

사고원인과 관련, 포7대대장은 "삽으로 (강)물 바닥을 긁다 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서 빠져 들어갔다고 한다"고 했고 해병1사단 지휘통제팀장 역시 "실종자 수색 간 지반이 무너지며 1명이 하천급류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간 상황"이라고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17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국방부 검찰단에서 "(임성근 해병1) 사단장으로부터 (해병들이) 주변 수변을 수색하다가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라고 보고 받아서, 당시에는 물에 들어갔다는 생각을 못했고 주변의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인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고 채 상병 사고 원인으로 '둑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전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보고를 한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오늘 마침 그 녹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민들께 진실을 반드시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공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포7대대장과 임성근 해병1사단장 사이의 통화 내용 전문이다.

- 첫 번째 통화
포7대대장 : 7대대장입니다. 
임성근 사단장 : 어떻게 됐냐? 

포7대대장 : 사단장님 저도 현장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저 위에 있다가... 지금 인원은 떠내려... 깊은 데서는 안 했다는데 인원이 떠내려가고 지금 안 보인다고 그래서 빨리 가보고 있습니다. 빨리 가보겠습니다. 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임성근 사단장 : 가봐.


포7대대장 : 예.

- 두 번째 통화
임성근 사단장 : 그래 왜 빠졌고 누가 옆에 있었고 그걸 알 수가 있냐?
포7대대장 : 예. 작업하는 팀이 중위 노OO, 중사 박OO, 상사 김OO 그리고...

임성근 사단장 : 그래. 그래. 그런데
포7대대장 : 있었는데

임성근 사단장 : 왜 빠졌냐고
포7대대장 : 이게 높은 깊이까지. 삽으로 밑을 물 바닥을 긁다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서 빠져들어갔다고 합니다.

임성근 사단장 : 그러면 현재 상태가 어떠냐고
포7대대장 : 현재 그 친구는 안 보이고 나머지 찾고 있습니다.

임성근 사단장 : 알았다
포7대대장 : 예. 필승

임성근 사단장 : 그 친구가 수영할 줄 아냐?
포7대대장 : 예. 수영 잘한다고 합니다. 

임성근 사단장 : 어?
포7대대장 : 덩치도 좋고 수영도 잘 한다고 합니다.

임성근 사단장 : 알았다.
포7대대장 : 예

태그:#임성근, #포7대대장,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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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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