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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서대문구청 앞에 걸려 있는 국민의힘과 진보당 현수막. 현행법상 정치인은 해당 지역구의 당협위원장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대문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공석이고, 민주당은 우상호 국회의원이다.
▲ 서대문구청 앞 현수막 서대문구청 앞에 걸려 있는 국민의힘과 진보당 현수막. 현행법상 정치인은 해당 지역구의 당협위원장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대문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공석이고, 민주당은 우상호 국회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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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라이벌 '우상호 vs. 이성헌'의 선거구도는 더 이상 없다. 가히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22대 총선을 앞둔 서울 서대문구갑(충현동·천연동·북아현동·신촌동·연희동·홍제제1동·홍제제2동)의 상황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와 내리 6번 맞붙었던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청장에 당선됐다. 서대문갑을 대표하는 양당 정치인 모두 자리를 비운 셈이다. 다만 '빈자리'에 대한 양당의 양상은 좀 다르다. 민주당은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가 너무 많아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무도 없다. 그 틈을 비집고 진보정당도 표밭 다지기에 열심이다. 그래서 22대 총선이 130여일 남은 현재 서대문갑의 대진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서대문갑은 기본적으로 '야당 우세' 지역구이다. 16대부터 이어진 지난 6번의 총선에서, 우상호 의원이 4번, 이성헌 구청장은 2번 승리했다. 특히 19대부터 21대까지 우상호 의원은 내리 3번 승리하며 이 지역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했다.

하지만 제1야당이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서대문갑에서만 50.13%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45.46%)를 4.67%p로 따돌린 것.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55.8%(8만1312표), 이성헌 구청장은 53.31%(7만7365표)로 당선됐다. 추세만 보자면 서대문갑에서 여당의 기세가 오르고 있는 것. 결국 최종 대진표에 따라 19·20·21대 총선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민주당] 비례 이수진 활동 눈에 띄지만... 전략공천 가능성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지난 6일 오후,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자원봉사자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축사 기회가 없었음에도 사전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후 이석했다.
▲ 자원봉사자 행사 참석한 이수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지난 6일 오후,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자원봉사자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축사 기회가 없었음에도 사전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후 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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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의원님! 안녕하세요!"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을 먼저 알아본 서대문구청 구내식당 노동자가 "힘내세요"라며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해왔던 이수진 의원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지난 6일 오후, 이수진 의원은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자원봉사자의 날'에 참석했다. 내빈석에 앉은 그였지만, 행사를 시작하며 주민들에게 잠깐 일어나서 허리를 숙인 것 외에는 특별히 인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이성헌 구청장만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서 발언했다. 축사 기회가 없는 행사였지만, 이수진 의원은 본 행사 시작 전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의원은 22대 총선 서대문갑 출마를 위해 지역을 열심히 닦고 있는 민주당 인사로 꼽힌다. 구청 맞은편에 사무실이 차려졌고, 여의도 국회와 서대문을 오가며 틈나는 대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6일) 역시 노인정 방문부터 연말 송년회 인사까지 여러 일정으로 꽉 채웠다. 지역 현역 의원인 우상호 의원이 그의 후원회장을 맡았단 점도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공천 가능성을 높이는 포인트 중 하나다. 다만 서대문갑이 당내서 전략공천 지역구로 거론되는 곳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서대문구에 자리한 본인의 지역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잠시 만났다. 하루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의상은, 주민들의 연말 송년회에서 인사하기 위해 특별히 장식됐다.
▲ 일정 확인하는 이수진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서대문구에 자리한 본인의 지역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잠시 만났다. 하루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의상은, 주민들의 연말 송년회에서 인사하기 위해 특별히 장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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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사무실에서 잠깐 만난 이 의원은 본인의 '갈등조정'과 '문제해결' 능력을 장점으로 꼽으며, 노동조합 활동부터 국회의원까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성과를 따내온 경험이 많다고 자평했다. 또한 서울 경전철 서부선 문제를 시작으로 홍제천 정비, 마을기업 되살리기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들을 거침없이 풀어내기도 했다."섬세한 리더십"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우는 자신이 이 지역구 후보로서 최적임자라는 설명이었다. 

실제 지역 분위기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인사를 드리러 가면 민주당을 향한 실망을 드러내는 유권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최소한 공인으로서의 기본적으로 기대했던 기대치가 부서지고 나니, 지금은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라고 밝혔다.
 
황두영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실장이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대문갑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 서대문갑 출마 예정자 황두영 황두영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실장이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대문갑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 황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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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그만이 아니라는 것.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대교체'를 내세운 황두영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이다.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그는 지난 11월 23일 출마선언문에서 "우상호 의원께서 용단으로 양보하신 자리에 또래의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 그것도 각종 논란이 있는 후보가 출마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점을 꼬집은 것.

그는 "교통약자에게 자리 양보했더니 엉뚱한 사람이 밀고 들어와 앉는 꼴 아닌가"라며 "우상호 의원의 용단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더 이상 선배 세대에게 더 잘해야 한다 말하면서 물러나 있지 않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 외에도 우상호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신원철 전 서울시의회 의장, YTN 뉴스 아나운서 출신인 안귀령 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여러 시사방송 패널로 인지도를 쌓은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의 입'으로 불렸던 김홍국 전 경기도청 대변인의 경우 당내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출판기념회도 열면서 본격적인 지역구 행보에 나섰는데, 서면 축사자 중에는 이재명 대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민주당 후보군이 많다는 건 그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연희동으로 출퇴근을 하는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오마이뉴스>에 "구청장이 바뀌고 나서 그가 내세우는 정책들을 보니 지역 정치인의 당적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투표 때도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홍제동에 거주 중인 60대 여성 B씨 역시 "민주당에 실망도 몇 번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정부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여당에 표를 주고 싶지 않다"라며 제1야당에 투표할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돌고돌아 인요한 재등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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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제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남성 C씨는 "원래 보수 성향이기도 하지만, 서대문에서 민주당이 너무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이 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우상호 의원도 선수가 많아지니 점차 지역구에 잘 신경을 안 쓴 느낌"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서도 나는 보수당을 찍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등판할 국민의힘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국민의힘 서대문갑 당원협의회는 '사고당협', 즉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이 없는 상태다. 특히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서대문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자리를 비워뒀다는 후문이 있다.

실제로 이성헌 구청장의 아들이 인요한 위원장의 수행을 맡았던 점(관련기사: [단독] 인요한 수행실장은 서대문구청장 아들... 출마 사전 작업? https://omn.kr/26dxd), 지역 행사에서 이 구청장이 인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등 여러 정황이 밝혀진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출마 내려놨다' 인요한, 한 달 전 지역행사 참석 총선 행보 https://omn.kr/26eew).

그러나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11월 본인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셀프 추천'하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인요한 위원장이 본인 대신 출마를 권했던 하태경 의원은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성헌 구청장이 직을 사퇴하고 의원직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그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 자체는 몇몇 있다. 대표적으로 이성헌 구청장의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진희선 전 행정2부시장(무소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손을 든' 여당 인사 혹은 지역 활동에 매진하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검사 출신 인사가 전략 공천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가장 회자되는 건 '돌고돌아' 인요한 위원장의 재등판이다. 혁신위의 좌초, 본인의 설화 등으로 인 위원장이 적잖은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기현 당대표와의 회동, 윤석열 대통령과의 깜짝 오찬 등을 보면,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인 위원장의 정치적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겠다는 여권의 의도가 읽힌다. 이 때문에 당장 서대문갑에 투입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여권 내 상황까지 감안하면 결국 애초 당에서 준비했던 대로 '인요한 서대문갑 출마'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인요한 위원장은 이미 정치에 발을 들였다. 당의 요청을 받아 다음 총선에 결국 등판할 것"이라며 "본인이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했던 상황에서, 비례대표로 갈 가능성은 낮다. 현재로써는 여권 입장에서 쉽지 않은 지역구인 서대문갑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라고 밝혔다.

[진보당] 손솔 대변인 출마 확정... "새로운 사람이 필요할 때가 됐다"
 
지난 7일 오전,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 도전하려는 진보당 서울지역 출마자들이 합동으로 출마 선언에 나섰다. 손솔 대변인이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 서대문갑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출마선언하는 손솔 대변인 지난 7일 오전,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 도전하려는 진보당 서울지역 출마자들이 합동으로 출마 선언에 나섰다. 손솔 대변인이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서울 서대문갑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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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가 하나 더 있다. 원내 진보정당 중 하나인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지역 도전자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에 나서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서대문구는 진보당이 꽤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구 중 하나로, 서대문갑은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지난 10월, 제4회 서대문주민대회에 참석해 주민요구안 실현을 위한 구의회와의 면담에 나서기도 했고,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현수막도 적극적으로 걸고 있다.

손솔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워낙 물가도 많이 올라서 힘들다고 하는 주민들이 많다"라며 "지난 30년 동안 번갈아가며 해왔던 양당의 대표 인물이 없다보니 '새로운 사람이 필요할 때가 됐다'라며 응원해주는 분들이 여럿"이라고 이야기했다. 양당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특히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호응한다면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진보당의 기대다.

주요 지리정보

태그:#22대총선, #이수진, #서대문갑, #인요한, #손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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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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